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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정위 ‘끼워팔기’ 조사 한창인데 “해외서는 달라요” 홍보한 구글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 입구, [중앙포토]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 입구, [중앙포토]

한국과 해외에서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글로벌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무죄를 주장하며 고개를 세웠다. 그런데 외국에서 먼저 유죄 통보를 받았다. 천문학적인 벌금 통지서를 받아들고서야 “앞으로 바뀐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버티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가 외국에선 이렇게 바뀌었다”고 알리기 시작했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만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는 구글코리아 얘기다.
 
발단은 지난 26일 구글코리아가 공식 블로그에 게시한 글이다. 구글은 켄트 워커 구글 수석 부사장 명의로 ‘구글은 유럽 내에서의 선택권과 경쟁을 지지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구글은 지난 10여 년 동안 EU 집행위원회와 자사의 제품 관련 논의를 꾸준히 이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제공하는 구글 제품 중 일부를 향후 몇 개월 동안 추가로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안드로이드 폰의 경우 항상 그랬듯 구매 당시 사전 설치돼 있던 앱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엔진이나 브라우저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EU 집행위원회의 2018년 7월 결정 이후,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구글 앱과 더불어 다른 앱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자유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앞으로 구글은 유럽의 기존 및 신규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를 대상으로 선호하는 브라우저와 검색엔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들이 가진 다양한 브라우저 및 검색엔진 선택권에 대해 알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언뜻 친절해 보이는 게시글엔 배경이 있다. EU는 2015년부터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를 조사해 왔다. 안드로이드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플레이스토어’, ‘크롬 브라우저’ 같은 자사의 앱이나 검색 엔진 사용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다. 그 결과 2017년, 2018년에 걸쳐 총 67억 6000만 달러(약 7조65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했다.  
유럽에서 낸 입장문을 그대로 올린 구글코리아 블로그 게시글. [캡처사진]

유럽에서 낸 입장문을 그대로 올린 구글코리아 블로그 게시글. [캡처사진]

구글이 즉각 항소했지만, EU는 “사업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회사 매출의 5%에 달하는 추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그러자 구글 본사는 최근 “4월부터 신규는 물론 기존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검색 엔진, 인터넷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게시글은 최근 발표의 연장선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게시글 내용은 한국 시장과 관계없는 유럽에 의한, 유럽을 위한 결정”이라며 “EU의 세 번째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구글이 천문학적인 벌금을 피하고자 꼬리를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같은 혐의로 한국에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하면서 플레이스토어 앱을 끼워 판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EU 순방에서 이에 대해 “하나의 서비스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갖고 다른 쪽 서비스를 계속 연결하면서 다른 경쟁사업자가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한국은 유럽보다 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크롬ㆍ익스플로러뿐 아니라 사파리ㆍ파이어폭스까지 검색엔진 선택권이 다양한 유럽ㆍ미국과 달리 한국은 크롬 사용자가 절반이 넘을 정도로 절대적이어서다. 마미영 한국소비자원 서비스팀장은 “구글은 한국에서 끼워팔기 행위를 고집하면서 정부와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며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할 한국 시장에서 정부ㆍ소비자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출신 정보기술(IT) 전문가로 꼽히는 김상순 변호사는 “구글코리아는 구글 본사의 의사결정을 전달하는 대행사 역할에 불과하다”며 “국내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도 잘하겠다’고 분위기를 만드는 동시에 문제가 됐을 땐 거꾸로 ‘유럽에서의 입장일 뿐’이라고 빠져나갈 명분을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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