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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전 파란 눈 의사의 메스, 로봇의사가 넘겨받는다

대구제중원의 초대원장인 존슨 선교사(맨 왼쪽)와 의료진이 수술하는 모습. [사진 동산병원]

대구제중원의 초대원장인 존슨 선교사(맨 왼쪽)와 의료진이 수술하는 모습. [사진 동산병원]

1899년 대구 중구에 영남지역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인 ‘대구 제중원’이 들어섰다. 침·뜸 대신 현대적인 약 등으로 시술하는 현대식 ‘병원’이었다. 제중원은 서울에 처음 설립됐는데, 1900년대를 전후해 미국 선교사들이 지역에 설립한 병원도 지역 명칭을 붙여 제중원이라 했다고 한다. 당시 대구 제중원 초대원장인 우드브리지 존슨(1869~1951) 선교사는 사택 뒤뜰에 사과나무를 심었는데, 대구를 사과의 고장으로 만든 계기가 됐다고 전해진다.
 
이 대구 제중원을 전신으로 하는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이 120년만에 새로 문을 연다. 중구에서 달서구로 장소를 옮기고, 5000억원을 들여 최신식 의료 시설을 갖춘 새 둥지를 마련해서다.
 
어떤 모습일까. 지난 26일 찾은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성서공단 서편지역. 두손 모아 기도하는 듯한 형상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 달 15일 개원하는 새 동산병원이었다.  
 
지상 20층(지하 5층) 규모의 새 병원은 마무리 정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 전등이 거의 켜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로비 전체가 환했다. 자연 채광이 건물에 들어오도록 4층 높이의 천장 부분을 유리로 만들어서다. 콘크리트 대신 나무로 곳곳을 채운 병원 건물 벽도 눈에 띄었다.
 
새 동산병원의 최첨단 수술실. [사진 동산병원]

새 동산병원의 최첨단 수술실. [사진 동산병원]

‘새 제중원’은 의료 시스템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갖췄다. 수술실이 대표적이다. 수술실이 24곳 있는데 이 중 3곳은 로봇이 정교하게 집도하는 로봇수술실이다. 하이브리드 수술실도 한곳 있다.
 
음성인식 시스템도 갖췄다. 의사가 수술실에서 손과 발을 쓰지 않고 음성으로 수술 장비를 제어할 수 있다. 김권배 의료원장은 “수술실 불을 켜주라고 음성 명령을 하면 스스로 불이 켜지고, 모니터가 어두워라고 하면 켜지는 방식이다”며 “수술 부위를 비추는 조명에 카메라를 설치, 수술 전 과정을 디지털 실시간 공유도 가능해 필요시 수시로 의사들의 피드백을 수술 중에 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량과 소리는 줄었지만, 검사 속도는 빨라진 국내 최고 사양의 MRI(자기공명 영상장치), CT(컴퓨터 단층 촬영)도 설치돼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진화한 대구 제중원인 셈이다.
 
병원 앞에서 만난 주민 이종휘(33·달서구)씨는 “‘장례식장’ 대신 ‘백합원’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외부도 마치 미술관처럼 생겼다”며 “영화에 나오는 외국 병원처럼 생겨 미리 한번 둘러보는 중”이라고 했다.  
 
새 동산병원은 4만228㎡ 부지에 연면적 17만9218㎡에 이른다. 1041병상으로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북향 병상이 없는 점이 특징이다. 신경외과·내과 등으로 나눠진 중환자실은 감염방지를 위해 1인실을 따로 만들었다.  
 
병상 배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병원, 뉴욕 메디컬 센터 등을 참조했다고 한다. 박문희 팀장은 “병원 건물은 나무 같은 친환경 재료를 많이 사용하고, 자연 채광이 되도록 유리창을 많이 배치해 친환경 에너지 절약 건물로 완성됐다. 공기와 물의 질까지 고려한 설계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병원 건물은 친환경·에너지 절약 건물을 인증하는 미국 그린빌딩협의회 그린 빌딩 서티파이드(certified) 등급을 받았다.
 
중구의 현 동산병원은 2차 종합병원으로 규모를 줄여 ‘대구동산병원’이란 이름으로 그 자리를 지킨다. 오래된 청진기 등 대구 제중원의 유물을 보관 중인 박물관은 현 동산병원 뒤에 그대로 위치한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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