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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팽목항, 그날의 아픔 영화로 다시 만나다

전 아사히신문 기자의 일본 뚫어보기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 사람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봄은 온다’의 한 장면.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 사람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봄은 온다’의 한 장면.

아사히신문 기자로 일본 도야마(富山)현에서 뉴질랜드 지진 유족들을 취재하고 있던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다. 당시 나는 운전 중이었다. 자동차가 흔들린 것을 느꼈지만 바람 때문인 줄 알았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다음날 동일본대지진 현장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여진이 계속 이어져 너무 무서웠다. 기자를 그만둘 각오로 못 가겠다고 했다.
 

대지진·세월호 피해자 현장 취재
말문 막힌 충격 그때는 못 헤아려

재일 코리안 감독 다큐 ‘봄은 온다’
세월호 다룬 한국 영화 ‘생일’ 보니
유족 얘기 이제야 제대로 듣는 듯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신문사를 그만두지도 못한 채 무거운 마음으로 1년을 보냈다. 그러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후쿠시마(福島)현에 10일 동안 출장 가서 취재할 기회가 생겼다. 집이 쓰나미로 없어진 사람들이 사는 가설주택을 찾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주변에 사망자가 많아 살아남은 자신들의 이야기는 미안해서 그동안 못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8년이 지난 올해 피해지역 사람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봄은 온다’가 한국에서 개봉됐다. 재일 코리안 윤미아(尹美亜) 감독이 찍은 작품이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중 한 부부는 14대째 이어온 농부다. 원전에서 가까운 집에 사는 그들은 피난지시를 받았지만 이에 따르지 않고 쌀농사를 계속 짓고 있다. 방사능 검사 결과는 먹어도 되는 수치였지만 법으로는 금지돼 있다. 그들은 “쌀한테 미안하다”며 “농사를 짓는 것밖에 모른다. 당연한 일을 계속하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했다. 대지진 후의 삶은 다양하다. 고향을 떠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피난민들도 있다. 그런 모든 삶을 긍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세월호 사고가 난 2014년 4월 16일 나는 데스크로부터 “승객들이 배 안에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출장 가야 할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라”는 지시를 받았다. 정식으로 출장 지시가 나온 건 밤 11시였다.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탔다.
 
세월호에 남은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예민한 상태였다. 말을 걸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제대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 취재 환경도 열악했다. 노트북으로 기사를 써야 하는데 팽목항에는 전원이 없었다. 자원봉사로 온 민간 다이버들의 텐트에 들어가서 전원을 빌리곤 했다. 그렇게 매일 거기서 지내다가 다이버들이 바다에 못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대대적으로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나는 직접 보고 들은 민간 다이버들의 상황을 아사히신문 도쿄본사에 보고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발표와 달라서 그런지 실리지는 않았다.
 
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잃은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생일’.

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잃은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생일’.

구조된 사람들이 실려 간 목포의 한 병원에도 가 봤다. 거기서 한 직원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세월호 선장이 찍힌 영상이 있다”는 것이다. 사고 직후 선장이 팽목항 응급진료소에 있는 영상인데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이었다. 바로 서울지국에 전화해서 입수하기로 했지만 그 사이에 병원 내부에서 들킨 모양이었다. 일본 신문사에만 제공하는 것이 문제가 될 거라는 판단에서인지 병원에 와 있던 모든 기자들에게 동시에 제공됐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고 뭘 믿고 보도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현장이었다. 1주일의 취재를 마치고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로 일본으로 돌아갔다. 눈물도 안 나는 나 자신이 놀라웠다. 그런데 1년이 지난 후 지인에게 세월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한참을 울었다. 그때서야 눈물도 안 날 정도로 충격이 컸다는 것을 겨우 알았다. 울고 나니까 조금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사람마다 이야기하고 싶은 타이밍, 울고 싶은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실컷 우는 것도 치유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느낀 건 최근 ‘생일’이라는 영화를 시사회에서 봤을 때였다. 세월호 사고로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가족의 이야기였다. 아들의 생일을 아들 친구들과 함께 보내고 싶은 남편(설경구)과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생일 모임을 거부하는 아내(전도연), 그리고 그런 부모의 눈치를 보며 오빠를 그리워하는 여동생(김보민). 극영화인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나는 5년 전에 현장에서 듣지 못했던 유족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이제야 제대로 듣는 것 같았다. 아마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에게 그날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치유하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나리카와 아야(成川彩) 2008~2017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후,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석사과정에 유학. 한국영화에 빠져서 한국에서 영화를 배우면서 프리랜서로 일본(아사히신문 GLOBE+ 등)과 한국(TV REPORT 등)의 여러 매체에 영화 관련 칼럼을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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