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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준강간 미수'에 대법원 "처벌해야" 철퇴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피해자가 만취하여 항거불 능의 상태에 있다고 오인함으로써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지를 판결하기 위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피해자가 만취하여 항거불 능의 상태에 있다고 오인함으로써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지를 판결하기 위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가 술에 취한 줄 알고 성관계를 가졌는데 알고 보니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가해자를 준강간죄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준강간 미수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8일 준강간 미수죄로 재판을 받은 박모(25)씨의 상고심에서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아 준강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준강간 불능미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17년 4월 17일 상근예비역 박 모씨는 아내, 아내 친구 A씨와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셨다. 박씨 아내가 먼저 잠이 들고 A씨가 방으로 들어가자 박씨는 A씨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가 A씨가 술에 취했다고 생각하고 성관계를 가졌다.
 
군 검찰은 박씨가 A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보고 강간 혐의로 기소했다가 1심 재판 과정에서 준강간 혐의를 추가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마신 술의 양, 피해자가 "술에 취해 힘이 들어가지 않아 팔을 휘저었다"고 진술한 점 등이 근거였다. 1심은 박씨에 대해 강간죄는 무죄로 판단했고, 준강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형법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상대방을 성폭행하면 강간죄를, 상대방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인 점을 이용해 성폭행하면 준강간죄를 적용한다.
 
군 검찰은 2심에서 준강간 혐의로 박씨를 기소하면서 준강간 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2심 재판부가 판단한 사건 당시 상황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당시 깊은 잠에 빠져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마신 술의 양으로 술에 만취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당시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본 것이다. 
 
다만 피해자가 "너무 무서워서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취지로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이유를 증언했고, 박씨가 범행 이후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내가 잘못했다. 모든 일에 책임은 내게 있다"는 등 사죄의 의미를 담은 메시지를 보낸 점에 주목했다. 박씨가 피해자가 당시 술과 잠에 취해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었다고 생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준강간 혐의는 무죄를, 준강간 미수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5년간 취업 제한 명령을 내렸다. 
 
박씨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만취하지 않아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이는 묵시적 합의에 따른 성관계"라며 항소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관 10명은 박씨에게 준강간 미수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박씨에게 상대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려는 고의가 있었고, 이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실제 준강간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큰 만큼 준강간 미수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순일·안철상·김상환 대법관은 반대의견으로 "간음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것에는 의문이 없다"면서도 "미수범의 영역에서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고 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준강간 불능미수의 법리를 최초로 설명해 보인 사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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