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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정의선, 미래경쟁력·책임경영 배수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서울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2일 주총에서 현대차·모비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서울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2일 주총에서 현대차·모비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열린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최대 이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이었다. 지난해 9월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현대차·모비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고 기아차·현대제철 등 핵심 계열사의 사내이사로도 등재됐다. 정몽구 회장이 아직 물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3세 경영인으로선 이례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다. 재계에선 현대차 그룹의 경영성과를 책임지고 미래 가치를 증명하는 건 온전히 그의 몫이 됐다고 평가한다. 더는 아버지(정몽구 회장)의 그늘 뒤에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
 

엘리엇 방어 성공 이후 과제
경영진 세대교체로 장악력 높여
선대 업적 지키며 능력 입증해야

올해 안에 순환출자구조 해소
경영권 다지고 미래 청사진 마련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배당 확대
정상기업 변모, 주주 신뢰회복을

지난 주총에서 현대차그룹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고배당·사외이사 추천권 요구를 막아냈다. 지난해 엘리엇과 의결권자문사들의 반대로 지배구조개편에 실패한 지 1년 만에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현대차는 승리한 걸까. 전문가들은 엘리엇과의 공방이 현대차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말한다. 정 수석 부회장이 남은 과제들을 풀어내지 못하면 ‘글로벌 완성차 5위’ 현대차의 미래도 험로가 예상된다.
 
①승계와 경영 책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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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경영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번 주총에서 그룹의 ‘맏형’인 현대차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그룹 장악력도 높였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커졌다.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승계가 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경영 책임까지 져야 하는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아버지(정몽구 회장)의 업적을 지키며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간 연구·개발(연구·개발) 분야에 45조원을 투자해 영업이익률 7%, 자기자본이익률(ROE) 9%의 목표를 제시했다. 과잉 생산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국 공장을 구조조정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GBC 건설은 외부 투자를 받아 진행하기로 했다.
 
명확한 미래 목표를 제시하고 주주들을 설득한 점은 일단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연간 실적 목표를 제시하고 분기마다 미세조정을 통해 주주를 설득한다”며 “현대차도 이런 ‘정상 경영’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중국 공장의 구조조정, 조직문화 개선, 미래 차 개발로의 방향 전환 등은 긍정적”이라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젊은 경영진들이 현대차의 체질 개선을 입증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조언했다.
 
②지배구조 개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대·기아차의 대주주 지분은 작은 편이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 지분의 5.33%, 정 수석부회장이 기아차 지분 1.74%를 갖고 있다. 작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기 위해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만들었다.
 
10대 기업 중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건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지난해 모비스를 분할해 순환출자 고리를 깨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지만 엘리엇의 공세 속에 자진 철회했다. 모비스 분할법인과 글로비스의 합병비율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아서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키를 쥔 건 오는 28일 상장하는 현대오토에버다. 정 수석부회장이 19.4% 지분을 보유한 현대오토에버를 상장해 현금을 마련한 뒤,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어떤 방식이 됐든, 올해 안에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제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권을 확고히 하고 그룹의 미래를 그리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편을 더는 미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③미래 경쟁력 끌어올리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글로벌 컨설팅 업체 내비건트 리서치는 지난 19일 올해 ‘자율주행차 리더보드’를 발표했다.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는 완성차 업체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를 전략(strategy)과 실행(execution) 부문으로 나눠 평가하는데 현대차그룹은 2년 연속 15위에 머물렀다. 일본 도요타가 지난해 12위에서 올해 9위로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현대차그룹은 제자리 걸음만 했다.
 
현대차그룹의 과제는 미래 경쟁력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서 자율주행차로, 개인 소유에서 공유로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 글로벌 완성차업체간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ICT 기업들은 연합체계를 구축해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BMW·피아트크라이슬러가 반도체 업체 인텔과 손잡고, 폴크스바겐·테슬라가 그래픽카드 업체인 엔비디아와 손잡는 식이다. 일본 도요타는 디디추싱·우버·소프트뱅크 등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현대차는 ‘동남아판 우버’ 그랩과 인도 차량호출기업 올라, 중국의 바이두 등과 협업하고 있지만 글로벌 연합체계 안에 들어가려면 갈 길이 멀다. 고태봉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업체가 연합하는 건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며 “백화점식 투자보단 미래 차 분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④주주가치 높여야
 
지난 주총에서 현대차는 주당 4000원의 현금배당을 의결했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배당액 비율)은 무려 70%를 넘는다. 여기엔 함정이 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배당을 진행하지만 이익이 크게 줄면서 성향만 3배 넘게 뛰어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800만대를 팔던 2014년 주당 2000원 미만이던 현금배당을 주당 4000원까지 끌어올렸지만 장기 투자자를 설득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여기에 본사 사옥 건설계획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 10조원 넘는 돈을 투자한 점도 부담으로 남는다.
 
증권가에선 “이번 주총 결과는 주주가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래가치에 투자하고, 주주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정상 기업’으로 변모하지 않고선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현재 경영진에 대한 주주 신뢰도 회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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