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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꺼지는 러시아 무기…수출 경쟁서 한국 업체에 패배

기자
최현호 사진 최현호
Fcous 인사이드 
 
푸틴은 과거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독일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그 후신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지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시스]

푸틴은 과거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독일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그 후신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지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시스]

작년 10월, 인도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기관포와 미사일을 갖춘 지대공 무기를 찾던 인도 국방부가 복합 비호를 내세운 우리나라 한화 디펜스시스템을 이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갖춘 유일한 업체로 선언한 것이다.  
 
이 사업에는 개량형 퉁구스카를 내세운 알마즈 안테이와 판치르-S1을 내세운 툴라까지 러시아 업체 두 곳이 함께 경합하고 있었다. 러시아제 무기를 사용하던 인도가 러시아 업체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하였기에 한화 디펜스시스템 선정은 놀라운 일이었다.
 
2018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18) 의 일환으로 육군 기동화력시범이 열린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K-30 비호가 사격시범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2018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18) 의 일환으로 육군 기동화력시범이 열린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K-30 비호가 사격시범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미국 워싱턴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AUSA 2017 국제방산전시회에 한국 단거리 대공자주포인 비호와 신궁 단거리 대공유도탄을 결합한 비호복합이 실물로 전시돼 있다. [중앙포토]

미국 워싱턴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AUSA 2017 국제방산전시회에 한국 단거리 대공자주포인 비호와 신궁 단거리 대공유도탄을 결합한 비호복합이 실물로 전시돼 있다. [중앙포토]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뉴델리에서 열린 양국 군사기술협력회의에서 자국 업체 탈락에 대해서 유감을 나타냈고, 인도 정부에 재평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인도 국방부는 러시아 두 업체가 시험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소식에 이어 러시아 군사전문가가 시리아에 배치된 판치르-S1이 저속 비행하는 소형 표적을 추적하지 못한다는 비판 글을 올렸다가 삭제된 일이 발생했다. 판치르-S1은 배치된 시리아 라타키아에 있는 호메이밍잉 공군기지가 반군 드론 공격을 받자 이를 물리치지 못하면서 비판받은 적이 있다.
 
이스라엘이 공개한 시리아군 판치르-S1 공격 장면 [유튜브 캡처=이스라엘 군]

이스라엘이 공개한 시리아군 판치르-S1 공격 장면 [유튜브 캡처=이스라엘 군]

 
1월 말에는 다마스쿠스 주변에 배치된 시리아군 판치르-S1이 이스라엘 공군 F-16 전투기 공격으로 파괴되었다. 일부 러시아 전문가들은 운용하던 시리아군이 이스라엘 공군이 발사한 기만기 등에 미사일을 모두 발사한 뒤, 재장전하는 동안 파괴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장전하는 판치르-S1을 다른 판치르-S1이 보호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시리아군 운영 미숙을 탓했다. 하지만, 알제리,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오만 등에 수출되면서 러시아 무기 수출 효자상품으로 올랐던 판치르-S1 명성에 큰 흠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거품이 꺼지는 러시아 무기들
판치르-S1 외에도 다른 러시아제 무기에 대한 평가도 과장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최근 스웨덴 국방연구기구 FOI는 러시아가 발트 해 지역에 배치한 S-400 지대공 미사일 등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력이 실제보다 과장되었다면서 ‘거품이 꺼졌다’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몇 가지 예를 들었다. 우선 항공기에 위협적인 S-400 지대공 미사일은 사거리가 400km이며 폭격기, 전투기는 물론이고 저공 비행하는 순항미사일도 격추할 수 있다고 러시아 군 등을 통해 알려졌다.  
 
러시아 미사일(왼쪽)과 러시아 방공미사일체계 S-400 [AP,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미사일(왼쪽)과 러시아 방공미사일체계 S-400 [AP,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400km 사거리를 가지는 것은 현재도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40N6 미사일 한 가지뿐이라고 했다. 현재 상태에서 S-400은 200~250km 떨어진 조기경보기와 같은 대형 기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저고도에서 비행하는 전투기와 순항미사일에 대해서는 사거리가 20~35km 정도로 더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수단으로 미사일을 통제할 수 있는 합동 교전 능력이 없어 하나의 교전용 레이더에 의존하며, 이로 인해 동시 대응능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또한, 발트 해 인근에서 나토 해군 함정에 위협적인 바스티온-P 지대함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300km에 이르기 때문에 항공모함 등에게도 위협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상에 있는 레이더는 수평선 너머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탐지 수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탐지를 위해 항공기를 동원할 경우 항공모함에서 이를 격추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사거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위 사례가 아니라도 러시아제 무기 낮은 신뢰성 때문에 고생을 한 사례는 많다. 오랫동안 러시아 무기 최대 수입국이었던 인도가 대표적이다. 인도는 공중급유기, 항공모함, 항공모함용 미그-29K 전투기 등을 도입하거나 운용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미그-29K 전투기는 제작사가 제작과 사후 관리(군수지원 등)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러시아의 신형 전차 T-14 아르마타. [사진 Vitaly V. Kuzmin]

러시아의 신형 전차 T-14 아르마타. [사진 Vitaly V. Kuzmin]

 
선전에 그친 첨단 무기들
러시아는 2000년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군 재건을 내세우면서 많은 투자를 해왔다. 군대 규모도 2008년 개혁을 통해 현역 100만 명, 예비군 250만 명 체제로 크게 줄였다. 소련 붕괴 이후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무기체계도 신형 무기를 개발하거나 개량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자랑한 대표적인 신형 무기체계는 육군 아르마타 시스템과 공군 Su-57이 있다. 아르마타는 일반적으로 T-14 전차로 알려졌지만, 아르마타 범용 전투 플랫폼을 사용하는 다양한 장갑차량을 이르는 말이다. 전차 외에 T-15 보병전투차, T-16 장갑회수차, 2S35 자주포 등 다양한 차량이 제작되어 러시아군 구형 장비를 대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르마타 핵심인 T-14 전차는 2015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대독전승기념일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 육군에 배치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021년까지 T-14 전차와 T-15 보병전투차 130여 대 정도만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다.  
 
러시아의 첫 5세대 전투기 Su-57, 첫 기체 배치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 [사진 :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의 첫 5세대 전투기 Su-57, 첫 기체 배치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 [사진 :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가 야심 차게 개발한 5세대 전투기 Su-57도 아직 정식 배치되지 않고 있다. 개발 초기 T-50 파크파(PAK FA)로 알려진 Su-57은 2010년 1월 처음 비행했다. 하지만 Su-57용 엔진 개발이 늦어지는 등 문제로 빨라야 2019년 말에 첫 기체가 러시아 공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인도는 2007년부터 러시아와 함께 인도판 Su-57인 FGFA를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4월에 높은 가격, 미비한 기술 이전과 함께 성능 부족을 이유로 프로젝트 중단을 결정했다.  
 
아르마타와 Su-57은 모두 개발이 미진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예산 부족이 지연 이유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미국 등의 제재를 받았고, 국제유가도 낮아져 천연가스 수출 등으로 벌어들이던 외화가 크게 줄었다.  
 
지난 2월 훈련에 참가한 파키스탄 공군 JF-17 전투기 [EPA/SHAHZAIB AKBER=연합뉴스]

지난 2월 훈련에 참가한 파키스탄 공군 JF-17 전투기 [EPA/SHAHZAIB AKBER=연합뉴스]

 
러시아는 개발에 많은 돈이 드는 새로운 장비 대신 기존 장비들을 개량하는 것을 대안으로 정했다. 러시아 육군은 T-72, T-80, T-90 전차, BMP-2, BMP-3 보병전투차 등을 개량하기 시작했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개량이 아르마타 프로그램을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 공군은 Su-57 대안으로 Su-35를 도입하고 있다. PAK DA 폭격기도 개발이 지연되면서 기존에 운용 중인 Tu-95, Tu-160, Tu-22를 개량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이 외에도 장거리 여객기인 Il-96에 기반을 둔 공중급유기, 열차에 RS-24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바구진 시스템, Mi-24N 공격헬기 개량형 등이 예산 문제로 제안이 거부되거나 개발이 취소되는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크림반도 합병의 부정적 여파
해군은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제재와 함께 우크라이나와 관계가 깨지면서 선박용 가스터빈 도입이 어렵게 됐다. 그 결과 해군 함정 도입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러시아는 흑해함대용으로 제작되었지만, 가스터빈 엔진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호위함 3척을 인도에 팔았다. 인도는 우크라이나에서 필요한 엔진을 도입할 예정이다.  
 
가스터빈 엔진 문제는 신형 함정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 해군은 대형 호위함 개발을 중단하고 호위함보다 작은 초계함으로 대체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은 초계함에 시리아에서 사용된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등을 탑재하여 장거리 공격 능력을 부여할 계획이다. 그러나 항속거리가 짧아 먼바다 항해가 어려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에서 열린 크림반도 합병 4주년 기념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환호하는 시민들. [EPA]

지난해 3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에서 열린 크림반도 합병 4주년 기념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환호하는 시민들. [EPA]

 
러시아는 선박용 디젤엔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루빈급 순찰함에 장착된 중국제 디젤엔진이 고장 났고, 다른 함정에 장착된 중국제 디젤엔진도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는 필요한 가스터빈과 선박용 디젤엔진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쯤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 해군함정 건조업체들은 계속해서 대형 상륙함, 구축함, 항공모함 건조 가능성을 미디어에 흘리고 있지만, 성사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2030년대 말까지 핵 추진 항공모함 확보를 위해 10만 톤급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드라이 독을 가진 조선소를 만들 예정이지만, 예산 문제를 겪는 상황에서 항공모함 건조를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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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로 치이는 러시아 방위산업
위에 언급한 사례들은 분명히 러시아제 무기와 방위산업이 가지는 문제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 2위 무기수출국이다. 크림반도 합병 여파로 러시아제 무기를 도입하는 국가들은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감수해야 하지만, 아직도 러시아제 무기는 여전히 많이 팔리고 있다. 아방가르드나 지르콘 같은 극초음속 무기, 포세이돈 핵 추진 무인잠수정 등 새로운 무기도 속속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첨단기술로 적보다 우위에 선다는 제3차 상쇄전략을 내세운 미국, 기술 탈취를 위해서라면 적 아군 안 가리고 기술 도둑질에 여념이 없고 국방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중국 사이에 끼어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중국이 기술을 얻기 확보할 목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족한 외화 때문에 Su-35 전투기와 S-400 지대공 미사일을 판매했다.  
 
인도의 C-17등 미국제 무기 도입은 러시아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사진 인도 공군]

인도의 C-17등 미국제 무기 도입은 러시아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사진 인도 공군]

 
미국은 과거 러시아제 무기 주요 도입국이었던 인도에 C-17, C-130 수송기, CH-47 헬기, P-8 해상초계기, AH-64 공격헬기 등을 팔았고, 이제는 F-16 전투기를 제안하고 있다. 인도가 F-16 전투기를 구입한다면 생산라인도 이전할 계획이다.  
 
중국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전차, 잠수함, 군함, 무인기 등을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에 판매하고 있다. 러시아제 무기를 발판 삼아 발전한 중국제 무기가 러시아제 무기를 파괴하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2012년 수단 정부군이 중국제 96식 전차로 남수단군 T-72 전차를 격파했다. 시리아에서는 중국제 대전차 미사일이 시리아군이 운용한 러시아제 전차를 파괴했다.  
 
중국 국방예산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2017년 기준으로 미국이 6020억 달러, 중국이 1505억 달러였다. 중국의 엄청난 국방예산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 방위산업계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 2018년 4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중국 업체 7곳이 세계 20대 방위산업체에 들었다고 밝혔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집계에 의하면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무기 수출국이 되었다.
 
2018년 신년 초계비행에 나선 국산전투기 FA-50 편대 [사진 공군제공]

2018년 신년 초계비행에 나선 국산전투기 FA-50 편대 [사진 공군제공]

 
우리나라 방위산업에 주는 교훈
러시아제 무기는 아직도 세계시장에서 매력이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사후관리 문제와 부풀려진 성능 등으로 인해 다른 경쟁국들에 자리를 내줄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무기 수출은 단지 무기 성능과 가격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나라 국제 정치적 영향력이 더 큰 결정 요소다. 하지만 중국 부상은 러시아제 무기 앞날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다.  
 
그런데 중국제 무기 발전은 우리 방위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전투기 도입을 검토하는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산 FA-50이 중국과 파키스탄이 공동 개발한 JF-17과 경쟁하는 구도가 됐고, 이 추세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공들이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국가들은 자주포와 무인기 등 중국제 무기 주요 수입국이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명품이라는 포장보다 내실 있는 가격과 성능이 필요하다. 미국 업체들이 자신들 무기를 선전할 때 사용하는 “전투에서 입증된 (Battle Proven)”이라는 구호가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최현호 군사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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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