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잠도, 섹스도, 삶도 없다” 中 실리콘밸리 ‘크레이지 워크’

지난해 8월 미국의 벤처캐피털사인 펠리시스 벤처스의 웨슬리 챈과 다른 실리콘밸리 투자자, 스타트업 창업자 10여 명이 중국 베이징과 선전(심천)을 찾았다. 모두 ‘30세 이하 창업자의 도시’(후룬연구원)로 꼽힌 곳이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라는 타이틀을 두고 경쟁하는 현장을 원조 관계자들이 둘러본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 중국의 기술기업 책임자는 일주일에 적어도 6일은 14~15시간씩 일한다고 얘기했고, 챈은 놀라며 “미국에서 우린 너무 게으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스(NYT)의 ‘실리콘밸리, 중국에 가다’란 제목의 기사에 실린 내용이다. NYT는 당시 중국 벤처기업 직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소개하며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이) “충격을 받았고 이어 ‘이런 살인적인 스케줄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매일 80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등 차세대 실리콘밸리로 주목받는 중국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에서 젊은 직원들이 격무 등으로 인해 “잠도, 섹스도, 삶도 없이” 지낸다며 “30세가 되기 전 ‘번아웃(burnout)’ 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평균 근속연수도 미국과 비교해 1년 이상 짧다. 세계 최고 인재와 기업, 자금을 빨아들여 미 실리콘밸리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중관춘의 화려함 뒤에 숨은 이면인 것이다. 

SCMP에 따르면 중관춘은 ‘실리콘밸리로부터 배우고, 실리콘밸리를 복제하라’는 미션을 갖고 탄생한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지로 레노버, 바이두, 샤오미, 디디추싱 등 대륙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중국 중관춘 거리 전경. [위키피디아]

중국 중관춘 거리 전경. [위키피디아]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유 하오란(26)은 이곳에서 2014년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밤낮없이 일해 2억 위안(약 337억원)의 가치로 회사를 성장시켰지만, 그가 얻은 건 만성 불면증이다. 그는 “때로 두 시간밖에 못 잔다”고 말한다.
 
인터넷 회사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있는 33세의 양 씨 부부는 맞벌이다. 둘 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 퇴근한다. 양 씨는 최근 몇 달간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평일엔 성관계하기에 너무 고단하다고 말한다. SCMP는 “수십만 명의 젊은 기술산업 근로자가 직면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IT 업종의 노동 강도가 비교적 높은 건 중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NYT에 따르면 초창기 페이팔 직원이었고, 벤처 투자자로 활동하는 키스 라보이스는 2017년 트위터에 18년간 일하면서 휴가를 간 게 일주일이 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경우 그러나 ‘크레이지’(NYT)라 불릴 정도다. “중국의 기술 회사는 직원들이 장시간 근무를 통해 헌신을 보여주길 바란다”는 게 SCMP의 설명이다. ‘996 스케줄’이 대표적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하는 일상이 매주 6일간 이어진다는 말이다. 
 
SCMP에 따르면 현지 언론에서 원인을 과도한 업무량으로 보는 젊은 기술직 근로자의 사망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5년 3대 IT 공룡 중 하나인 텐센트의 개발자 리준밍이 임신한 부인과 산책을 하던 도중 숨졌다. 드론 회사인 DJI의 25세 직원 역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무료 식사와 셔틀 서비스, 체육관 운영 등 미국의 구글·페이스북 못지않은 복지 혜택조차 생산성을 위한 족쇄 같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SCMP는 “(복지가) 일과 개인 삶의 경계를 더 모호하게 만든다”며 “중국 기술직원들은 ‘착취당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회사로부터 무료 매니큐어, 마사지 서비스까지 받는다는 26세의 왕 씨는 “그들(고용주)은 당신 삶의 모든 문제를 덜어주고 싶어한다”며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일만 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 중관촌에 있는 수면캡슐. [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 중관촌에 있는 수면캡슐. [글로벌타임스 캡처]

이런 직원 복지가 근로자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것도 아니다. 중국판 링크드인인 마이마이에 따르면 미국(3.65년)과 달리 중국 기술기업(국영 통신사 제외)의 평균 근속연수는 2.6년이 채 안 된다. 
 
전반적인 경기하강의 영향으로 노동 강도가 더 심해진 측면도 있다. 돈줄이 마르고 채용이 줄면서 장시간 근로를 강요당한다는 얘기다. 베이징 컨설팅업체인 제로2IPO(Zero2IPO)에 따르면 중국의 벤처투자액은 지난 1월 1년 전과 비교해 70% 급감한 43억 달러였다. SCMP는 “30년 만의 경기침체로 지난해 말 많은 기술회사가 보너스와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각종 지원을 통해 첨단 산업을 육성하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공격적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 등이 야기한 부작용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관춘의 창업 인큐베이팅 기관인 이노웨이의 젤트 윈저 선임 매니저는 이 같은 노동환경을 비판하며 “중국의 창업자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간파하지 못한 건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느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는 중국 101개의 스타트업 가운데 실패한 8%의 주된 원인은 장시간 근무 등으로 인한 ‘번아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자체적으로 근무환경 개선에 나선 기업도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뉴스 서비스 기업으로 세계 유니콘 1위에 올랐던 바이트댄스는 ‘빅·스몰 위크’라 불리는 제도를 둬 격주로만 6일을 일하게 한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중관춘 사이언스 파크의 야경. [AP=연합뉴스]

중국 중관춘 사이언스 파크의 야경. [AP=연합뉴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