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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람실 대신 주제별 서가…북카페 같은 도서관도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낭독회 장면. [신인섭 기자]

느티나무도서관의 낭독회 장면. [신인섭 기자]

“도서관 2층 전체를 차지한 넓은 어린이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뛰놀며 책을 읽던 모습,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모습, 편안하고 멋진 소파와 가구에 맘대로 걸터앉아 책을 읽거나 바닥에 깔린 양탄자에 드러누워 만화책을 읽으며 깔깔대던 아이들의 모습. 그곳에서 아이와 부모는 책과 만나고 사람과 만나고 있었다. 우리 도서관에서는 아이와 청소년,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문제집을 풀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생경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민간에 부는 도서관 변화 바람
진열 방식 바꾼 용인 ‘느티나무’
“삶의 문제 풀 실마리 제공해야”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열린 공동체
탄생 과정 만화책으로도 나와

건축가 신승수씨가 2014년 출간한 『슈퍼 라이브러리』의 한 대목이다. 인용문 말미의 ‘우리 도서관’은 한국의 공공도서관. 그와 딴판인 꿈같은 모습은 신씨가 유학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중앙도서관 풍경이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유럽 도서관들의 현재 모습이 그리 오래된 건 아니다. 1990년대 사회문화적 도시재생이 강조되면서 공공도서관 건축 붐이 일었다고 한다. 한국 경제가 그랬던 것처럼 문화 인프라도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변화가 일고 있다. 정부가 미적거리자 민간이 먼저 움직인다. 경기도 용인의 느티나무도서관이 대표적이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의 청소년 참가 환경 프로그램. [사진 구산동도서관마을]

구산동도서관마을의 청소년 참가 환경 프로그램. [사진 구산동도서관마을]

지난 26일 이곳을 찾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한눈에도 어딘가 다르다. 열람실이 없다. 2층까지 뚫린 높은 천장, 듬성듬성 배치된 서가, 그사이 테이블들에서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는 사람들. 책 많은 카페 같은 모습이다. 한쪽 구석에서 나직하게 책 읽는 소리가 들린다. 화·수·금·토요일에 열리는 낭독회다. 도서관 박영숙 관장과 이용자 두 명이 번갈아 소리 내어 책을 읽고 있다. 도서관이니까 무조건 조용해야 한다는 건 이곳에서는 편견이다. 이들이 읽은 책은 『양육가설』. 부모의 훈육이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식의 수많은 가설들은 그야말로 가설일 뿐 실체가 없다는, 역시 편견을 깨는 책이다.
 
“다른 도서관이 사람이 아니라 업무만 존재하는 곳이라면 느티나무도서관은 모든 책, 모든 공간이 사람들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 같아 자주 오게 된다.”
 
이날 낭독회에 참가한 백성숙(60)씨의 예찬론이다.
 
정작 느티나무도서관의 매력은 따로 있었다. 도서관 기능의 핵심인 책 분류와 진열 방식이 독특했다. 백미는 컬렉션 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주제를 선정한 다음 그에 맞는 책들을 다양한 학문 분야를 가로질러 가며 수집해 한 자리에 진열한다. 가령 시의적절하게 ‘3·1 운동, 국민의 탄생:100년의 울림을 읽다’ 컬렉션을 설치해 놓고 있었다. 최근에 출간된 『만세열전』, 2005년 출간된 『세계를 뒤흔든 독립선언서』 등 10여 권을 모아두었다. 3·1 운동에 관한 소박한 논문이라도 쓸 수 있을 법한 분량이다.
 
박 관장은 “도서관이 틀에 박힌 지식·정보만 전달할 게 아니라 우리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컬렉션 서가를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가 하루는 사회과학 지식으로, 그다음 날은 기술과학 지식으로 사는 거 아니지 않느냐”며 “컬렉션 서가는 킬러 콘텐트”라고 소개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올해 20주년이다. 박 관장이 혼자 일구다시피 했다. 그에 비해 서울 은평구의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어린이 도서관이 절실했던 지역 엄마들이 힘을 합쳐 지금과 같은 형태로 일궜다. 기존 주택을 허물지 않고 건물을 신축했고,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직접 운영한다.  
 
초창기 어린이 도서관의 엄마들 일부가 아예 사서 자격증을 따 도서관에서 일한다. 지역 공동체를 살린다는 의미로 도서관 이름이 ‘구산도서관마을’이다. 이곳 역시 열람실이 없다. 대신 각종 자료실과 텃밭이 있다. 신남희 관장은 “건축학도 등 견학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도서관 탄생 과정은 만화책으로도 만들어졌다. 지난 1월 출간된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다. 지금까지 2쇄 3000부를 찍어 반응이 나쁘지 않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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