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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환섭, 찔러도 피 안 날 친구···김학의 임자 만났구만"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지난해 10월 23일 오후 광주지방검찰청 5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지난해 10월 23일 오후 광주지방검찰청 5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내 밑에 있었지만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친구야, 술은 한 모금도 못하고. 김학의가 정말 임자 만났구만"
 
문무일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성폭력 의혹' 사건 수사단장으로 여환섭 청주지검장(사법연수원 24기)를 임명하자 그의 상사였다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변호사는 "여환섭이 못 밝혀내면, 김학의 사건은 다른 누가와도 못 밝혀 낼 겁니다. 정말 적절한 인사"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김천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해 검찰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여 검사장에 대해 "오로지 실력과 수사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후배"라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도 아니라 운동도 골프가 아닌 복싱을 했던 조금은 특이했던 친구"라 기억했다.
 
문 총장이 '김학의 사건'의 수사단장으로 여 검사장을 임명하자 법조계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제대로 골랐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여 검사장을 단장으로, 조종태 성남지청장을 차장으로 하는 총 검사 13명의 수사단을 구성했다. 특수부를 2개 이상 합친 규모로 지난해 '드루킹 특검' 수사단 규모와 비슷하다. 
 
문무일 총장 "과거 검찰 수사 의혹 불식 못 해"  
 
이날 문 총장은 퇴근 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1, 2차에 걸쳐 수사를 했으나 의혹을 다 불식시키지 못했던 이력이 있다”며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이 사건 수사에 미흡한 점이 있음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2일 태국으로 떠나려다 출국이 제지된 김학의 전 차관이 지난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귀가하고 있다. [JTBC 캡처]

지난 22일 태국으로 떠나려다 출국이 제지된 김학의 전 차관이 지난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귀가하고 있다. [JTBC 캡처]

노무현 정부 1년차 때 정대철 민주당 대표 구속기소  
여 검사장은 검찰 내 최고 '특수통'으로 꼽힌다.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독종(毒種)'이란 단어가 따라다녔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수사를 잘하긴 하지만 너무 모질다. 본인이 목표를 세우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며 "우리끼리 하는 말로 껍데기까지 다 들춰내고 탈탈 터는 수사를 한다"고 평했다. 일종의 악평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수사 스타일을 좋게만 보지 않는 검사들도 "수사를 잘하긴 정말 잘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 검사장은 평검사 시절 노무현정부 실세였던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가 대형 의류쇼핑몰인 굿모닝시티에서 4억여을 받은 혐의를 포착해 구속기소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대검의 별도 첩보없이 여 검사장이 직접 인지해 시작한 수사였다. 
 
2004년 1월 여환섬 검사장의 수사로 구속수감됐던 정대철 당시 민주당 대표의 모습. [중앙포토]

2004년 1월 여환섬 검사장의 수사로 구속수감됐던 정대철 당시 민주당 대표의 모습. [중앙포토]

당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까지 수사 과정에 불쾌감을 드러낼 정도였다. 영장 청구도 네 차례나 연기될 만큼 윗선의 압력이 거셌다. 하지만 노무현정부 1년차에 정 대표는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여 검사장의 부장검사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었다. 채 전 총장은 평검사인 여 검사가 수사 착수 전 보고한 수사계획서에 적힌 혐의자와 실제 기소대상자가 모두 맞아 떨어져 감탄을 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중수부를 거친 여 검사장은 2006년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횡령과 배임혐의로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 6부장 시절에는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를 수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포함해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 등을 구속기소했다.
 
2005년 여환섭 검사장이 참여했던 대검 중수부 수사로 구속돼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 안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롭 회장이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앉아 있다. [중앙포토]

2005년 여환섭 검사장이 참여했던 대검 중수부 수사로 구속돼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 안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롭 회장이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앉아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정부 초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 때는 윤석열의 '댓글 수사'를 불구속기소로 피해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인 비리 혐의를 포착해 구속했다. 당시 검찰 내에선 "원세훈이 윤석열은 피해갔지만 여환섭에서 꼬리가 잡혔다"는 말이 나왔다.
 
여 검사장은 당시 '4대강 사업 담합 비리' 의혹도 수사해 11개 건설사의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 이듬해에는 1조 3000억원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현재현 동향그룹 회장을 기소해 1심에서 징역 12년을 받아냈다.
 
여 검사장의 상사였던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는 "여환섭이 아무리 수사를 잘하더라도 김학의 사건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되는 김학의 의혹의 실체가 실제로 어떨지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실체가 있다면 드러날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여환섭이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 했다. 다른 특수통 출신 변호사도 "자기 식구인 검찰이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다시 들춰내는 것이라 여 검사장도 부담스러울 것"이라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다스 횡령·111억 뇌물'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원 국정원장도 2013년 여 검사장의 수사망을 피해가진 못했다. [뉴스1]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다스 횡령·111억 뇌물'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원 국정원장도 2013년 여 검사장의 수사망을 피해가진 못했다. [뉴스1]

여 검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김학의 전 차관과 출신 학교가 다 다르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이 2008~2009년 춘천지검장 시절 춘천지검 부부장으로 함께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때 딱 한번 경력이 겹치지만 여 검사장 스타일을 생각하면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 검사장과 함께 임명된 조종태 지청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으며 문무일 총장과 호흡을 맞췄다. 검찰 관계자는 "문 총장이 자신과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조 지청장을 수사팀에 앉혀 균형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검찰 "수사 능력 고려해 단장 선정, 검찰총장에 직보"
수사단은 단장과 차장에 부장검사 3명, 평검사 8명으로 구성된다. 수사 대상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우선 권고한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라인의 '직권남용 혐의'는 물론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으로 폭넓게 정의됐다. 
 
별장 성매매·성접대와 특수강간 혐의도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은 대검 진상조사단이 위치한 서울동부지검에 자리잡고 단장이 임명된 29일 오후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단의 부장검사 등 주력 인력은 사법연수원 29~30기에서 추려질 가능성이 높다. 김학의 전 차관 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사법연수원 제자들이 연수원 28기들이어서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단장 선정 배경에 대해 "수사 능력을 고려한 인사"라며 "수사 보고는 수사단에서 총장님께 직접 보고한다. 정해진 수사 기한은 없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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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