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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리뷰] ‘어쩌다 미국 대통령’된 지정생존자, 실존했을까

정치적 야망이 없는 톰 커크먼은 지정생존자가 된 후 우연히 미국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사진 넷플릭스]

정치적 야망이 없는 톰 커크먼은 지정생존자가 된 후 우연히 미국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사진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는 테러 탓에 뜻하지 않게 미국 대통령이 된 남자, 톰 커크먼의 이야기다.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인 커크먼이 지존생존자로 지명되면서 대통령이 된다는 설정. 정치꾼 기질 없는 학자 출신 관료 커크먼은 조롱과 우려 속에 대통령에 올라 정적과 테러 세력에 맞서야만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리더십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지정생존자의 조건 
커크먼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지정생존자는 전 세계에서 미국에만 있는 제도다. 대통령과 주요 내각, 대법관, 의원들까지 삼부 요인이 참여하는 행사가 열리면 이들이 몰살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중 1명을 미리 대통령직 승계 후보로 지정한다. 지정생존자 되면 알려지지 않은 모처에서 행사가 끝날 때까지 숨어지낸다. 드라마의 첫 장면도 지정생존자가 된 커크먼이 철통 경호 속에 모처에서 여유롭게 팝콘을 끼고 TV를 보며 대기하는 장면이다. 
 
아무나 지정생존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법령에 따라 대통령 승계 순위에 있는 인물 중에서 선택된다. 1순위 부통령, 2순위 하원의장, 3순위가 상원 임시의장이다. 그다음은 각부 장관으로 국무부-재무부-국방부-법무부-내무부-농무부-상무부-노동부-보건복지부-주택도시개발부-교통부-에너지부-교육부-보훈부-국토안보부… 이런 순서로 넘어간다.
 
명단을 보면 눈치챘겠지만 커크먼(도시개발부)은 꽤 후순위다. 계승 서열 13위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매우 희박한 인물인 셈이다. 지정생존자가 되어도 앞 순위 12명이 몰살당해야만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드라마에선 이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커크먼이 지정생존자로 지명됐다는 설정 자체는 설득력이 있다.
 
지정생존자는 서열과 인지도가 낮은(당연히 상대적으로 낮다는 뜻) 인물이 낙점되는 경우가 많다. 지정생존자를 지명하는 행사 중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이 매년 초 의회에서 정견을 발표하는 연두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연두교서에서는 서니 퍼듀 농무부 장관(9위), 올해에는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15위)을 각각 지정생존자로 지명했다. 
 
냉전이 만든 미국적 상상
지난 2월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AP, Pool 연합뉴스]

지난 2월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AP, Pool 연합뉴스]

미국은 왜 이런 희한한 제도(?)를 만들었을까. 배경은 이렇다. 제도가 만들어진 시기는 1947년. 대통령직계승법을 개정하면서다.[1] 당시는 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지구가 핵전쟁으로 공멸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컸다. 만약 소련이 핵미사일을 발사한다면 가장 먼저 타깃이 되는 곳은 미국의 의회 지붕일 터. 이런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인들은 연두교서가 있는 날 의회가 위태롭다는 공포를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다만 1980년대까지는 지정생존자에 대한 기록이 없었고 정부의 관행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가 분수령이 됐다. 대규모 살상의 테러 위협이 현실이 되면서 제도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 시기 이후 지정생존자로 지명받았던 인물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 철저히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보안을 유지해오고 있다 .[2]
 
최악의 상황은 없었다 
그렇다면 미국 역사에서 지정생존자로 대통령직에 오른 인물은 몇 명이나 될까? 그런 일은 없었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병사를 제외하고 암살을 당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인물은 딱 4명이다. 에이브러햄 링컨(16대)과 제임스 가필드(20대), 윌리엄 매킨리(25대), 존 F. 케네디(35대)가 그 주인공이다. 모두 잔여임기는 부통령이 승계했다. 
 
이처럼 지정생존자로 대통령이 된 사례는 없었지만 '정부요인 몰살'이라는 극적 설정은 드라마 소재로는 적격이다. 미국 내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리메이크작이 촬영 중이며 상반기 tvN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다만 지정생존자 제도가 없는 한국의 상황에 맞춰 설정이 조금 바뀐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 궐위 때 승계가 아닌 권한대행 체제로 간다. 이 경우에도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공직선거법)고 정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당시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았고, 대선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리메이크작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서열 14위 박무진 환경부 장관(지진희 분) 이야기로 변주될 예정이다.  
 
참고자료
[1] 미국 대통령계승법
[2] 워싱턴포스트 2016년 10월 20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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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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