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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 외교부에 던진 말 "금강산 얘기할 거면 오지 마라"

위기의 한국 외교 <중>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언급할 거면 (워싱턴에) 오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한·미 협의를 추진하는 외교부를 향해 미 국무부 관료가 워싱턴의 한국 측 소식통에게 조심스럽게 전달했다는 말이다. 미 국무부·의회 인맥이 넓은 이 소식통은 25일 “미국 측은 우리 외교부에도 우회적으로 이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을 고심하던 청와대와 그 얘기는 꺼내지 말자는 백악관 사이를 조율해야 하는 서울의 외교안보 부처들이 곤란해졌다”고도 말했다.
 
한·미 관계의 이상 징후는 서울의 외교안보 라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운신의 폭도 줄었다. 외교안보 부처의 한 당국자는 최근 주변에 조심스럽게 “이러면 미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국익을 위해선 (청와대에) 고언을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목소리를 피하는 듯한 기류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은 국무부뿐 아니라 전방위로 북한에 대한 본격적 스터디를 시작해 대북 전략의 전면적 검토와 재정립에 나섰다”며 “나도 비공개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내 생각과 전망을 전달했는데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당국자들에겐 ‘북한에 경도된 한국 정부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대신 중립적인 전문가들을 부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가 워싱턴을 찾았을 때 대북제재를 담당하는 재무부 핵심 관료와 정보부처 당국자 등이 나와 그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한다.
 
비건. [AP=연합뉴스]

비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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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주요 당국자들도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연이어 워싱턴을 찾았다. 북핵을 담당하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6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났고, 이동렬 평화외교기획단장은 14일 남북 경제협력을 주요 의제로 하는 한·미 워킹(실무)그룹 회의를 열었다. 김태진 북미국장도 워싱턴을 방문한 뒤 22일 귀국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청한 외교 소식통은 “외교부 핵심 당국자들이 연이어 방미한 뒤 납득할 만한 방미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 자체가 한·미 공조의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안보 라인은 미국 의회로부터도 난감함을 느끼고 있다. 오히려 미 의회에선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과격한 발언이 등장하고 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수차례 워싱턴을 방문해 공화당·민주당의 상·하원 의원들을 접촉했던 소식통은 “일부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경축사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 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를 문제삼았다. 소식통은 “일부 의원은 ‘문 대통령 말씀 중에 많은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가 곧바로 ‘아니다. 사실 문 대통령 말씀 모두가 우려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미 관계의 위기가 더 악화되지 않으려면 외교안보 부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의 출장소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며 “유기적 협조체계를 구축해 현장 부처와 청와대가 한 팀이 될 수 있도록 정보 공유와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경제 전문인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북·미 조율자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북핵 문제만 바라보면 안 된다”며 “미국 등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미국 내 평판이 훌륭한 인물이면서 북한을 잘 이해하는 인물을 등용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조급함도 경계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정부를 보면 분장고방획토(奔獐顧放獲兎, 달아나는 노루를 보고 얻은 토끼를 놓았다)라는 말이 떠오른다”며 “북핵에 몰두해 서두르다가 한·미 동맹을 해치는 실패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전직 외교관은 익명을 전제로 “인적 재구성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최근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임명한 김현종 전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상 전문가이지만 영어가 능통하고 미국을 잘 이해하며 미국 내 인맥이 넓다는 이유에서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일본을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미·일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우리 정부가 먼저 한·미·일 대북 정책 협의회를 개최하자고 하면 미국도 움직이고 일본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수진·이근평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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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