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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수사국장, 김학의 내정 전 동영상 첩보 청와대 보고”

지난 25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재조사를 권고했다. 이와 함께 당시 경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는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 곽상도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을 조사대상에 포함했다. 현재 가장 큰 논란거리는 경찰이 김 전 차관 관련 비위 첩보를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했느냐 여부다. 사전 보고를 했다는 당시 경찰 관계자들과 보고받은 바 없다는 곽 의원 등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 인터뷰
청와대, 인사검증 안해 벌어진 일
원칙대로 일한 경찰에 책임 돌려

경찰청장에게 수사 상황 보고 때
‘쫓겨날 수 있겠구나’ 감이 오더라

 
당시 수석 곽상도 의원 “첩보 보고 안 받아”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김 전 차관은 2013년 3월 13일 내정 발표에 이어 15일 임명장을 받았다. 하지만 임명 직후 별장 성접대 의혹 보도가 나왔다. 경찰은 18일 내사에 착수했고 김 전 차관은 21일 전격 사퇴했다. 경찰은 3월 말부터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당시 수사를 주도하던 이세민 경찰청 수사기획관(경무관)은 4월 중순 갑작스럽게 인사 조치됐다. 보직발령 4개월여 만에 한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후 승진 명단에서 매번 누락됐다가 결국 옷을 벗었다.
 
이세민

이세민

28일 검찰 진상조사단은 이 전 수사기획관을 불러 조사했다. 중앙SUNDAY는 다음날인 29일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김 전 차관 인사와 관련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원칙대로 일한 경찰에 책임을 돌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학의 전 차관 내정 이전 경찰의 청와대 보고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전 차관 내정 전인 3월 초에 청와대에 관련 첩보가 보고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김학배) 수사국장이 나와 과장들이 있는 자리에서 ‘인사권자’에게서 호출이 와 김 전 차관 동영상과 관련한 경찰 첩보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왔다고 얘기했다.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사권자’라는 건 대통령을 의미하나.
“대통령이 수사국장에게 전화를 했겠나. ‘인사권자’라고 얘기한 건 청와대 수석을 지칭한 것이다.”
 
곽상도 민정수석에게 보고했다는 건가.
“누구인지 추정은 하고 있다. 다만 국장이 곽 수석이라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김 전 차관 관련 보고는 어떤 형태로 이뤄졌나.
“수사국장이나 과장이 주로 보고를 했다. 전화로 하거나 만나서 구두 보고도 한 것으로 안다. A4 용지에 간략하게 수집된 첩보내용을 정리한 것을 청와대에 가지고 들어가 보고하지 않았겠나.”
 
공직기강 비서관실에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던 박관천 경정이 경찰청을 방문해 ‘VIP(대통령)가 불편해 한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 부분은 얘기할 내용이 있지만 언급하지는 않겠다. 지금 공개가 되면 나중에 또 다른 얘기들이 나와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어서다. 어제(28일) 진상조사단에 나가서는 그 부분(박 경정 관련)도 자세히 얘기했다.”
 
곽상도 의원 등은 경찰이 허위보고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청와대에 허위보고를 했다는 것은 결국 경찰 수사라인이 대통령을 기망했다는 뜻 아닌가. 더구나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때다. 그런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을 기망할 수 있겠나. 허위보고가 사실이었다면 당시 우리가 인사발령 조치로만 끝났겠는가.”
 
당시 검찰 일각에선 ‘경찰이 동영상을 확보하고도 검찰에 큰 망신을 주려고 일부러 차관 임명 이후까지 기다렸다가 터트렸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었다.
“그건 그쪽(검찰) 생각일 뿐이다. 대통령 인사권에 큰 부담을 주는 일을 정권 초기에 경찰이 의도적으로 했다는 것이 말이 되나.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김학의 사건 수사 진행 과정에서 수사국장과 갈등이 있었나.
“3월 18일, 특수수사 과장과 함께 본청 기자실을 찾아가 김 전 차관 사건 내사 착수 사실을 알렸다. 그 이전에 수사국장과도 상의를 했었다. 그런데 국장은 우리가 내사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장을 겨우 설득해 내사에 들어간 것이다. 국장은 끝까지 부담스러워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사 진행 중 인사발령이 났는데.
“동영상 확보 이후 피해 여성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원주 별장을 압수수색하면서 빠른 속도로 수사가 진행됐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인사발령(경찰대학 학생지도부장) 통보를 받았다. 김 전 차관 사건 수사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좌천성 인사가 있으리라고 예상했나.
“공직생활 30년쯤 하면 촉이 있다. (이성한) 청장에게 수사 상황을 보고할 때 ‘내가 쫓겨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감이 오더라. 청장과 대화를 해보면 그런 느낌이나 낌새를 왜 모르겠나.”
 
 
“피해 여성들과 경찰 명예 회복되길 희망”
 
인사 통보를 받고 어떤 심경이었나.
“공무원은 인사가 나면 어디든 가야하는 것이 운명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원칙대로 일한 사람을 이렇게 내치는구나’하는 생각, 조직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쫓겨나면 앞으로는 제대로 일할 기회도 오지 않겠구나’ 라는 절망감도 들었다. 울화병이 생길 정도였다.”
 
28일에 대검 진상조사단에 뭘 진술했나.
“3시간에 걸쳐 당시 내 업무수첩에 자세히 기록돼 있는 내용을 보면서 하나하나 설명했다. 첩보수집 단계, 청와대 보고 관련 부분, 수사국장 등 경찰 내부에서 당시 있었던 일 등 최대한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검찰 수사가 잘 이루어질 것으로 보나.
“세 번째 수사 아닌가. 이번에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범죄 피해자들(피해 여성들을 지칭)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 또 원칙대로 수사하다 찍혀서 인사 불이익을 보는 등 피해를 본 경찰들도 구제되고 내 명예도 회복됐으면 한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 중 부당한 인사권을 휘두른 이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하지 않겠나.”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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