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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세먼지 응급처방보다 감축 로드맵 제시해야

서명석 한국기상학회장·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서명석 한국기상학회장·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초미세먼지 기준으로 ‘나쁨’ 이상의 고농도 미세먼지는 2차 생성을 포함한 국내 배출량, 기상조건, 중국을 포함한 국외 유입의 결합이 최악일 때 발생한다.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려면 이 세 가지 요인을 모두 조절하거나 또는 실현 가능한 요인을 조절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3월 초에 나쁨 이상의 초미세먼지가 일주일 이상 발생하자 국내 배출원 규제뿐 아니라 인공강우 실험, 중국과의 외교 협상 카드까지 다급히 제시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전문가들은 응급처방을 비롯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그중에서 중국과 인공강우 기술을 공동 활용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인공강우 기술로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다고 정부는 보는 것 같다. 정부의 인식대로 중국의 인공강우 기술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다면, 한국보다 앞서 고통을 겪어온 중국이 미세먼지 해결에 왜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있을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현재의 인공강우 기술로는 미세먼지를 저감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현재의 인공강우 기술은 기술 수준, 경제성, 적용 가능성 측면에서 미세먼지를 저감시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시간당 수㎜에서 10㎜ 이상의 비를 지속해서 내리게 해야 한다. 현재의 기술 수준은 국지적으로 시간당 1~수㎜ 수준의 강우를 짧은 시간만 발생시킬 수 있는 정도다. 특히 인공강우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강수 가능성이 높은 구름이 있어야 하는데 고농도 미세먼지는 대부분 고기압이 지배할 때 발생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인공강우 기술을 적용할 수 없다.
 
미세먼지는 다양한 배출원과 기상조건, 중국 등 국외 영향을 받아서 생기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대단히 복잡한 재난이라는 사실을 먼저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시간과 인적·물적 자원을 낭비하는 응급처방보다는 미세먼지 관련 전문가들의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효율성 있는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장 근본이 되는 배출원 규제 및 신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에 대한 배출원별 기여도, 핵심 배출원에 대한 저감기술 유무, 경제성 및 적용 가능성, 신기술 개발 필요성에 대한 통합적 연구 수행이 시급하다.
 
아직은 어떤 선진국도 기술 수준, 경제성 및 적용 가능성에서 기상조건을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아직은 기상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만 환경부와 기상청의 통합적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 예보 수준을 끌어올려 국민과 정부가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 협력해서 미세먼지 농도의 예측 수준을 향상하고 서해 상에서 한·중 인공강우 공동실험을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겠다는 정부 대책은 재고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에서 경험한 것처럼 국외유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중국이 한국 미세먼지에 끼치는 영향을 논하기 위해서는 월경성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는 선진국들과의 국제공동 연구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산성비 문제 해결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가 해결의 시발점이 됐는데 이를 참고할만하다.
 
끝으로 국내외 미세먼지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연구를 토대로 분야별 미세먼지 감축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이에 근거한 경제적이면서도 효율성 있는 대책이 수립돼야 이민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명석 한국기상학회장·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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