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연금 사회주의 막으려면 독립적 전문가가 균형 잡아야”

고든 클락

고든 클락

“연기금 내 독립적인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든 클락 옥스퍼스대 교수
거대 기업 한두 곳 잘못해도 타격
선진국 연기금, 적극적 의결권 행사
20년 전부터 경영자 선임에 개입

최근 친환경·사회책임 새로운 전략
장기적인 투자 원칙으로 판단해야

연기금 전문가인 고든 클락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경영학)의 말이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을 막은 직후 중앙SUNDAY와 전화 인터뷰에서다.
 
한국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기는 드문 일이다.
“뉴스를 봐서 알고 있다. 한국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일 듯하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독일 등에서 20년 전부터 연기금이 기업 경영자 선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영자들에게 아주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
 
예를 좀 들어주면 좋겠다.
“몇 년 전 독일 자동차회사인 폴크스바겐 경영진이 디젤엔진 스캔들을 일으켰다. 그때 독일 연기금이 경영진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연기금은 독일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회장 등이 대거 물러나야 했다. 연기금은 주가 하락으로 단기적으로 피해를 입었을 뿐 아니라 기업의 평판이 나빠져 장기적으로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예전엔 연기금이 의결권 행사에 뮤추얼펀드처럼 소극적이었다.
“연기금은 포트폴리오 투자이론에 따라 폭넓게 분산·투자했다. 한두 종목의 경영자가 문제를 일으켜도 포트폴리오 전체 가치가 많이 나빠지지 않았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이사선임 표결 등에서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기업이 거대화하면서 한두 기업 경영자들이 잘못해도 연기금이 타격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섰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한국 경영자 일부는 ‘연기금 사회주의가 시작됐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연기금 사회주의는 미국의 전설적인 경영 이론가인 피터 드러커가 처음 한 말이다. 노동자들이 주요 가입자인 연기금이 많은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한 사회의 다수가 주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사회주의는 아니다. 연기금의 적극적인 행동도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다. 연기금의 성격이 일반 뮤추얼 펀드와 다를 뿐이다.”
 
어떻게 다른가.
“공적 연기금은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거의 모든 산업에 투자하고, 장기적인 성과를 중시한다. 그 바람에 사적 연기금조차 공공성을 중시하는 성향을 보인다. 연기금이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도 나타난다. 어떤 기업의 경영자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 해당 기업의 장기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서다. 기업 경영자는 이런 연기금의 성향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연기금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무슨 말인가.
“현대 정부의 재정 지출은 엄격하게 통제된다. 과거처럼 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이런 정부를 대신해 연기금이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기금의 인프라 투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새로운 투자전략 개념도 등장했다. 친환경·사회책임 전략이다. 윤리적인 관점에서 채택하는 게 아니다. 장기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영자가 단기 실적을 위해 환경보호나 사회책임에 소홀했다가는 연기금의 반발을 살 수 있다.”
 
한국 국민연금은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연기금의 중립성을 100%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기금운용위원회 등 의사결정 조직 내에서 세력 균형이 중요하다. 공적 연기금의 의사결정 구조를 보면, 정부 쪽 인사가 3분의 1, 가입자 대표가 3분의 1,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때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장기투자 원칙을 기준으로 정부의 압력이나 노동조합 등의 요구를 판단해야 한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고든 클락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 교수다. 주요 연구분야는 금융투자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이다. 그가 쓴 『펜션 펀드 자본주의』는 연기금 투자결정이 일반 뮤추얼 펀드와 어떻게 다른지를 규명한 책이다. 영국 펜션연구소(PPI) 설립 멤버고, 옥스퍼드대 교직원 연기금 운용위원회 멤버를 맡기도 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