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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구속해야 한다”던 검찰, 왜 ‘무혐의’ 처분했나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3일 새벽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법무부에 의해 긴급출국금지조치를 당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철저한 진상규명' 지시로 김 전 차관에 대한 특수강간 등 혐의에 대한 검찰 재수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 전 차관 측은 "왕복 티켓을 끊었다"며 "도주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김 전 차관과 관련한 논란은 더 불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중앙일보가 논란의 불씨가 된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에 대해 정리해봤다. 

 
검찰 1차 수사팀 "김학의 구속해야 합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김학의 전 차관이 맞습니다. 구속해야 합니다."
 
2013년 7월,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자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수사팀이 보인 반응이다. 당시 수사팀의 한 검사는 '별장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맞다"며 "빨리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 1차 수사팀이 4개월 뒤 내놓은 결론은 김 전 차관의 성폭행 등 혐의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었다.
 
그렇다면 김 전 차관의 '구속'까지 언급했던 수사팀이 4개월 만에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은 이유는 뭘까. 혹시 '잘 나가던 검사' 김 전 차관을 비호하려는 세력이 '외압'을 행사한 것은 아닐까.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검찰이 조직적으로 나섰던 걸까. 이로 인해 부실수사로 이어졌고 사건의 진상은 축소·은폐된 것은 아닐까.
 
피해 주장 여성 녹취록…"윤중천을 엮어야 한다"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환에 불응한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뉴스1]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환에 불응한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검찰 1차 수사팀은 '외압' 등 모든 사항을 부인했다. 그렇다면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이유는 뭘까. 알려진 대로 무혐의 처분의 결정적 이유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부족'과 '증거 불충분'이었다. 중앙일보가 만난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경찰이 송치한 자료에 있던 100여개의 통화 녹음 파일에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100여개의 녹음 파일과 녹취록은 김 전 차관과 윤씨 등에 의해 강간과 폭행, 상습강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던 최모씨와 권모씨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김 전 차관 등의 불기소결정문에 따르면 당시 두사람의 통화·대화 녹음에 "윤중천을 엮어야 한다" "피해자를 2~3명 더 모아야 윤중천을 구속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나온다. 이에 수사팀은 두 여성이 허위 진술을 위해 사전 모의를 했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추가 수사에 돌입했다.
 
당시 수사팀은 최씨가 김 전 차관과 윤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점인 2008년 3월, 자신의 삼촌을 윤씨에게 운전기사로 소개해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최씨가 권씨에게 "윤중천과 나는 돈 문제만 빼면 그냥 인간적인 관계다"라고 말하는 대화 내용 등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들을 다수 확인했다.
 
수사팀은 김 전 차관과 윤씨 등에 의해 성폭행 및 불법촬영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이모씨에 대해서도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수사팀은 ▶이씨가 윤씨로부터 명품숍 개업과 서울 역삼동의 전세보증금 등 경제적 지원을 받았고 ▶이와 관련해 윤씨가 이씨를 횡령 건으로 경찰에 고소했을 당시 경찰에 성폭행이나 폭행, 성접대 강요 등의 진술을 전혀 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이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별장 동영상' 여성 특정 안 돼"…2차 수사에도 무혐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차 수사팀의 무혐의 결론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이듬해 이씨가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하며 '김학의 사건'은 또다시 부상했다. 이씨가 '별장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자신이라고 밝힌 것이다.
 
앞서 1차 수사 당시 검찰은 "해당 동영상의 촬영 시기와 여성의 신원이 특정되지 않는다"며 김 전 차관과 윤씨 등의 불법촬영 및 성폭행, 성접대 혐의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검찰이 2차 수사에 돌입했지만 김 전 차관의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해선 또다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앞서 1차 수사팀의 조사와 마찬가지로 검찰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씨가 1차 수사 때와 달리 2차 수사에선 "내가 동영상 속 여성"이라고 밝혔지만, 검찰은 이번에도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 점 등을 들어 해당 여성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이씨는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그 사람들의 힘과 권력이 무서워서 뉴스를 보고 너무 놀라 굉장히 불안해 있던 상황"이라며 진술을 바꾼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성관계 묘사하라"…수사기관의 2차 가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한국여성의전화'와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 1천33개 단체 공동주최로 열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 전 차관 성폭력 사건'의 피해 주장 여성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한국여성의전화'와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 1천33개 단체 공동주최로 열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 전 차관 성폭력 사건'의 피해 주장 여성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두 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그래도 논란은 남는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부실수사 논란이 대표적이다. 실제 1차 수사 당시 검찰 수사팀도 경찰과 마찬가지로 동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라는데 대해선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수사팀은 김 전 차관이 사실관계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동영상 속 여성을 찾지 못해 다른 혐의를 추가로 인지해 수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의 1차 수사 당시 김 전 차관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 수색을 하지 않는 등 유독 김 전 차관에 대해 수사가 부실한 정황이 여럿 나타났다. 검찰에 앞서 수사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유독 김 전 차관의 혐의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선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등 미적거리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압' 논란도 일었다. 검찰 1·2차 수사팀은 모두 "당시 외압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직접 외압을 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당시의 분위기가 경찰에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외압 가능성을 거론했다.
 
당시 피해 주장 여성들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2차 가해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씨의 당시 진술 조서를 보면 검찰이 성폭행 상황을 묘사하라거나 성폭행 상황에 "왜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반복해 질문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힘들다는, 이른바 '피해자답지 않다'는 취지의 표현도 적지 않게 나온다.
 
文 대통령 "철저한 진상규명"…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함께 책임을 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은 낱낱이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함께 책임을 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은 낱낱이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 그 과정에서 진실이 축소·은폐됐을 가능성에 대해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1년 가까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팀이 한차례 재구성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해 활동 기간이 5월말까지로 두달 연장됐다.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당시 수사팀의 검찰권 남용과 새로 드러나는 혐의에 대해 재수사 가능성이 열려있다. 외압 등의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당시 수사팀에 대해 직권남용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검찰 지휘라인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김 전 차관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특수강간을 제외하곤 뇌물 및 성접대 등 대부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검찰의 재수사가 진행되더라도 두 차례 무혐의 처분된 특수강간 혐의가 다시 입증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김 전 차관 외에 윤씨가 '접대'한 또 다른 고위 공직자 등 '특권층'이 새로 언급될 가능성도 있다. 윤씨 지인에 따르면 윤씨는 사업이 기울기 시작한 2008년 이후부터 김 전 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과의 만남이 상당수 줄어들었다고 한다. 주변에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등의 모습이 나타난 것도 바로 이 시점부터다. 이 때문에 윤씨가 알고 지낸 '특권층' 상당수가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정부(노무현 정부) 인사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윤씨는 당시 여권 핵심부와 상당히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있던 사업가 A씨와도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정·이병준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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