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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파격 혜택 없으면, 제로페이 있으나 마나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정부와 서울시에서 의욕적으로 도입한 제로페이가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정부와 서울시에서 의욕적으로 도입한 제로페이가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정부와 서울시가 중소상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오프라인 간편결제시스템 ‘제로(0)페이’가 외면받고 있다. 제로페이는 기존의 신용카드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고 QR코드·바코드를 통해 소비자(사용자) 계좌에서 판매자(상인) 계좌로 결제대금을 이체하는 방식이다. 구조가 단순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중소상인의 결제 수수료율(0~0.5%)은 신용카드(0.8~2.3%)의 절반 수준도 안된다. 하지만 수십억원을 들이고도 사용률이 ‘제로’에 가까워 ‘제로페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제로페이의 2월 일평균 사용실적은 1893만원이다. 1월(912만원)보다는 두 배 정도로 늘었다. 월간 사용실적도 1월 2억8300만원에서 2월에는 5억3000만원으로 늘었다. 3월 들어서는 11일까지 일평균 사용실적이 3200만원대로 올라왔다. 하지만 1월기준 제로페이의 결제 비중은 개인카드(신용·직불카드 등) 결제금액(58조1000억원)의 0.0004% 수준이다. 개발·홍보에 세금 30억원을 넘게 투입한 결과치고는 초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여론의 반발을 샀던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축소 발언도 제로페이 실적 저조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이 나온다. 신용카드 혜택을 줄여 제로페이 실적을 늘리려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신용카드(15%)의 두 배가 넘는 40%에 이르는 높은 소득공제율이 제로페이 확대 방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신용카드·간편결제 업계는 제로페이 실적 저조의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경쟁 상대인 신용카드에 비해 사용자를 끌어들일 만한 요인이 없고, 사용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결제를 제외한 결제시장에서 신용카드의 비중은 78.7%에 이른다. 신용카드가 압도적으로 많은 건 각종 할인·적립 등의 혜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용카드 정보사이트인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대중교통이나 이동통신 요금을 할인해 주거나 포인트 적립률이 높은 카드가 단연 인기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심지혜(40)씨는 “신용카드를 3장 쓰는데 각각 통신요금, 정수기, 아파트 관리비 할인을 위한 카드”라며 “할인 요건을 맞추기 위해 현금이 있어도 카드를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제로페이는 이런 혜택이 없다. 정부와 서울시가 앞으로 서울시의 공유자전거인 따릉이나 공영주차장 할인 등을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예정’이고, 한시적이다. 정부는 소득공제율 40%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총소득의 25% 이상을 사용해야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18 조세특례 심층평가’에 따르면 소득공제율 상향에 따른 사용 실적 증가 효과도 크지 않다.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두 번에 걸쳐 전통시장에서의 신용카드 공제율을 40%까지 상향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은 “소득공제만으로 신용카드의 각종 혜택과 소비자의 소비 관성에 맞설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마당에 사용하기도 불편하다. 제로페이로 결제하려면 소비자는 ①제로페이 결제를 지원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실행 ②개인 비밀번호 입력 ③점포에 비치된 제로페이 QR코드 스캔 ④결제금액 입력이라는 4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게 주인이 제로페이로 결제한 돈이 자신의 통장에 입금됐는지 최종 확인해야 한다. 한 번 결제하는 데 30초에서 1분 정도 걸린다. 10초 안팎이면 결제가 끝나는 신용카드와 비교된다. 정부는 이 같은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결국 중간결제사업자인 밴(VAN)사와 함께 기존의 카드결제단말기(포스기)와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신용카드처럼 포스기를 통해 결제하도록 하면 스마트폰을 열고 QR코드를 찍는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증가하는 결제 비용은 은행 등 간편결제 사업자가 부담한다. 연태훈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등의 간편결제 사업자가 공익적 차원에서 손실을 감내하는 방식으로는 제로페이가 지속성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제로페이 확대에 힘을 모을 계획이다. 이미 투입한 30억원 외에 올해에만 홍보비 등으로 60억원을 더 들인다.  
 
6대 편의점과 60여 개 프랜차이즈로 제로페이 가맹점을 늘리고, 사용자 할인 혜택 등을 늘려갈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제로페이 사용자가 늘어야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사용처와 사용자 확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로페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현실적인 유인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지 않으면 2017년 서울시가 10억원을 투자해 만든 지브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브로는 택시기사는 물론 사용자(승객)의 참여율이 저조해 6개월여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현장의 수요·공급 예측에 실패한 대표적인 탁상행정으로 꼽힌다. 연 위원은 “제로페이 결제금액에 대해서는 소득 대비 지출이 25% 미만이어도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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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