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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美 환율조작국 압박에…'보이지 않는 손' 결국 공개

시중은행 외환 창구에서 은행원이 달러화를 살펴보는 모습. [중앙포토]

시중은행 외환 창구에서 은행원이 달러화를 살펴보는 모습. [중앙포토]

 ‘보이지 않는 손’인 외환당국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외환시장 개입 내역이 29일 공개됐다. 우리 외환당국이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 1억8700만 달러 순매도
'원화 가치 하락 조장' 의혹 불식시키며
미 환율조작국 지정 피해갈 가능성 커져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외환당국은 1억87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정부는 그동안 외환시장의 폭과 깊이, 외환 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가 2016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10월까지 6차례 연속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하는 등 압박이 커지자 외환당국은 지난해 5월 외환 정책 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결정했다.
 
 이번에 공개한 내용은 외국환평형기금 등 외환 당국의 외환 순매수 규모(총매수액-총매도액)다. 외환을 사고 판 내역을 일일이 공개하지는 않았다.  
 
 공개 주기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는 6개월 단위로, 올 3분기부터는 분기(3개월)별로 거래 내역 공개한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공개 시점은 해당 기간이 지난 뒤 3개월 뒤로 정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시장 개입 내역 공개와 관련해 여러 측면이 있지만 지난해부터 상하방 쏠림이 줄어드는 등 환율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 공개가 긍정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순매수 규모만으로는 외환당국의 개입 패턴을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예를 들어 외환당국이 지난해 하반기에 10억 달러의 외환을 사고 10억 달러를 팔았으면 순매수 규모는 0달러이기 때문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환당국이 공격적인 매수 개입을 하지 않았던 데다 공개 방식 자체도 순매매 내역이라 부담이 크지 않다”며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를 통해 개입액도 추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할 가능성은 커졌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내고 환율조작국을 지정한다.

 
 미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 ^외환시장 한방향 개입(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가지 요건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에 해당돼 ‘관찰대상국’이 됐다.

 
 상황은 좀 달라졌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6년 만에 2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 개입 내역이 공개되며 ‘한 방향 개입’ 요건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4.7%)에만 해당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 순매도로 나타나며 원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환율을 조작했다는 공격은 피해가게 됐지만, 반대로 외환당국이 원화가치 하락 압력을 우려하는 것으로 시장에 비칠 가능성도 있다”며 “외환당국이 신경써야 할 것들이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순매수 거래 규모를 공개하면서 외환 시장 개입의 방향성이 드러날 수 있는 만큼 외환당국의 부담은 커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시장 개입 내역 공개로 통화 당국의 정책 여력이 줄어들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개입 공개 확대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공개 주기 단축과 공개 내역 확대 등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어서다. 
 
 영국과 일본ㆍ호주 등은 1개월 주기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한다. 미국은 분기별로 매수와 매도 내역 모두 공개, 독일과 프랑스ㆍ영국도 매입과 매도분을 구분해 공개하고 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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