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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똑 닮은 도플갱어의 공격...미국의 또다른 현실일까

'겟 아웃 '감독 조던 필의 두번째 작품이자 새 영화 '어스'. [사진 UPI코리아]

'겟 아웃 '감독 조던 필의 두번째 작품이자 새 영화 '어스'. [사진 UPI코리아]

 2년 전 국내 극장가에서 213만 관객을 모은 '겟 아웃'은 공포영화 같지 않은 공포영화, 아니 공포영화 이상의 공포영화였다. 백인 여자친구의 가족을 처음 만나러 갔다가 젊은 흑인 청년이 겪는 기이한 일은 미국 사회의 오랜 인종차별, 흑인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공포영화란 장치를 통해 통렬하게 풀어낸 풍자극 같았다.
 '겟 아웃' 으로 급부상한 감독의 신작 
코미디언·배우로 활동해온 조던 필(40)은 각본을 직접 쓴 이 연출 데뷔작으로 단박에 큰 주목을 받는 감독이 됐다. 흥행 성공과 더불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작품상·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1986년의 어린 애들레이드(매디슨 커리). 스필버그 영화 '죠스' 티셔츠 위에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티셔츠를 겹져 입었다. [사진 UPI코리아]

1986년의 어린 애들레이드(매디슨 커리). 스필버그 영화 '죠스' 티셔츠 위에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티셔츠를 겹져 입었다. [사진 UPI코리아]

 27일 개봉하는 그의 신작 '어스(원제 Us)' 역시 단순한 공포영화는 아니다. 주인공은 이번에도 흑인이지만, 이번의 촛점은 인종 문제가 아니다.      
 어린 시절 마주친 섬뜩한 '나' 
 남편과 두 아이를 데리고 숲속 호숫가 집에 여름을 보내러 온 주인공 애들레이드(루피타 뇽)는 가까운 해변 나들이가 영 내키지 않는다. 그곳의 놀이 공원에서 어린 시절인 1986년, 무서운 일을 겪었기 때문. 부모가 한눈을 파는 사이 흑인 소녀는 혼자 다니다가 자신과 꼭 같은 누군가와 마주치는 섬뜩한 체험을 했다. 그 트라우마 때문인지, 애들레이드는 아이들과 해변에서 낮시간을 보내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린다. 
현재 시점에서 같은 해변을 찾은 애들레이드의 아들 제이슨(에반 알렉스). [사진 UPI코리아]

현재 시점에서 같은 해변을 찾은 애들레이드의 아들 제이슨(에반 알렉스). [사진 UPI코리아]

 그날 밤, 빨간 작업복 차림에 날카로운 가위를 든 네 사람이 집 앞에 나타난다. 움직임은 보통 사람과 확연히 다른데, 생김새는 애들레이드의 가족과 똑 닮은 도플갱어들이다.  
 네 식구의 판박이 같은 타인들의 습격 
 영화의 전반부는 네 식구가 도플갱어의 공격에 맞서는 모습을 전작 '겟 아웃'이 그랬듯, 종종 웃음을 섞어 보여준다. 스릴과 서스펜스, 깜짝 효과는 전작보다는 더 공포영화의 맛이 난다. 이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히치콕이나 스필버그 같은 서스펜스 거장들의 영화가, 또 안전해야 할 내 집에서 낯선 방문자의 공격을 받는 점에서 '퍼니 게임'같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 영화가 떠오른다. 
영화 '어스'. [사진 UPI코리아]

영화 '어스'. [사진 UPI코리아]

 1인 2역 루피타 뇽의 인상적인 연기
 애들레이드와 그 도플갱어 레드를 주연배우 루피타 뇽이 1인 2역으로 소화하는 모습은 단연 인상적이다. 1인 2역의 다른 배우들도 그렇지만, 특히 루피타 뇽은 두 사람이 정말 같은 배우일까 싶을 정도로 캐릭터를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동시에 각각의 개성을 충실히 표현한다.   
애들레이드와 똑 닮은 도플갱어 레드(루피타 뇽). [사진 UPI코리아]

애들레이드와 똑 닮은 도플갱어 레드(루피타 뇽). [사진 UPI코리아]

혼자 레드를 뒤쫓게 된 애들레이드(루피타 뇽). [사진 UPI코리아]

혼자 레드를 뒤쫓게 된 애들레이드(루피타 뇽). [사진 UPI코리아]

 알고 보니 공격을 받은 건 이들 가족만이 아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곳곳에서 벌어지는 재난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탈출하려던 애들레이드가 홀로 도플갱어의 정체와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토끼장은 영화 초반에 카메라의 움직임과 함께 강렬하게 등장한다. [사진 UPI코리아]

토끼장은 영화 초반에 카메라의 움직임과 함께 강렬하게 등장한다. [사진 UPI코리아]

 전반부가 공포영화의 연출에 충실했다면 후반부는 창의적 연출이 두드러진다. 어려서 발레를 배운 애들레이드의 공연장면과 발레의 몸놀림을 녹인 듯한 격투 장면을 교차하는 액션이 그런 예다.  
 
 풍부한 상징, 모호한 의미 
 하지만 '겟 아웃'의 명쾌함과 통렬함을 이번 영화에서 그대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도플갱어 외에도 여러 상징이 등장하는데 이 영화만으로 그 의미를 단박에 알아채기는 힘들뿐더러(예를 들어 '예레미야서 11장 11절'은 재앙을 예고하는 내용이고, '핸드 어크로스 아메리카'는 1986년 미국에서 노숙자와 빈곤층을 돕기 위해 손에 손 잡고 인간 띠를 만든 캠페인이다), 이를 영화 전체와 하나로 꿰는 고리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전반부의 탄탄한 구조에 비하면 레드의 말을 통해 전개되는 후반부는 긴장감도 느슨해진다. 
영화의 후반 애들레이드와 레드의 대결은 발레를 연상시키는 액션으로 이어진다. [사진 UPI코리아]

영화의 후반 애들레이드와 레드의 대결은 발레를 연상시키는 액션으로 이어진다. [사진 UPI코리아]

 좋게 보면, 모호한 상징은 풍부한 해석을 자극한다. 미국 비평가들은 이 영화에서 미국의 분열된 현실이나 교육·음식 등 하층민의 열악한 처지에 대한 비유를 읽어내기도 한다. 이런 해석에 공감하느냐를 떠나, 한 가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도플갱어가 '우리/그들'의 이분법에 반기를 드는 설정이란 점이다. 영화의 영어 제목 'Us'는 '우리'이자 '미국'(US)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던 필 감독 "적은 결코 외부인이 아니다"  
 감독은 ‘자신의 가장 큰 적은 자신’이란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가족으로서, 미국인으로서, 세상의 구성단위로서 인간에게는 부족의 사고방식이 있다. 외부인을 적, 침입자로 생각하도록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외부인은 집을 빼앗으려는 미스터리한 침입자인 것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진짜 적이 우리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헤치고 싶었다. 적이 외부인이라는 것은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을."  
 이후남 기자 hoonam@ho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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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