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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쁠 때나 슬플 때나” 혼인서약, 화형당한 대주교가 남겼다

김환영의 영어 이야기
옥스퍼드대출판부 2011년판 『공동기도서』. 1549·1559·1662년 판본을 실었다.

옥스퍼드대출판부 2011년판 『공동기도서』. 1549·1559·1662년 판본을 실었다.

구한말 한글 문헌은 읽기 어렵다. 반면 영어는 1600년 전후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제프리 초서(1343~1400)의 영어와 셰익스피어(1564~1616)의 영어는 엄청나게 다르다. 셰익스피어의 영어는 21세기 사람들도 읽을 만하다. 1600년을 기준으로 영어 문어의 표준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세계 8500만 성공회 『공동기도서』
성경·셰익스피어와 함께 영어 표준
초안자 크랜머, 이단 몰려 처형당해

『공동기도서(The Book of Common Prayer, BCP)』(1549)는 『킹 제임스 성경(The King James Version, KJV)』(1611)과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근현대 영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3대 표준이다. 당시 영국 인구는 400만 명에 불과했는데 『BCP』는 100만 부나 인쇄됐다.
 
『BCP』는 ‘프로테스탄트이지만 가톨릭(Protestant, yet Catholic)’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세계 신자 수가 8500만 명인 성공회의 핵심문헌이다. 『BCP』는 아침기도·낮기도·저녁기도·간구기도·감사기도 같은 기도문과 세례·견진·고해·장례 등 교회 예식을 담고 있다.
 
영문학자 대니얼 스위프트는 『셰익스피어의 공동 기도들(Shakespeare‘s Common Prayers)』(2012)에서 『BCP』가 마그나카르타·미국헌법·공산당선언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모델을 상상하고 건설한 문학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루터교·감리교·장로교에도 영향을 준 『BCP』는 특히 다음과 같은 영미권 혼인서약으로 유명하다. “I, N., take thee, N., to be my wedded (wife) (husband), to have and to hold from this day forward, for better for worse, for richer for poorer, in sickness and in health, to love and to cherish, till death us do part, according to God’s holy ordinance; and thereto I (plight) (give) thee my troth.” 우리말로는 이렇다. “나 (아무개)는, 그대 (아무개)를, 배필로 맞이하며, 오늘부터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더 좋을 때나 더 나쁠 때나, 더 부자일 때나 더 가난할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변함없이 그대를 사랑하고 보살피며, 하느님의 거룩하신 뜻에 따라, 부부로 살아갈 것을 약속합니다.”
 
저자이자 편집자로서 『BCP』의 초안을 작성한 토머스 크랜머(1489~1556)는 영국 최초의 프로테스탄트 캔터베리 대주교(1533~56)였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크랜머에 대해 다음과 같이 호평한다. “크랜머는 매우 인간적인 사람으로서, 그처럼 많은 시련과 유혹을 견뎌내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악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가톨릭 복고정책으로 영국 개신교를 탄압한 메리 1세(1516~1558)는, 크랜머를 이단으로 단죄하고 화형에 처했다.
 
크랜머와 마찬가지로 『BCP』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가톨릭 성향의 신자들이 보기엔 지나치게 개신교적, 개신교 성향의 신자들이 보기엔 지나치게 가톨릭적이었다. 의회를 장악한 청교도들은 1645년 『BCP』를 금지했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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