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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용노동전문기자

삼성전자, 카카오는 탄력근로 대신 이것 한다

카카오 직원들은 일하는 시간을 스스로 조정한다. 월 근로 일자가 21일이면 월 168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정하면 된다. 연장근로는 주당 12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이니 당연하다. 이런 근무형태를 선택적 근로시간제라고 한다. 지난해 10월 중순 전면 도입했다.
 
보통 선택 근로제를 하면 특정시간을 정해 반드시 근무토록 하는 경우가 많다. 의무시간대(core time)다. 그러나 카카오에는 이런 게 없다. 그래서 카카오 직원은 금·토·일 3일을 쉴 수 있다. 월~목요일 10시간 근무하면 주당 40시간을 채울 수 있어서다. "스스로 업무시간을 정해 자율적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게 카카오측이 설명하는 도입 취지다.
 
지난해 7월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었다. 안 지키면 처벌된다. 그러나 업종이나 회사의 특성, 직종별 업무형태가 다양해서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지키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게임업체의 경우 개발이 진행될 땐 밤샘도 불사한다. 제품개발이 끝나고 출시되면 개발자는 꿀 같은 휴식을 맛본다. 집중해서 일할 시기와 휴식기가 다르다. 이런 업무에 무조건 주당 52시간을 지키라고 하는 건 무리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을 만들어 강제하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지킬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유연한 근무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법이 정한 근로시간을 지키되 업종이나 특성에 맞게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이다. 기업의 업무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한다. 국회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탄력근로제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간주근로제, 재량근로제, 보상휴가제가 모두 법이 보장하는 유연근무제다. 하지만 이런 근무형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근무방식별로 장단점은 무엇이고, 어떤 업무와 직종에 유리할까.
 
◇ 탄력적 근로시간제
 
일정 기간 내(단위 기간)에 근로시간을 신축적으로 조정해 해당 기간 동안의 평균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을 넘기지 않으면 법을 지킨 것으로 본다. 일감이 많을 때는 하루 40시간 넘게 일하고, 적을 때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에어컨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하거나 주문량이 급증해 업무량을 늘릴 필요가 있을 경우 유용하다.
 
이 경우 단위 기간 내에 초과 근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을 넘기지 않았다면 연장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당은 없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 소지가 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은 임금보전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사정 합의에서도 임금보전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6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할 수 없고,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탄력근로제를 운용할 수 있는 단위 기간은 현행법은 2주(취업규칙으로 정할 경우), 1개월(노사합의시)이다. 경사노위에서 노사정은 이를 1개월,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국회가 이를 두고 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 
 
◇ 선택적 근로시간제
 
근로자가 정하는 자율 출퇴근제(flex-time제)로 보면 된다.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에 약정한 총 근로시간 범위 안에서, 그 기간 동안에는 일을 시작하는 시간과 종료하는 시간을 마음껏 정할 수 있다. 이때 사용자는 일의 시작과 종료시간 같은 근로자가 정한 근무시간에 대해 일일이 허가를 받게 하거나 명령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노사가 합의해서 특정일, 특정시간에는 반드시 근무토록 하는 의무시간대를 정할 수 있다. 이를 부분 선택적 근로시간제라고 한다. 삼성전자(사무직과 연구개발직), 네이버, 넷마블, 넥슨도 의무시간대가 포함된 부분 선택근로제를 하고 있다.
선택적 근로제, 자율출퇴근제, 시차출퇴근제 비교 [고용노동부]

선택적 근로제, 자율출퇴근제, 시차출퇴근제 비교 [고용노동부]

 
이 제도는 업무량의 편차가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금융거래, 사무관리, 연구, 디자인 설계와 같은 업무에 유용하다. 정보통신(IT) 업종에 선택근로제가 많은 이유다. 근로기준법상 선택근로시간의 정산기간(단위기간)은 1개월 이내다.
 
※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차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탄력근로제가 회사가 필요해서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배분하는 것인데 반해, 선택근로제는 근로자의 수요와 편의에 따라 쓰는 제도다.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1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것 보다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을 현행 30일에서 3개월 이상으로 늘리는 게 근로자에겐 유리할 수 있다. 예전보다 긴 휴가를 즐길 수도 있다. 3~4일 쉬는 것을 두 달 정도 모아서 10일 이상 쉬는 식으로 업무시간을 배분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정기 여름휴가 등을 합치면 외국처럼 장기 휴가도 가능하다.
선진국 근로자가 한 달 넘게 휴가를 가는 것도 근로자가 마음대로 근로시간을 배분하는 자율성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근로시간 결정권이다. 독일노총(DGB) 등 대부분 유럽의 노동단체는 몇 년 전부터 '근로시간 자기 결정권' 강화에 힘쓰고 있다. 노조와 경영계가 충돌·협상하는 집단적 노사관계 대신 개별적인 노사 자율관계를 지향하는 셈이다.
 
◇ 간주 근로시간제
 
근로자가 회사에만 있다면 근로시간을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주로 사업장 밖에서 일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제도가 간주근로제다. 출장과 같은 이유로 사업장 밖에서 일하는 바람에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산정하기 어려울 경우 소정 근로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주로 영업직이나 애프터서비스업무, 택시운송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출장, 재택근무 때도 간주근로제가 쓰인다.
 
이 경우 실제 근로한 시간과 관계없이 소정 근로시간, 통상적으로 업무수행에 필요한 시간,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한 시간 중 하나를 근로시간으로 간주한다.
다만 사업장 밖의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나 감독이 미치는 경우에는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간주근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 재량 근로시간제
 
업무 성질상 근로시간 배분은 물론 업무수행 방법까지 근로자의 재량에 맡길 필요가 있을 경우 쓰는 제도다.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일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
 
대체로 고도의 전문 업무나 창의적 업무를 하는 업종에서 많이 채택한다. 이런 업무는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근로자의 재량에 의존해야 할 여지가 많고, 보수도 일한 시간보다는 근로의 질이나 성과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업무 수행방법이나 근로시간 배분에 대해 사용자는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는다.
 
재량근로제는 고용부가 시행령과 고시 등으로 정한 업무에만 적용할 수 있다. 고용부가 고시한 재량 근로 대상은 연구개발, 신문·방송 관련 업무, 광고, 디자인, 법무, 회계, 노무관리, 위임이나 위촉을 받은 감정평가 또는 상담·조언 업무 등이다.
 
◇ 보상휴가제
 
연장 근로나 야간 근로를 한 뒤 그 시간만큼을 유급 휴가로 쓰는 제도다. 보상휴가에는 가산 임금에 해당하는 가산 시간까지 포함된다.
 
예컨대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가산 시간(50%)을 포함해 6시간분의 유급 휴가를 쓸 수 있다. 만약 2시간을 일했는데, 이게 연장 근로이면서 야간 근로라면 각각 50%를 가산해 4시간을 휴가로 쓰면 된다. 물론 보상휴가제를 시행했지만 근로자가 휴가를 쓰지 않으면 그에 합당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보상휴가는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적용할 수도 있고, 희망하는 근로자에 한정해서 활용할 수도 있다. 또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 전체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가산 시간만 휴가로 쓸 수도 있다. 노사가 합의하기 나름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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