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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공약 ‘제3 금융중심지’ 어디로? 전주·부산 기싸움에 금융위는 눈치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근거지로 (전주)혁신도시를 서울·부산에 이어 대한민국 세 번째 금융중심지로 발전시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전북 전주에서 제3 금융중심지 공약을 발표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주무부처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제3 금융중심지 추진에 대한 용역 보고서를 받아놓고도 두 달 째 내부 검토 중이라며 침묵만 지키고 있다. 
 
3월에 연다던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는 뚜렷한 이유 없이 개최 시기가 6월까지로 미뤄졌다. 그 사이 정치권에선 전북과 부산, 두 지역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제3 금융중심지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지역균형 발전론 내세우는 전북
 
전주 혁신도시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중앙포토]

전주 혁신도시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중앙포토]

 
전북도는 금융중심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가균형 발전을 위해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논리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주 혁신도시를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면 해외 금융회사가 속속 모여들 거라는 전망도 한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전주갑)은 “전주에 금융 인프라가 집적돼있으면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 운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북은 농생명·연기금에 특화된 중심지로서 서울·부산과 결이 다르고 결과적으로 해외 금융회사를 유치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면 세제 감면과 센터 운영비용 지원 같은 혜택이 있어서 외국 금융사 유치에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해외 금융회사의 전주행을 유도해왔다. 지난해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은행 계약을 맺은 미국 뉴욕멜론은행이 전주사무소 개소를 추진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김광수, 박주현 의원 등이 20일 전북 전주시 민주평화당 전북도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손피켓을 들며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김광수, 박주현 의원 등이 20일 전북 전주시 민주평화당 전북도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손피켓을 들며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오는 3월까지 뉴욕멜론은행 전주사무소를 정식 개소시키겠다”던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말은 실현되지 않았다.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 관계자는 “전주사무소 신설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본사 차원에서 정해진 것은 없다. 몇 개월 뒤에나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소 개소가 늦어지는 건 그만큼 현재 전주의 여건을 볼 때 해외 금융회사가 선뜻 진출을 결정할만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산 “금융중심지 나눠먹기는 안 돼”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부산혁신도시 문현지구 전경. [중앙포토]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부산혁신도시 문현지구 전경. [중앙포토]

 
제3 금융중심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는 건 부산이다. 제2 금융중심지인 부산도 제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또 금융중심지를 지정하면 부산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산 문현지구는 2009년 서울 여의도와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 등 금융 관련 기관이 부산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부산 금융중심지의 내실 있는 성장이 (안 돼서) 아쉽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해 9월 성명을 내고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은 비효율적인 나눠먹기 행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북·강서구 갑)은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이전에) 제2 금융중심지부터 제대로 만드는 순서”라며 “지금은 (부산에) 해양 등 특화금융 육성, 금융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으로서는 지역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은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제3 금융중심지 지정 문제는 전북과 부산의 지역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시간만 끌고 있는 이유다.
 
지난 22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의 답변에서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가 6월 안에 열리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6월까지는 논의를 미루겠다는 뜻이다.
 
서울이 36위…갈 길 먼 금융중심지
 
 
금융중심지 정책은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이름으로 2003년 참여정부가 내세운 국정과제였다. 이후 17년째. 최근 영국계 컨설팅업체 지옌그룹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서울의 순위는 36위, 부산은 46위다.  
 
서울·부산이 금융중심지로서는 홍콩·싱가포르·도쿄는 물론 상하이에도 뒤진다는 점은 순위를 굳이 따지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서울·부산 순위가 2015년 반짝 상승(서울 6위, 부산 24위)한 적 있지만, 이는 지옌그룹을 초청해 콘퍼런스를 여는 등 ‘점수 관리’에 신경을 쓴 효과였을 뿐이라는 게 금융권 평가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 모두 금융중심지를 어떻게 육성할지에 대해 좀더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금융중심지추진위원)는 “제조업을 중국으로 뺏기는 상황에서 금융중심지 정책은 한국의 미래 먹거리가 달린 중요한 문제”라며 “정부와 정치권 모두 긴 안목으로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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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