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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엔에 못 박힌 가슴 속 응어리는 여전”…‘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 ‘미쓰비시 자산 압류’ 심경

일본 강점기에 비행기 공장서 지옥 같은 노동
양금덕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사죄와 손해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이동 모습. 중앙포토

양금덕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사죄와 손해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이동 모습. 중앙포토

“짐승처럼 일만 시키더니 99엔만 줄 때 알아봤어. 죄(벌) 받은거여.”
지난 25일 저녁 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양금덕(89) 할머니 목소리는 떨리면서도 상기돼 있었다. 이날 법원이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을 상대로 국내 특허권·상표권을 압류한 사실이 알려진 것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양 할머니는 “법으로라도 75년 만에 강제노동한 대가를 받게 됐다니 다행”이라며 “첫째도 둘째도 미쓰비시의 사죄가 먼저”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때 강제징용 피해를 본 할머니는 6년째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해왔다.
 
양 할머니는 강제징용 당시를 묻는 말에는 지금도 치를 떨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시모노세키(下關)행 배를 탔다”며 “당시 비행기를 만드는 미쓰비시 공장에 투입된 후 1년 5개월의 지옥 같은 시간을 버텼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아침부터 온종일 비행기 부품의 녹을 닦아내고 페인트칠을 하는 일과가 반복됐다”며 “눈에 페인트가 튀어 힘든 기색이라도 보이면 어김없이 발길질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후유증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눈과 코가 아프다”며 “배가 고파 일본인들이 먹고 버린 음식 찌꺼기 통을 뒤지다가 얻어맞은 일도 많았다”고 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노역의 실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노역의 실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정부, 99엔 지급한 일도 치 떨려
양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9엔을 지급한 일을 놓고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일본은 2009년 12월 양 할머니 등이 요청한 후생연금 탈퇴 수당을 99엔(한국 돈 1300원)만 지급해 공분을 산 바 있다. 양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가 당시 근로자임을 인정해 지급한 99엔을 일본 대사관 앞에 뿌렸다. 
 
양 할머니는 “지난해 11월에 법원이 우리에게 주라고 한 돈은 일본 강점기에 강제로 끌려간 우리와 부모들 가슴에 못 박은 대가”라며 “그동안 여러분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양 할머니는 “일본 강점기에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을 추가로 접수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다른 징용자들도 75년 전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전지법은 지난 22일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특허권·상표권 8건에 대한 압류 결정을 내렸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 할머니 등 4명이 제기한 압류명령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전범 기업에 대한 국내 특허권·상표권 등을 압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노역 피해를 당한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해 10월 31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노역 피해를 당한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해 10월 31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유사 소송 이어질 듯…수천억대 소송 가능성
양 할머니 등에게 이번 법원의 결정은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판결을 받고도 실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해서다. 양 할머니 등 피해자 5명은 미쓰비시 측이 배상에 응하지 않자 지난 7일 법원에 압류명령을 신청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법원의 압류결정에 따라 환가(換價)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해당 특허권에 대한 매각·양도 등을 통해 실질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번에 압류된 자산에는 국내 화력발전소 내 주요 부품에 대한 특허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송을 주도해온 이상갑 변호사는 “최근 근로정신대와 관련한 집단소송 참여자를 추가로 신청받은 결과 25일 하루에만 서류 접수 42건을 비롯해 방문·전화 상담만 190건에 달했다”며 “전국적으로 추가 소송이 확산할 경우 수천억 원대 소송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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