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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대국 이해 얽힌 ‘지리의 문제’…세계가 우리를 주시한다

기자
강정영 사진 강정영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22)
인도 최북단 히말라야와 카라코람 산맥이 만나는 끝자락, 험준하지만 아름다운 계곡과 봉우리가 펼쳐지는 파키스탄 카슈미르. [사진 pixabay]

인도 최북단 히말라야와 카라코람 산맥이 만나는 끝자락, 험준하지만 아름다운 계곡과 봉우리가 펼쳐지는 파키스탄 카슈미르. [사진 pixabay]

 
보들보들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난 모직물 캐시미어. 히말라야나 티베트의 고산지대에 사는 염소나 양의 털로 만들어진다. 그 이름이 유래한 곳은 카슈미르다. 인도 최북단 히말라야와 카라코람 산맥이 만나는 끝자락, 험준하지만 아름다운 계곡과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 얼마 전 파키스탄이 그 상공에서 인도 공군기 두 대를 격추했다.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 인도가 극단 이슬람 세력 제거 명분으로 폭격을 가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주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카슈미르는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해 파키스탄에 편입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당시 카슈미르의 지도자가 힌두교도여서 주민들 바람과는 반대로 인도 편입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카슈미르는 인도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위한 폭탄에서 사이버 테러까지 극심한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조셉 티토가 지배했던 구유고슬라비아는 유럽과 아랍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바로 세계의 화약고 발칸으로 1차 세계대전의 방아쇠를 당긴 곳이기도 하다. 1991년 내전이 발발한 10년 내전의 결과로 유고는 7개 국가로 나누어졌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그리고 코소보다.
 
『유고슬라비아-붕괴된 나라』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그것은 이웃끼리 싸우는 내전이다. 오래도록 쌓이고 쌓인 원한과 의심이 증오로 발전했다. 이 증오는 전쟁으로, 전쟁은 더 많은 살육과 파괴를 초래했다.” 어제의 이웃들이 ‘인종청소’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죽이고 또 죽인 20세기 말의 가장 잔인하고 살벌한 전쟁이었다. 다른 종교를 신봉하고 문자 체계와 언어마저 뚜렷이 구별되는 7개 민족이 한 나라에서 공존할 수는 없었다.
 
세계가 긴장하며 주시하는 한반도
한반도는 미, 중, 러, 일 초강국 들의 이해가 상호 충돌하는 지리적 요충지다.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전쟁이 한반도를 무대로 벌어졌다. [사진 구글 지도 캡쳐]

한반도는 미, 중, 러, 일 초강국 들의 이해가 상호 충돌하는 지리적 요충지다.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전쟁이 한반도를 무대로 벌어졌다. [사진 구글 지도 캡쳐]

 
요즈음 세계가 긴장하며 주시하고 있는 곳이 있다. 어디일까. 안타깝게도 한반도다. 같은 민족이고, 역사와 언어를 같이하는 동족인데 왜 비극적인 민족상잔의 전쟁을 겪어야만 했을까.
 
바로 지리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미·중·러·일 초강국 들의 이해가 상호 충돌하는 지리적 요충지다.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전쟁이 한반도를 무대로 벌어졌다. 그들이 청·일, 러·일 전쟁, 한국동란에 피를 흘리면서까지 한반도에 개입한 것은 그들의 이해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남북문제는 한민족의 동족애만으로 풀기 어렵다.
 
파이낸셜 타임스 해외 특파원이었던 팀 마샬은 『지리의 힘』이라는 책에서 국제적인 현안에는 지리적인 요인이 깊이 개입돼 있다고 분석한다. 나라 운영과 국제 정세에서 지도자들의 성향, 이념 등 요인은 일시적인데 반해, 지리적 요소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예리한 통찰이고, 지정학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그는 한반도에 대해 ‘한국,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의 경유지가 되다’라는 장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해외 특파원이었던 팀 마샬(좌)은 『지리의 힘』(우)이라는 책에서 국제적인 현안에는 지리적인 요인이 깊이 개입돼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 위키미디아커먼]

파이낸셜 타임스 해외 특파원이었던 팀 마샬(좌)은 『지리의 힘』(우)이라는 책에서 국제적인 현안에는 지리적인 요인이 깊이 개입돼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 위키미디아커먼]

 

“한반도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말레이시아부터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아시아 지역 전체가 초조하게 남북한을 주시하고 있다. 만에 하나 그들 코앞에서 전쟁이 터지기라도 하면 피해가 클 것을 알고 있다. 중국은 전쟁이 일어나길 바라지는 않지만, 미군이 주둔하는 통일 한국의 국경이 자신의 코앞에 있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미국은 남한을 위해 싸우고 싶은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지만 그렇다고 우방을 저버리는 짓을 할 수도 없다…(중략)…한반도 개입에 오랜 역사를 가진 일본은 어떤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모른 체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수백만 난민이 압록강을 넘어올까 두려워한다.

미국은 북한이 대담한 모험을 강행할까 우려한다.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이 드라마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는 안다. 잘못된 답을 냈다가는 자칫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두 나라의 수도가 잿더미로 변하고, 도쿄 시내에 미사일이 떨어지거나 미·중이 자칫 핵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지리의 문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항구적인 문제로 본다. 한반도 문제도 그럼 관점에서 비교적 정확하게 분석했다. 아쉽게도 정작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이러한 문제의 핵심을 간과하고 해결 방향을 헛집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부디 운전대를 잡은 이들이 이 점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서글프다. 독자적인 운전이 어렵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기 때문이다.
 
최강 우방국 미국이 멀어진다면
미국의 안보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미국이 지탱하고 있는 세계의 안보 질서와 자유무역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셰일가스 발견으로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해져 세계의 바닷길을 지킬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사진은 미국산 셰일가스가 국적선에 선적되는 모습. [중앙포토]

미국의 안보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미국이 지탱하고 있는 세계의 안보 질서와 자유무역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셰일가스 발견으로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해져 세계의 바닷길을 지킬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사진은 미국산 셰일가스가 국적선에 선적되는 모습. [중앙포토]

 
지리의 문제는 한 나라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안보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미국이 지탱하고 있는 세계의 안보 질서와 자유무역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냉전 시대 구소련 견제를 위한 동맹 체제가 불필요하고, 셰일가스 발견으로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해져 세계의 바닷길을 지킬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세계질서 유지에 손을 떼는 순간 미국이 통제해온 지정학적인 갈등이 분출되고 세계는 거대한 무질서 속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지역의 하나로 한반도를 꼽는다.
 
한반도가 더욱 위험한 것은 정권교체 시마다 안보문제에 대한 방향이 바뀌고 국론이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안보에 있어 국론 분열은 자멸이다.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100년간의 초강국 미국이 안보와 경제에서 절대적인 우방국 역할을 하다가 발을 빼는 상황이 다가온다.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리하여 홀로 서도 강력한 한민족, 패기 넘치는 한민족, 세계라는 대평원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글로벌 파워가 되기를 염원한다.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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