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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칼럼] 전세계 청소년들의 환경시위를 보며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지난 주 세계 각지에서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폭염, 폭설, 산불 등 이상기후로 인한 환경재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전세계 100여 개국 청소년들이 지구의 미래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실행하라고 촉구하는 국제 동맹휴업을 진행했다.
 
영국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를 시작으로 ‘기후를 위한 청소년 파업(Youth Strike for Climate)’으로 명명된 청소년들의 동맹휴업 캠페인이 3월15일 전 세계 500여개 도시에서 진행됐다. 시드니에서만 3만 명의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타운홀 광장에서 하이드파크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기사를 읽어보니, 이 캠페인은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에 의해 시작됐다고 한다. 심각해진 기후변화에 세계적 경각심을 이끌어내고자, 2018년 8월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등교 대신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고, 이에 수백만 명이 공감해 이번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청소년들의 주장은 합리적이고 당차다.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하지만, 기후변화가 지구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에 가는 건 무의미하다. 왜 존재하지도 않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하느냐”며 동맹휴업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나의 미래보다 지구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시각으로서 말이다.
 
이번 달 초 발표한 선언문에서 청소년들은 각국 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대책을 약속해놓고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어른들은 미래에 관심 없다. 우리 눈앞에서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들이 거리로 나온 건 그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에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섰다. 오마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중·고생 300여명이 주축이 된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3월15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후악당국가 탈출’을 선언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우리의 마지막 봄’(It was our last spring)이라는 해시태그(#) 운동도 벌이며, 환경 문제가 자신들의 삶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아래 직접 시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동안 대한민국은 지구에 매우 유해한 ‘기후 악당국가’라는 괴물이었다. 2016년 영국 기후행동 추적(CAT)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빠르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한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대한민국을 ‘세계 4대 기후악당’으로 지목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9년에도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 지수(CCPI)에서 100점 만점에 28.53점, 조사대상 60개국 중 57위를 차지했다. 그래서 이번 청소년들의 시위구호도 ‘기후 악당국가 탈출’이었다.
 
청소년들의 시위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로서의 마음은 그저 한없이 부끄럽고 또 한편으론 자랑스럽다. 지구의 미래까지 사려깊게 돌보지 못하고 지금의 편리함만을 추구해온 어른들의 민낯을 들킨 것 같아서다. 우리세대가 하지 못한 일들을 미래세대가 행동에 옮기는 것을 보자니 더없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기성세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것이다. 학교 공부와 대입 준비에 몰두해야 할 자녀들이 거리로 나서고 동맹휴업까지 한다고 하니, 걱정하는 부모들도 많을 게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학생의 본분은 학교 공부 뿐이라는 어른들의 조언엔 아랑곳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성세대의 한명으로서, 청소년들의 시위를 적극 지지하며 기성세대도 이들과 함께 더욱 강력하게 환경운동을 펼쳐나갔으면 한다.
 
미래세대란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태어났어도 참정권이 없어 국가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지만, 현재 세대의 의사결정에는 영향을 받는 세대를 말한다. 현재 세대는 자신의 편리함과 경제적 이득에는 관심이 높으나 불과 20~30년 후의 환경에 대해서는 깊게 신경쓰지 않는다. 다시 말해, 어른들에게만 지구의 미래를 맡겨둘 수 없으니,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은 참정권이 없다면 거리로 뛰쳐나와 기성세대와 손잡고 제 목소리를 스스로 내야 한다.
 
아직 거리로 나오지 않는 청소년들도 이 친구들과 연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사는 세상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자리에서 실천할 때 공부는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교과서를 머릿속에 정확하게 입력하는 것을 공부라고 믿는 환경에서, 대입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사교육의 광풍 속에서 학생들이 전세계 청소년들과 함께 거리로 나와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연필대신 손팻말을 든 청소년들이 공부 안 할까봐 걱정하거나 혀를 차는 기성세대가 해야할 일은 하나다. 그들이 교실로 돌아가 학문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환경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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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