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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스 "사드 해결하라" 정경두 "환경평가 먼저"

지난해 11월 21일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백수(白壽. 만 89세) 행사. 왼쪽부터 박한기 합참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백 장군, 정경두 국방장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변선구 기자

지난해 11월 21일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백수(白壽. 만 89세) 행사. 왼쪽부터 박한기 합참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백 장군, 정경두 국방장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변선구 기자

 
지난해 12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났다. 국방장관과 연합사령관은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같이 하면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게 관례다. 그런데 이날 분위기는 한 달 전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부임한 뒤 가진 상견례와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기지는 아직도 시위대가 봉쇄하고 있다. 발전기용 연료는 물론 근무 교대자도 헬기로 실어 나르고 있다. 이를 가급적 빨리 해결해 주길 바란다”는 취지로 요청했다. 정 장관은 이에 “지금은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마치는 게 중요하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고 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북한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리 주체에서 유엔군사령부를 배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문제도 직접 거론했다. 그는 “JSA는 유엔사의 기능, 권한과 관련 있어 양보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정 장관은 역시 “(남북한ㆍ유엔사 3자가) 계속 논의 중”이라고만 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업무를 막 파악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양국의 중요 사안을 직접 꺼내 들었지만, 정 장관은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늘 “변화하는 안보 상황과 도전 속에서도 한ㆍ미 동맹은 어느 때보다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지구상 최고의 연합방위체제라는 한ㆍ미는 겉으론 그렇다. 하지만 속에선 양국 간 쟁점이 끓고 있다. 연합사령관이 국방장관에게 경북 상주의 사드 기지 해결을 직접 요구했을 정도다. 북한이 JSA 관리 주체에서 유엔사를 빼라고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미군 지휘부는 크게 불쾌해하는데 국방부는 어느 편인지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기지 입구 진밭교에서 경찰이 기지 공사 자재 반입을 막아선 사드반대 단체 회원과 주민들을 강제로 해산 시키고 있다. 경찰이 통로를 가로막은 차량을 이동시키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2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기지 입구 진밭교에서 경찰이 기지 공사 자재 반입을 막아선 사드반대 단체 회원과 주민들을 강제로 해산 시키고 있다. 경찰이 통로를 가로막은 차량을 이동시키고 있다. [뉴스1]

 
한ㆍ미는 연합사를 옮기는 문제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한국은 연합사를 국방부 영내로 이전하길 바라지만, 미국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정부 소식통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국방부 영내가 아닌 다른 곳으로) 대체 부지를 알아보고 다닌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한ㆍ미 군사동맹의 마찰음은 지난해 9ㆍ19 군사합의 때 불거졌다. 한국이 미국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북한과 합의한 뒤 이를 사후에 통보했다며 미국 측이 불쾌해했다. 특히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비행금지 구역 설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으로 떠나기 이틀 전인 지난해 9월 16일께에야 미국 측이 알았다. 당시 펜타곤(미 국방부)의 당국자는 한국 측에 “그럼 다음(the second round)은 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미국이 다음으로 놀랄 일은 뭐냐’는 비아냥 섞인 표현이었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한ㆍ미 군 당국은 오래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미군은 한국군 사정을 잘 이해한다”면서도 “그런 미군의 입장에서도 사드 배치와 관련한 논란이 ‘실망’이라면 9ㆍ19 군사합의는 ‘불만’으로 그 강도가 더 세졌다”고 말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ㆍ미연합사령관이 지난해 11월 10일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한 뒤 군사분계선(MDL) 너머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유엔군사령부]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ㆍ미연합사령관이 지난해 11월 10일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한 뒤 군사분계선(MDL) 너머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유엔군사령부]

  
한ㆍ미 군사동맹은 향후가 더 걱정거리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 빈센트 브룩스 전 연합사령관과 같은 지한파가 함께 물러나면서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ㆍ미 간 물밑 이견도 이들의 노력 덕분에 큰 잡음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그런데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만 따르려 하고,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전형적인 무인이라 ‘돌직구’ 스타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군사동맹을 중요시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한ㆍ미 군사동맹 내부의 잡음은 언제든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론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철재ㆍ이유정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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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