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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위기에 처한 비핵 평화 협상 구하기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전 주 러시아 대사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전 주 러시아 대사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대화중단을 시사했다. 비핵 평화 협상은 미궁에 빠졌다. 당장의 화두는 앞일은 어떻고 우리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이다. 답을 구하려면 먼저 그간의 경위를 잘 진단해야 한다. 결렬의 직접적 원인은 심대한 입장차다. 그러나 그것은 최종 현상이고 배경에 근본적인 요인이 있었다.
 

이대로 가면 파국 소지
남·북·미 절제와 유연 필요
한국은 대미 조율 더 하고
북에 실무협상 설득하여
하노이 공통분모 중심으로
합의 성과 내도록 고무해야

첫째, 무리한 톱다운 접근이다. 난마와 같은 북핵을 준비 없이 정상 담판에 올린 데 문제가 있었다. 부실한 기둥 위에 상량식을 하는 식의 접근이 톱다운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었다. 바텀업 방식의 실무협상을 대체하는 묘책으로 인식되었다. 톱다운과 바텀업은 장단점이 있고 상호 보완재인데도 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핵으로 사생결단하려는 작고 가난한 나라의 젊은 지도자와 자기중심적이고 불가측한 사업가 출신 초강대국 지도자가 대좌하였다. 마치 섞으면 폭발할지도 모르는 두 물질을 대비장치 없이 섞어놓고, 금이 생성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결말은 결렬이었다.
 
둘째, 북한의 승리주의 사고이다. 북한은 김정은이 완성된 핵 능력을 지렛대로 싱가포르 담판을 주도하여, 성과에 급급한 트럼프로부터 유리한 합의문을 끌어냈다고 본다. 북한은 승리에 도취하였다. 그런 승리 인식이야말로 협상 저해 요소이지만 편집적인 북한이 이를 깨달을 리 없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후에도 트럼프와 담판만 고집하였다. 하노이에서도 트럼프가 북한의 안을 수용할 것으로 계산한 듯하다. 그것은 오판이었다.
 
셋째, 미국 외교·안보 주류의 반격이다. 이들은 싱가포르 후 실무협의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비핵화에 집중하려 했다. 북한이 이를 거부하고 정상회담을 제의하자, 이들은 하노이 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진전시킬 생각을 했다. 미국 분위기가 이런데도, 북한은 하노이에서 영변 폐기와 제재 해제 안을 내놓았다. 그렇게 되면 핵무기와 미사일, 영변 밖 시설이 여전히 남게 되니 미국은 수용할 수 없었다. 대신 미국은 핵 미사일 일괄 포기 안을 내놓았다. 싱가포르에서 신뢰구축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보는 북한은 거부하였다. 한편, 당시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몰리고 있었던 점도 그의 운신을 제약했다. 결국 트럼프는 결렬을 택했다. 트럼프와 참모의 의견은 일치했다. 주류세력의 반격은 성공하였다.
 
그러면 앞일은 어떨까? 상기해야 할 것은 김정은의 신년사다. 김정은은 미국이 제재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고 하였다. 이 가능성이 열려있다. 하노이에서 미국은 제재 압박으로 가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북한은 일단 대화를 피하고 미국의 입장 변경을 요구할 것이다. 회담을 결렬시킨 미국이 이에 응하기 어렵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사이 사태가 악화하기 쉽다. 북한은 미사일 카드를 만지고 있다. 미국의 제재 기류도 부추겨질 것이다. 그러다 큰 악재가 터질 수 있다. 북한은 도발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대처가 필요한가? 우선 상황 악화를 막고 협상 복원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남·북·미 모두 언행을 절제하고 기존 접근 중에서 조정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하에 우리가 할 일을 보자.
 
첫째, 미국과 조율을 더 해야 한다. 한국은 남북카드로 치고 나가 상황을 타개하려 할 수 있다. 미국의 반발로 소기의 성과를 못 낼 것이다. 미국과 조율하여 절제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래야 역할 공간이 나온다. 좋은 모델은 하노이 직후 한·미 공조로 연합훈련을 조정한 일이다. 그런 방식의 접근이 낫다.
 
둘째, 북한의 행동을 만류하고 유연성을 주문해야 한다. 북한에 미국 사정을 알게 하고, 승리주의의 문제점과 파국이 초래할 후과를 설득해야 한다.
 
셋째, 미국에도 절제를 주문해야 한다. 트럼프는 하노이에서 걸어 나온 후 칭송을 받았다. 이에 고무되어 고압적 대처를 하면 비생산적이다. 주목할 것은 미국의 일괄타결 집착과 제재 강화 추세다. 한몫의 일괄타결은 북한이 불응하니 협상하기 어렵다. 압박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리스크가 크다. 제재 강화도 지나치면 역기능이 있다.
 
넷째, 미·북과 협의하여 협상을 복원해야 한다. 톱다운에 대한 기대는 조정해야 한다. 대신 실무협상을 살리고, 하노이에서의 양측 입장을 추려 가능한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 파국을 막고 추후 정상 대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다섯째, 트럼프가 관심을 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미 그 조짐이 있다. 친서나 특사를 통해 트럼프가 김정은과 교감하도록 고무해야 한다. 미국 내 여러 세력과 소통하여 트럼프가 빠질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노이 이후 상황은 위태롭다. 파국이 올 수 있다. 현 상황은 남·북·미 모두에게 기존 접근을 다시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적 사고와 절제만이 파국을 막고 협상을 살릴 수 있다.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전 주 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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