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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혈질 승부사 최용수 “성질 죽였더니 성적 오르더라”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서울은 내 모든 걸 바친 집“이라며 ’올해 더 화끈한 축구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상선 기자]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서울은 내 모든 걸 바친 집“이라며 ’올해 더 화끈한 축구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상선 기자]

 
한국 축구가 봄날을 맞았다. 지난 26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까지 국내에서 열린 6차례의 A매치 입장권이 모두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프로축구 K리그1도 3라운드까지 평균 1만 명(1만1590명)의 관중이 입장하는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A매치 기간 잠시 쉬었던 K리그1은 29일 다시 시작한다.
 
프로축구 FC서울의 최용수(46) 감독은 최근 축구 열기를 반기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해 K리그1에서 유료 관중 2위(1만1566명), 입장 수입 1위(29억5334만원)를 기록했던 서울은 올 시즌 초반 2승1무(승점 7)로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6일 경기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최용수 감독을 만나 각오를 들어봤다. 최 감독은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수록 겸손해져야 한다. 그만큼 책임감을 느낀다. 그라운드에 더 많은 팬이 찾아오면 좋겠다. 우리는 재미있는 축구, 열정적인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서울 최용수 감독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서울 최용수 감독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지도자로서도 국내 프로축구를 대표할 만한 인물로 꼽힌다. 현역 시절 그는 6시즌 동안 안양 LG와 서울에서 공격수로 활약했다. 2011년 감독대행을 거쳐 이듬해 서울의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K리그(2012년)와 FA컵(2015년)에서 우승했고, 2013년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올해의 감독상까지 받았다. 지난 2016년 7월 중국 장쑤 감독을 거쳐 지난해 10월 다시 서울 감독을 맡았다. 재치있는 입담과 쇼맨십으로 수원·전북 등과 라이벌 관계를 만든 최 감독은 지난해 2부 강등 위기에 몰렸던 서울을 구해낸 뒤 올 시즌 초반 서울의 신바람 축구를 이끌고 있다.
 
최 감독은 자신감을 보였던 예전과는 달리 무척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도전자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 팀은 우승을 이야기할 상황도 아니다. 매 경기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너무 신중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내부적으로 팀 전력을 다지는 단계다. 선수들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며 “우리 팀은 이제 막 긴 여행을 시작했다. 긴 호흡으로 여행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골이 터지면 감독이 코너 플래그까지 쫓아가서 환호하는 과도한 셀러브레이션도 자제하겠다고 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 구리=김상선 기자

최용수 FC서울 감독. 구리=김상선 기자

 
현역 시절은 물론 중국 프로팀 진출 전에도 최용수 감독은 강한 승부욕에 때론 다혈질적 면모를 보였다. 그라운드에서의 승부사 기질이 오늘날 최 감독을 만들었다. 그랬던 최용수 감독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는 장쑤 감독에서 물러난 뒤 다시 서울 지휘봉을 잡기까지 1년 4개월 동안의 휴식을 언급했다. 그는 “35년 동안 축구를 했던 시간보다 16개월의 휴식 시간이 더 소중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중국 무대는 말 그대로 ‘큰 대륙’처럼 어마어마하게 넓고 끝도 안 보이는 곳이었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시야가 넓어졌다. 국내에 돌아온 뒤 그라운드 바깥에서 TV 해설을 하다 보니 축구가 다르게 보이더라. 예전처럼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을 고수했다간 부러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12월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의 최용수 서울 감독. 강등 위기에 몰렸던 서울은 힘겹게 잔류에 성공했다. [일간스포츠]

지난해 12월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의 최용수 서울 감독. 강등 위기에 몰렸던 서울은 힘겹게 잔류에 성공했다. [일간스포츠]

 
그는 쉬는 기간 중국·일본 프로팀의 영입 제의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청춘을 불살랐던 팀을 위해 다시 일하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 서울 감독으로 컴백했지만, 그가 맞닥뜨린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데얀(38) 같은 특급 외국인 선수도 없었고, 다른 선수들의 전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 지난해 팀을 맡자마자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벌여야 했던 최 감독은 “다시는 겪어서도, 겪고 싶지도 않은 기억”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승만 바라보는 입장이었는데 1부 리그에서 탈락할 수도 있는 그런 경기를 처음 해봤다"면서 "바닥에서 발악하는 내 모습이 보이더라. 그런 경험을 통해 지도자 인생의 후반전을 여는 기회가 됐다”고 털어놨다.
 
최용수 FC서울 감독. 구리=김상선 기자

최용수 FC서울 감독. 구리=김상선 기자

 
선수들과 함께 어려운 고비를 넘긴 뒤 최용수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더욱 부드러워졌다. 평소 책과 신문을 많이 읽는 그는 “예전엔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붙인 뒤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요즘은 선수들이 힘들어하면 걱정부터 하게 된다. 나는 언제나 선수 편에 서려고 한다. 올해는 생일을 맞은 선수들에게 책 선물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오히려 팀 분위기는 더 긍정적으로 변했단다. 최 감독은 "훈련장에선 선수들의 에너지가 전보다 더 넘쳐난다. 내부 규율을 어기면 벌금을 거둬서 연말 기부를 하기로 했는데 올해 아직 한 푼도 안 모였다. 기부를 못할까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재 서울엔 국가대표 출신 박주영(34)·고요한(31)과 세르비아 리그 득점왕 출신 공격수 페시치(27) 등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최 감독은 “과거의 데몰리션(데얀·몰리나)이나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같은 건 없다. 우린 팀 전원이 다 주전이다. 팔색조 같은 다양한 경기력을 기대할 만 하다”고 말했다.
 
"집 나가서 사람이 달라져 들어왔다"고 한 최 감독은 "나만큼 K리그에서 욕심 많은 감독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지도자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걸 알았다. 지금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으로 팀을 키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올 시즌 발전적인 한 시즌을 다짐한 최용수 FC서울 감독. 구리=김상선 기자

올 시즌 발전적인 한 시즌을 다짐한 최용수 FC서울 감독. 구리=김상선 기자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 수석코치였던 박항서(60)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도 최 감독에게 자극제가 됐다. 최 감독은 “대표팀 코치 때와는 또 다른 면모를 최근 많이 봤다. 나를 포함한 2002년 대표선수들은 대부분 (박항서 감독님이) 베트남에 가는 걸 말렸다. 그러나 과감하게 도전한 끝에 정말 큰 일을 해내셨다. 무엇보다도 말과 행동에 겸손이 묻어났다. 나같은 젊은 지도자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선수 때부터 최 감독과 함께 했던 주장 고요한은 "감독님이 웃을 날이 없어지셨다. 우리가 잘 해서 표정을 펴드리고 싶다"고 했다. 최 감독은 "웃으면 복이 온다 하지 않았나. 나도 정말 많이 더 웃고 싶다. 하지만 내겐 백(back)도 없다. 제2의 지도자 인생 출발점에 왔다. 후반 45분을 다 치르냐, 연장 가냐 기로에 있다. 그만큼 간절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서울 최용수 감독이 황현수의 추가 골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서울 최용수 감독이 황현수의 추가 골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수 감독은…
출생: 1973년 9월 10일(부산)
체격: 1m84㎝, 80㎏
출신학교: 동래중-동래고-연세대
A매치: 67경기 27골
취미: 독서(분야 가리지 않고 다독하는 편)
별명: 독수리
지도자 경력: FC서울 감독(2011~16, 18~현재)
장쑤 쑤닝(중국) 감독(2016~17)
K리그(2012), FA컵(2015) 우승
2013 AFC 올해의 감독상
 
구리=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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