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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혐생·이생망 등 청년들의 자기 비하 언어

“입사하면 뭐해 나는 여전히 쓰레기인 걸”

사회이슈


경직된 사회 구조에 짓눌려 자신감 결여… ‘자기 개념(개인이 형성한 자아)’ 설정도 실패
자신이 처한 상황을 풍자함으로써 일시적이나마 고통에서 벗어나는 심리


‘쓰레기’ ‘혐생’ 등 자신을 냉소하는 듯한 20대 언어습관은 이들이 마주한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쓰레기’ ‘혐생’ 등 자신을 냉소하는 듯한 20대 언어습관은 이들이 마주한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취업하니까 좀 어때요?” “응, 여전히 ‘쓰레기’지 뭐.”
 
서울에 사는 50대 직장인 P씨는 퇴근길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젊은이들의 대화를 얼핏 듣고는 귀가 솔깃했다. 직장에 다니는 듯 말쑥한 정장 차림의 20대 중후반의 청년이 학교 후배들로 보이는 청년들에게 자신을 ‘쓰레기’에 비유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건 이 말을 들은 쪽의 반응이었다. “형, 그렇죠? 우리도 나중에 취업하면 쓰레기겠죠~.” 평소 그래왔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표현했다.
 
P씨의 눈에 이들은 어디를 봐도 ‘쓰레기’ 삶을 사는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호기심이 동한 그는 그들의 대화에 귀를 더 쫑긋했다. 이들 청년들은 ‘쓰레기’, ‘노답’, ‘혐생’ 등 대화 내내 자신의 현재와 다가올 미래를 우울하게 그려내기에 바빴다. 역대급 취업난 속에서도 번듯한 기업에 들어갈 정도로 능력 있고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이런 식으로 스스럼없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모습에서 P씨는 요즘 20대가 가진 좌절과 분노의 정서를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됐다고 했다. “우리 때는 힘들어도 일부러 내색하지 않고 자존심을 세웠는데 요즘 청년들은 자신들이 밑바닥 인생임을 서로 인증하지 못해 애쓰는 듯해 보였다. ‘취업=쓰레기’가 되는 세상에서 젊은이들은 어떤 희망도 품기 어려울 듯했다.”
 
실제로 20대들의 언어생활에서 혐생(혐오스러운 생), 노답(답이 없는 사람) ,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에서 ‘쓰레기’까지 자신을 냉소하는 듯한 단어가 해마다 새로이 등장한다.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7년도, 2018년도 신어 조사를 보자. 2017, 2018년도에는 ‘사회생활’, ‘삶’과 관련된 일반어 신어가 전체 일반어 신어 중 각각 39%, 41.3%를 차지했는데 이 안에는 ‘넵병(상사의 지시에 거절하지 못하고 ‘넵’이라고 대답하는 사회초년생)’ ‘자충수펙(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와 관련이 없는 스펙만을 가진 사람)’ ‘호모 인턴(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하고 인턴 생활만 반복하는 취업준비생)’등 자조적 표현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처음에는 인터넷상에서 주로 통용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일상의 삶 속에 녹아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는 “20대 청년 집단은 온라인상을 넘어 일상에서도 기존 단어의 뜻을 바꾸거나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청년 집단의 심리 또는 사회 상황을 다른 집단과 차별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돈 잘 버는 부모 보며 불안감 느껴
청년들을 자조적이게 만든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기침체와 여기서 비롯된 취업난이 거론된다. 한 취업상담회에 참여한 청년들의 모습.

청년들을 자조적이게 만든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기침체와 여기서 비롯된 취업난이 거론된다. 한 취업상담회에 참여한 청년들의 모습.

 
대한민국의 20대 청년들은 전공, 외국어, 자격증 등 이전 세대들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막강한 능력과 스펙을 쌓아왔다. 그 어렵다는 취업 관문을 뚫고 번듯한 기업에 입사한 사회 초년병들에게 넘쳐야할 희망과 자부심은 오간 데 없다. 이처럼 소위 ‘능력 있다’고 여겨지는 20대들이 왜 스스로를 ‘쓰레기’, ‘노답’ 등으로 ‘자학’하며 ‘김빠진 사이다’로 자처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20대의 자조적인 언어습관엔 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여기서 파생된 심리 상태가 그대로 압축돼 들어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심리상태를 생성한 가장 큰 원인으로 ‘경기침체’를 꼽는다. 21세기의 불황은 청년들의 취업난을 심화시켰고 심지어 이들의 경제활동을 봉쇄하기에 이르렀다. 고도의 경제성장 시대에서 사회초년시절을 보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부모 세대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어려워진 것이다. 청년들은 돈 못 버는 자신과 돈 잘 버는 부모 세대를 비교함으로써 현재 부모로부터 누리고 있는 경제적 풍요가 미래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20대는 풍요를 일군 부모 세대를 보면서 자랐기에 눈높이가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경기 침체라는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혀 인생의 목표치를 낮출 수밖에 없는 세대”라고 말한다. 생활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 측면에서 부모 세대보다 못하리라는 점을 알기에 불안해 한다는 게 윤 교수가 진단하는 20대들의 마음의 행로다. 물론 청년들은 이런 두려움을 뛰어넘고 취업난 속에서도 살아남고자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간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데 여기서 비롯된 공포와 불안 정서가 언어 습관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셈이다.
 
입시, 경쟁…사회가 가한 ‘학대’의 결과
청년들은 험난한 현실에서 잠시 도피하고자 카페에서 디저트를 사먹는 등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추구)’을 추구한다. / 사진: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청년들은 험난한 현실에서 잠시 도피하고자 카페에서 디저트를 사먹는 등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추구)’을 추구한다. / 사진: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서울 소재 모 대학에 재학 중인 A(24)씨는 요즘 유독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많이 하나 있다. 바로 ‘이생망’이다. 취업 준비를 시작한 지 2년차에 접어든 A씨는 면접과 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토익 점수를 높이고 실무 경험을 쌓아 본들 허사였다. 견고한 취업 장벽 앞에서 그는 늘 좌절했다. 끝도 없는 어두운 터널 속을 혼자 걷는 듯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후 입버릇처럼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되뇌곤 한다.
 
A씨는 “학창시절부터 열심히 공부해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에 진학했는데 대학 졸업장은 취업에 별 쓸모가 없었다”며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아버지 세대는 웬만한 대학만 나와도 대기업 취업하는 게 당연시됐고, 지금처럼 다양한 스펙이 요구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경력을 요구하는 시절이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나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고교 동기들과 오랜만에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내가 ‘나는 이생망’이라 내뱉었더니 다른 친구들도 ‘이번 생은 글렀으니 우리 같이 다음 생을 노리자’며 서글픈 미소를 짓더라.”
 
이런 흐름이 청년 세대 정서를 어디까지 대변하는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다만 일각에는 자조적 정서가 흐르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태형 심리학자(‘심리연구소 함께’ 소장)는 이런 현상을 두고 “청년 집단은 어렸을 때부터 사회 구조에 의해 학대 당한 결과 자기 개념이 약화돼 자조적 태도를 형성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서 자기 개념이란 개인이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인지하는지를 나타내는 단어다. 쉽게 말하면 개인이 형성한 자아라고 볼 수 있다. 즉, 지금의 20대는 어려서부터 입시·취업 등 무한경쟁에 시달렸다. 또 사회의 권위로부터 끊임없는 압박을 받은 결과 자아가 위축되면서 자신에 대한 이런 인식이 사용하는 언어에 녹아들었다는 게 김태형 소장의 진단이다.
 
‘자기 개념의 약화’는 주로 부모나 배우자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 사이에서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피해자들은 자신보다 힘이 세거나 권력을 가진 상대에 맞서 싸우기 어려우니 ‘나는 맞을 만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스스로 형성함으로써 폭력을 정당화한다.
 
상처, 만족 둘 다 받는 ‘심리적 마조히즘’
한국 사회의 ‘헬조선화’와 ‘금수저·흙수저론’의 탄생은 청년들의 좌절을 상징한다.

한국 사회의 ‘헬조선화’와 ‘금수저·흙수저론’의 탄생은 청년들의 좌절을 상징한다.

 
우리나라 20대들은 어려서부터 사교육에 시달려 제대로 된 유아, 청년기를 보내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취업난을 겪는 등 끊임없이 사회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에게 심리적 위력을 행사하는 사회에 반격하는 내는 대신 ‘나는 일자리 하나 못 구하는 쓰레기’, ‘나는 일 못하는 노답’ 등의 인식 하에 그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게 된다.
 
자조적 단어는 힘겨운 현실을 웃어넘기는 하나의 풍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대학원생 B(26)씨는 본인의 상황을 묘사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대학원에 상주 중인지도 교수님의 ‘도비’”라고 비유했다. 도비는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요정 캐릭터다. 주인에 종속된 하인요정인데 주인의 양말이 주어져야만 주인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전까지 지도 교수의 전적인 영향력 아래 놓이는 대학원생들의 처지가 도비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 단어가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게 됐다. 대학원생들 입장에서는 지도 교수의 졸업논문 승인이 도비의 ‘양말’인 셈이다.
 
이렇게 자신을 규정하는 데 따르는 플러스 요인도 있다. B씨는 한 연구실에서 일하는 대학원 동기들끼리 “우리는 교수님으로부터 자유가 필요한 ‘도비’들이야”라고 말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도비는 대학원 생활의 고달픔을 반영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동기들끼리 서로 도비라고 부르면서 힘듦의 무게는 더는 대신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는 인식에서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즉 청년들은 자조적 단어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모두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대학원생 나아가 20대 청년들의 이런 추세와 관련해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심리적 마조히즘”에 비유했다. 김윤태 교수에 따르면 심리적 마조히즘이란 ‘20대 청년들이 자조적 표현들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풍자함으로써 일시적으로나마 고통에서 벗어나는 상황’이다. 김윤태 교수는 “자조적 표현은 쓰는 이에게 상처를 주지만 현실에서의 도피 수단으로 작용함으로써 개인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을 마조히즘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청년 집단이 자조적 언어로 스스로를 냉소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 청년들의 삶을 다룬 엄기호 외 9명이 쓴 책 [노오력의 배신]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와 그 이후의 기업 구조조정은 청년들로 하여금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청년들은 자신을 ‘잉여’라는 단어로 부르며 스스로를 ‘남아도는 인생’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잉여와 같은 자조적 표현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청년들이 이를 스스럼없이 사용하게 된 계기는 따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바로 한국 사회의 ‘헬조선화’와 ‘금수저·흙수저론’의 탄생이다. 헬조선이란 지옥을 뜻하는 단어 헬(hell)과 한국을 뜻하는 조선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서 2015년 이후 빈번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가 지옥처럼 살기 힘든 사회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에 맞물려 ‘수저론’도 탄생했다. 기성세대는 자신에 대한 냉소적 감정을 속으로 삭이는 반면 20대가 자조적인 감정을 겉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태형 소장은 “1990년대,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20대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더 하는 등 개인의 노력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고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10, 20년이 더 지난 요즘의 청년 집단은 한국이 ‘헬조선’인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든 상황에서 탈출할 수 없으며, ‘금수저’가 아닌 이상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김태형 소장은 분석한다. 실제로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청년층의 주관적 계층의식과 계층 이동 가능성 영향요인 변화 분석’에 따르면, 2017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30세 미만 청년의 61.55%가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이는 4년 전인 2013년 조사에서 청년들의 46.8%가 ‘낮다’고 응답한 데 비해 약 32% 늘어난 수치다.
 
그 결과 청년층은 언제부턴가 자신의 힘든 상황을 여과없이 표출하게 된다. 즉, 젊은 세대는 본인이 처한 상황이 노력, 능력 부족이라는 개인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헬조선과 같은 구조적 요인의 산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사회적 요인 뿐 아니라 세대별 특성도 언어생활에 투영된다. 한규석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40-50대 기성세대는 자신에 대한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바람직하다고도 여기지도 않기 때문에 억누르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SNS 사용에 익숙한 청년들은 자조적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이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헬조선’, ‘수저론’이 청년들을 변화시켰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을 품을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사회 보호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을 품을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사회 보호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취업에 성공한 사회초년생들도 ‘헬조선’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금수저’ 즉, 태생적으로 잘 살던 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지난해 9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30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가 청년세대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인 361만5000원으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고 15년을 모아야 가능한 것으로 추정됐다. 쉬지 않고 일하면서 15년을 꼬박 모아야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취업에 성공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눈앞에 닥친 현실적 부담은 첩첩산중이기 때문에 자조적 표현은 2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흔하게 쓰인다.
 
직장인 C(29)씨는 스스로를 회사의 부품 또는 외거노비, 즉 노예라고 부른다. 외거노비란 주인의 집 밖에 상주해 있는 노예라는 뜻을 가진다. C씨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것도 힘든 세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향점 없이 노예처럼 일만 한다”고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규석 교수는 “20대 사회초년생들은 취업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인생의 더 큰 가치를 추구하기에는 여러 현실적, 구조적 제약에 직면하게 돼 본인 스스로를 성공하지 못한 사람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니 스스로를 일만 하는 노예 등으로 간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버티고 또 버티는 20대 청년들
청년들의 자조적 언어 습관과 냉소적 자기 인식은 새로운 생활 패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존버’와 ‘소확행’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 20대들은 힘든 상황에 대한 대처법으로 열심히 버텨내는 ‘존버’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추구하는 ‘소확행’ 동시에 추구한다.
 
특히 ‘존버’는 선택이 아닌 20대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 돼 버렸다는 얘기도 나돈다.
 
취업준비생 D(25)씨는 진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뭐든 닥치는 대로 하고픈 심정이라고 했다. “사회에서 도태될까 무섭다. 그래서 진로와 전혀 무관한 컴퓨터 활용 시험 등 자격증 공부를 하며 억지로 버티고 또 버티고 있다. 이게 취업에 실질적 도움을 줄지 의문이지만 경쟁자들이 다 가진 스펙이니 나도 가져야한다는 생각에 책을 잡는다.” 버티는 것에 지쳐 잠시 쉬어갈 때면 ‘소확행’으로 눈을 돌린다. D씨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요리하기, 코인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기로 압축된다. D씨는 “큰 행복을 바라다가는 영원히 행복해지지 못할 것 같아 소확행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존버’와 ‘소확행’이 청년층의 지배적 문화가 되는 이유에 대해 김윤태 교수는 “20대가 사회 문제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세대이기 때문”으로 풀이하고자 한다. 청년 세대는 어려서부터 나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옆의 친구는 모두 경쟁자라는 교육을 받아왔다. 그래서 모두 각자도생의 삶에 익숙하다. 서로 연대해 사회 문제를 풀려하기 보다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소확행 등 자구책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각박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린 20대의 자조적 언행과 태도는 청년 우울증을 낳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12월 국민건강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20대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2013년 13만6000 명에서 2017년 19만6000 명으로 5년 새 44% 늘었다. 이중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20대 환자는 6만5000 명에 달했다. 김윤태 교수는 “청년들의 이런 표현들을 예의주시해야 하고 사회로 하여금 청년들을 품게하는 실질적이고도 구체적 보호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경고한다.
 
신재현 월간중앙 인턴기자 wogus09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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