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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이사 연임 국민연금도 반대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해외 연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시민단체에 이어 2대 주주인 국민연금까지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6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사내이사 조양호 선임의 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총 274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횡령)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수탁자위원회는 지난 25일 1차 회의에선 결론을 내지 못했고, 26일에도 5시간가량 내부적으로 격론을 거듭했다.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장기적인 주주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의 사전 의결권 표명은 위탁운용사와 기관투자가, 일반주주들에게 암묵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며 “특히 사법부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법적 가치마저 무시하고 결정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에게 필생의 승부처는 27일 오전 9시부터 열리는 대한항공 정기 주총이다. 이 자리에선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주주들의 표결에 부쳐진다. 표 대결에서 진다면 조 회장은 1999년 4월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를 잃게 된다.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의 연임안 통과 여부는 예측불허다. 대한항공 등기이사 재선임안은 회사 정관에 따라 주총에 출석한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주총 특별결의)를 얻어야 한다. 주총에서 주주들의 출석률이 80%라면 조 회장은 53.33%의 지지표가 필요하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33.35%다. 조 회장이 나머지 20%가량의 우호지분을 어디서 확보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조 회장의 반대 측도 표 계산에 분주하다. 주총 출석률이 80%라고 가정하면 조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는 데 필요한 반대표는 26.67%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율(11.56%)을 고려하면 15.1%가량이 더 필요하다.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연임 가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세계 5대 연기금의 하나인 캐나다공적연기금(CPPIB)과 미국 플로리다연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은 대한항공 주총에 앞서 조양호(사진)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내의 서스틴베스트·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도 대한항공 주주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이들의 의견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소액주주(지분율 약 56%, 외국인 포함)의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 조 회장 측도 가만 있지는 않았다. 의결권 위임 대리인과 대행사를 선임하고 찬성하는 주주들의 위임장 모으기에 나섰다. 양측이 각각 얼마나 많은 위임장을 모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만일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재벌 총수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물러나는 첫 사례가 된다. 조 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대표권 없는 회장 자리는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한다. 이 경우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대한항공의 단독 대표이사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최태원 SK 이사 연임도 반대”=국민연금 수탁자위원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결정을 내렸다. SK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된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이해상충에 따른 독립성 훼손 우려”를 들어 반대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좋은 경영실적을 거둔 점을 주주들이 평가해 주길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스더·곽재민·정용환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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