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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빗나간 혐오 감정 끔찍…사랑이 모두 증발해 숨쉬기 어려웠다

촛불·탄핵을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집 『디디의 우산』을 쓴 작가 황정은. [사진 채널예스]

촛불·탄핵을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집 『디디의 우산』을 쓴 작가 황정은. [사진 채널예스]

소리 없이 강한 작가. 소설가 황정은(43)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잔잔하게 감염시키는 스타일 말이다. 그가 2년 여만에 펴낸 연작소설집  『디디의 우산』의 ‘작가의 말’ 가운데 다음 문장이 시선을 붙잡았다. “‘디디의 우산’을 선택한 이유는 디디가 혁명, 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독자 북토크에도 400여 명 몰려
 
웬 혁명? 염증 혹은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은 얼핏 혁명의 불가능성 쪽에 가깝다. 소설집을 이루는 두 편의 중편 가운데 ‘d’에서는 환멸로부터 탈출할 수 없는 현실을 개탄하고,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에서는 90년대 학생운동권의 어떤 감수성 부족을 꼬집어 지적해서다.
 
그간 황정은의 세계는 비정한 세상을 사는 삶의 윤리를 캐내거나 문제 삼는 편이었다. 이번 소설에서는 본격적으로 사회 현실을 건드렸다. 세월호, 촛불, 대통령 탄핵 사건이 주요 배경이다. 작가는 누가, 어떤 사건들이 단련시키나. 윤리에서 현실로 달려가는 황정은을 만났다.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지난달 창비의 독자 북토크에 400명이 몰렸다고.
“책이 예상보다 많이 나간다(출간 두 달 만에 2만 부). 북토크도 대개 40명 정도 모시는데 출판사에서 80명 얘기를 하길래 가능하면 많이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15년째 소설 쓴다. 꾸준한 독자들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독자를 더 만나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를 담았는데 결국 이번 소설이 소수자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
 
소수자성이라니.
“‘아무것도…’에서 주로 다뤘는데, 사람들이 흔히 상식이라고 얘기하는 태도들 때문에 배제돼온 입장들이 우리 사회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데 상식이 굳건한 논리를 갖춘 게 아니다. 상투적인 태도들인데 그에 밀려 소외되는 사람들이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디디의 우산』, 『아무도 아닌』, 『백의 그림자』(왼쪽부터)

『디디의 우산』, 『아무도 아닌』, 『백의 그림자』(왼쪽부터)

이번 소설의 인물 대부분이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들이겠다.
“그렇다. 비혼여성, 아이 키우는 여성, 미취학 아동, 성소수자, 장애를 지닌 여성이 나오는데, 실제 숫자가 소수라는 게 아니라 이들에게 소수자성이 있다는 거다.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되고, 스스로 위축된다는 면에서 그렇다.”
 
‘d’는 죽은 애인에 대한 애도가 두드러지는데.
“‘d’는 소수자성보다는 어떻게든 인물을 광장에 도달하게 하고 싶어서 썼다(여기서 광장은 촛불 광장이다). 여소녀라는 인물의 입을 빌린 ‘뜨거우니까 조심하라’는 마지막 문장을 쓰고 싶었다.”
 
‘작가의 말’에서 어떻게든 죽음에 대해 쓰지 않으면 더이상 소설을 쓰기 어려울 거라고 느꼈던 2014년 가을 상황을 소개했다. 그 죽음은 역시 세월호 희생자겠다.
“세월호 사건 자체보다 세월호 사건에 반응하는 당시 한국사회의 태도나 분위기에 대한 얘기다. ‘d’는 2016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썼는데 그때 한국사회는 숨쉬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소설을 쓰려면 사람이나 삶에 대해 계속 생각해야 하는데 사람을 생각한다는 자체가 너무 끔찍했다.”
 
 
“낙담의 세계관과 다퉈보고 싶어”
 
어떤 점이 그렇게 끔찍했나.
“일단 정치인들이 너무나 파렴치했고…(황정은은 10초가량 말을 잇지 못했다)세월호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지하철에서 욕을 하거나 에스컬레이터에서 툭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는데,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혐오 워딩도 너무 셌다. 환멸이나 낙담에 대해 쓰더라도 실은 모종의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내 사랑이 모두 증발해버린 것 같았다. 한국사회라는 공동체를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실감만으로 실제로 세상이 망하는 건 아니니까, 정말로 좋은 것들이 다 사라진 건 아니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믿고 싶어서 ‘d’의 마지막 장면을 쓰고 싶었다. 진공관의 뜨거움을 접촉하고 깜짝 놀라는 순간, 그걸 조심하라는 경고하는 문장 말이다.”
 
북토크 참가 독자들의 반응은.
“‘아무것도…’에 세월호, 촛불광장, 용산참사, 1996년 연세대 항쟁이 나오지 않나. 독자들도 겪은 사건들일 텐데 그와 관련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혐오 반응은 왜 생긴다고 보나.
“지금 열심히 생각하는 궁금증이다. 어떤 시대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같기도 해서 한국전쟁은 물론 그와 강력히 연결된 1·2차 세계대전 관련 책들을 이것저것 읽는다. 젊은 사람들의 세월호 혐오 반응은 개인의 책임만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사회 분위기와 관련 있는 것 같다. 언론도 문제고 책을 많이 읽지 않는 현상, 책 읽기 어려운 쪽으로 교육 커리큘럼이 짜이고 삶의 과정이 구축되는 현실도 문제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바탕의 세계관이 그리 비관적이지는 않다.
“내게 낙담의 세계관이 있는 건 사실이다. 생각이 바뀐다. 지금은 낙담의 세계관과 다퉈보고 싶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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