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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안혼란 감수하고 대북제재 제동…김정은에 공 넘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전 책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왼쪽)이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하기 위해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김 부장은 지난 19일부터 4박5일간 크렘린궁 행정실 등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전 책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왼쪽)이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하기 위해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김 부장은 지난 19일부터 4박5일간 크렘린궁 행정실 등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오늘 발표된 재무부의 대북제재안을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트위터에 올리면서 비핵화 협상의 공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다시 넘겼다. 미 재무부가 하루 전날 발표한 제재 조치를 몇 시간 만에 대통령이 뒤엎는 듯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무부는 앞서 21일 북한의 불법 석유 환적 및 석탄 수출에 연루된 북한·중국·한국 국적 등 선박 95척의 명단을 발표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제재 철회’를 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를 지시했다는 제재 조치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놓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설명한 건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직후엔 재무부가 이미 발표했던 ‘선박 95척 제재’의 철회로 알려졌다. 그러나 얼마 후엔 발표된 제재가 아닌 아직 발표되지 않은 또 다른 대북 제재안을 취소한 것이라는 해석이 등장했다. 재무부가 발표한 제재를 하루 만에 미 대통령이 철회한 전례는 없어서다. 로이터통신 등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한 제재는 중국 해운사 등에 대한 제재(21일)가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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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대북제재에 대한 반대 입장을 직접 밝힌 것만은 분명하다. 23일(현지시간)까지 “제재 철회” 트위터를 그대로 두고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을 향해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대화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전한 셈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백악관 풀기자단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런 제재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 언론들은 앞서 재무부의 제재 발표 후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한국을 때리며 강경 대응을 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사이에는 긴장감이 계속 고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퍼 강경파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전면에 내세워 북한에 강도 높은 비핵화 조치를 연일 요구하자 북한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내세워 “김정은 위원장이 중대 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22일(한국시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강행하자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명목으로 사실상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등장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발표는 북한을 향해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고 알리면서 ‘선을 넘지 말라’는 숨은 경고까지 담은 이중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부정확한 ‘제재 철회 메시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 혼란만 노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조율하지 못하는 ‘집안 혼란’으로 비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북한의 남북 연락사무소 철수 통보를 비중 있게 보도하며 “북한이 남측을 압박해 한·미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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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