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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MD 2주 걸릴 분석, 10초만에 해낸 신입사원 정체는

21일 서울 가로수길 에잇세컨즈 매장에 비치된 상품. 삼성물산 패션부문 고유 인공지능인 아이피츠가 제안한 물량과 사이즈 등을 참고해 구성된 상품이다.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아이피츠가 상품 디자인에서부터 큐레이션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다. 우상조 기자

21일 서울 가로수길 에잇세컨즈 매장에 비치된 상품. 삼성물산 패션부문 고유 인공지능인 아이피츠가 제안한 물량과 사이즈 등을 참고해 구성된 상품이다.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아이피츠가 상품 디자인에서부터 큐레이션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다. 우상조 기자

"패션 회사 신입 상품기획자(MD)가 지난해 초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팔 모든 제품 필요 물량을 80~90% 정확도로 예측했다. 경력 10년 이상의 빼어난 MD의 적중률이 60%대인 것을 고려하면 눈부신 성적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AI ‘아이피츠’
SNS 언급, 날씨 등 빅데이터 분석
10년 경력자보다 상품 예측 정확

이런 신입사원이 있다면 회사가 뒤집힐만하다. 다만 이 ‘신들린 신입’은 인간이 아니다. 이름은 ‘아이피츠’(AiFITs),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서 2015년부터 개발해 지난해 가을 본격 투입된 고유 인공지능(AI)이다. 삼성물산은 매년 기술 개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이 신입에 투자하고 있다. 
아이피츠는 패션 회사가 주도해 만든 보기 드문 AI다. 재주는 다양하다. 패션 회사의 ‘지루하고 궂은일’은 대체로 다 잘한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멘션을 분석해 유행할 옷이나 색을 예측한 디자인 초안을 제시해 인간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패션 업계의 오랜 골칫거리인 재고 물량 조정 업무에 탁월하다. 패션 업체는 철마다 유행과 경기 사이클, 대중 심리, 날씨 등을 종합해 어떤 제품이 언제, 어느 정도 팔릴지를 예측하는 데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다. 제대로 된 분석이 브랜드의 운명을 바꾸기 때문이다. 가령 2017년 롱 패딩 열풍을 제대로 예측해 물량을 적절히 댄 아웃도어 브랜드는 수 년 만에 찾아온 대목을 제대로 챙겼다. 반대로 지난해 롱패딩 유행이 계속될 것이라고 본 회사는 따뜻해진 날씨에 엄청난 재고를 떠안고 고전 중이다. 재고 관리가 매출 규모보다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제품 물량 결정은 전적으로 MD의 감과 촉, 운에 의존해왔다. 아이피츠 개발을 주도한 삼성물산 김정걸 정보전략팀장은 “아이피츠가 일 잘하는 MD의 업무방식을 모방하도록 만들었는데 몇 년 만에 데이터가 축적돼 평범한 MD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더 큰 경쟁력은 아이피츠가 내리는 결정 속도다. 아무리 노련한 MD도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서 한 제품의 최종 물량을 결정하기까지 최소 1주일이 걸린다. 아이피츠는 이를 단 몇 초 만에 할 수 있다.
18년 차 MD인 윤동희 수석(8세컨즈 담당)은 “검증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은 내가 직접 뽑아보고 아이피츠를 돌려 참고하는 식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나중에 결과를 대조하면 아이피츠 정확성이 더 높아 요즘엔 솔직히 인공지능을 더 믿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패션업계는 기술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대표적인 ‘감성 중심’ 산업으로 유행이나 스타일을 기술에 맡기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했다. 패션업계가 머뭇거리는 동안 ‘패션의 기술화’는 대형 IT업체가 주도해왔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2017년부터 패션 알고리즘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의류 브랜드에 이미 적용돼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김 팀장은 “아직은 대형 IT 회사의 인공지능보다 뛰어나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패션 업체만이 가진 고유 데이터로 그들과 다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시절부터 56년 패션 사업을 하며 자료실에 쌓인 옷감, 수십년간 판매된 옷의 종류, 시즌마다 수십만개에 달하는 아이템 정보, 매출 기록, 판매 장소, 소비자 정보는 구글이나 아마존이 갖지 못한 독자적인 패션 데이터란 뜻이다. 
아이피츠가 매년 수행하고 있는 10여개의 프로젝트 중 하나는 디자인 응용이다. 아직은 패션잡지의 평론을 견뎌낼 수준의 상품을 내놓지는 않는다. 발전 속도는 빠르다. 인간의 편견이 배제된 AI가 판단한 유행은 인간 디자이너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도 있다. 삼성물산 황승만 최고정보책임관리자(CIO)는 “상품 기획단계부터 판매, 소비자 쇼핑 큐레이션까지 모든 절차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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