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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 빅딜 설득을" 한국선 "중재자 당부" 발표

위기의 한국 외교 <상> 

미국의 불신받는 한국 왜
“한국 발표에 백악관 인사들 발끈”
미 인도·태평양 구상 불참도 불만
한국 중국에 밀착하나 의구심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븐 배넌은 최근 지인에게 백악관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고 한다.
 
“한국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포자기’ 분위기도 있다. 다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 순간 한국 내 반미 기운이 고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가 결코 원치 않는다. 미국이 원하는 한국 정치판의 구도와도 관련 있는 문제다. 그저 트럼프 행정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을 뿐이다(just bubbling up).”
 
외교부는 지난 7일 “이달 중 강경화 외교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워싱턴에선 한국이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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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고위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은 이미 관계자들에게 ‘이달 중 안 만나겠다. 강 장관이 싫어서가 아니다. 이번 발언(청와대 발표)에 대한 불쾌감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나중에 다시 일정을 잡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달 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과의 중재 역할을 당부했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의미한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후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략)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백악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트럼프가 문 대통령에게 얘기한 것은 미국의 ‘빅딜’ 방침을 북한에 제대로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청와대는 마치 ‘북쪽의 의견을 미국에 전해주는 메신저’처럼 행세한 데 발끈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左), 강경화(右). [로이터=연합뉴스, 뉴시스]

폼페이오(左), 강경화(右). [로이터=연합뉴스, 뉴시스]

◆최대압박 vs 북한과 관계 강화=서울을 향해 워싱턴의 불만이 누적된 원인을 놓고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북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최우선 순위는 ▶남북협력 강화 ▶통일을 위한 기초 다지기였지만 미국의 최우선 순위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해체”라고 말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이 차이가 미묘한 것 같지만 결국은 미국과 한국의 초점이 각각 ▶최대압박 ▶북한과의 관계 강화로 갈라졌다”고 진단했다. 처음엔 같은 곳을 보면서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딴 곳을 보고 있었다는 의구심이다. 최근 워싱턴을 찾은 한국 인사들이 미국 측 인사들로부터 “같은 편이 아니다(not on the same page)”라는 말을 자주 듣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 큰 문제는 “정말 한국은 한·미 동맹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미국과 함께 갈 생각이 있는 건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워싱턴에서 한·미 관계를 오랫동안 지켜본 제3국의 연구자는 “한·미 불신의 근저에는 중국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관계가 북한 문제로 틀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은 그 이전인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신(新)아시아 전략’으로 발표한 ‘인도·태평양 구상’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은 데서 균열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 야심적으로 내놓은 새로운 아시아 미래 전략에 한국이 가세하지 않자 평소 ‘트럼프 스타일’에 비판적이었던 일반 미 관료들조차 “한국은 정말 중국 편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는 것이다.
 
◆"부시·노무현 땐 동맹 발전”=한국 신뢰도가 저하되며 한·미 간에 정말 필요한 핵심정보도 공유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고위 소식통은 “사실 우리(일본)는 하노이 회담(2월28일) 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여러 핵심 인사들로부터 ‘솔직히 이번 하노이 회담에선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힌트를 받았다”며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내부적으로 회담 1주일 전쯤 ‘결렬’을 알고 그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털어놓았다. 결렬 직전까지 기대감을 공개 표명했던 청와대와는 대조적이다.
 
한·미 간의 긴장은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 대통령,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국정 주요 과제로 삼은 문재인 대통령 간 스타일과 케미스트리(궁합) 변수도 크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전임자와 달리 한·미 동맹을 순전히 거래적 계약으로만 여기는 최초의 미 대통령, (한·미) 동맹보다 북한과의 화해 및 통일 욕망이 강한 동맹 사상 최초의 한국 대통령의 존재가 (동맹 악화의 배경에)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워싱턴의 한 고위 소식통은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가고 있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중층적”이라며 “진짜 심각한 건 트럼프의 지칠 줄 모르는 ‘미국 우선주의’ 발언이 반복되며 미국 국민도 동맹에 대한 가치보다는 자국민에 대한 배려를 당연시하고 편하게 여기는 구조적 변화가 이제 굳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선 한·미 동맹의 미래를 놓고 경고도 나온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지적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보수,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로 완전 달랐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많은 동맹 발전을 이뤄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라크 파병, 아프간 재건복구사업 동참 등 광범위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을 뺀 다른 어젠다가 없다. 한국에는 ‘북한 외’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는가. 동맹은 정원과 같다. 돌보지 않으면 잡초가 자라기 시작하고, 결국 잔디는 시든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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