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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 '루니스'도 北제재 주의···美, 文정부에 경고장

미국 정부가 불법환적 의심 선박 명단에 포함시킨 한국 선적의 '루니스'. 21일 오전 선박 정보 사이트인 '베셀 파인더(Vessel finder)'에 표시된 루니스의 정보.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불법환적 의심 선박 명단에 포함시킨 한국 선적의 '루니스'. 21일 오전 선박 정보 사이트인 '베셀 파인더(Vessel finder)'에 표시된 루니스의 정보. [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첫 대북 독자제재 카드를 빼들었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2월27~28일)에서 북·미가 ‘빈 손’으로 헤어진 뒤 3주여 만이다.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은 이와 함께 북한의 석탄·정제유 불법 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명단을 발표하면서 ‘루니스(LUNIS)’라는 이름의 한국 선적 선박을 포함시켰다. 대북 제재 이행에 한국 정부도 공조하라는 ‘경고장’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21일(현지시간)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북한의 대북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과 다롄 하이보 국제화물 등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제재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랴오닝 단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12일 보고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번호판 없는 벤츠 리무진 차량 운송에 관여했다”고 명시한 업체다.    
재무부는 “랴오닝 단싱은 유럽연합(EU) 국가에 주재한 북한 당국자들이 정권을 위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수시로 기만적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앞서 안보리 대북 제재 보고서는 “김 위원장의 벤츠 상당수가 중국 기업인 조지 마의 지시에 따라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서 중국 다롄으로 운송됐고, 그 후 랴오닝 단싱의 컨테이너에 선적됐다”고 지적했다.    
다롄 하이보는 북한 정찰총국(RGB) 산하인 백설무역회사에 물품을 공급하면서 제재 회피를 조력한 혐의다. 백설무역회사는 북한산 금속이나 석탄을 수출하거나 구매한 혐의 등으로 이미 제재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재무부는 “지난해 초 다롄 하이보가 중국 다롄에서 북한 선박에 화물을 실어 남포에 있는 백설무역회사로 수송했다”며 “북한 정권이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재로 랴오닝 단싱과 다례 하이보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민이 이들과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미국의 이번 대북 제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을 한층 더 압박하는 차원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전방위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해상에서의 불법 환적 등을 돕는 방식으로 북한의 '숨통'을 열어준 게 사실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경제 봉쇄 강화로 북한의 숨통을 조이면서 하노이에서 미국이 요구한 비핵화 조치를 받아들이라는 대북 압박 조치"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내주 미·중 무역협상 재개를 앞두고 중국 해운회사를 콕 집어 제재함으로써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도 있어 보인다.  
 
이번 제재에서 주의보 대상에 한국 선적 선박(루니스)이 처음 포함된 것도 이례적으로, 눈여겨볼 대목이란 지적이다.  
루니스는 주의보에서 북 유조선과 석유를 불법 환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제3국 선박 18척에 포함됐다. 루니스는 5412t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으로 부산 A해운사가 소유주다. 한국 선박을 직접 제재한 건 아니지만 감시 대상에 포함한 셈이다. 재무부는 불법 환적 선박의 기항지로 부산·광양·여수항 등 3개항을 지도에 표기하기도 했다. 재부무는 이밖에 석유 불법환적 북 유조선 28척, 석탄 불법 무역에 연루된 선박 49척 등 총 95척 선박 이름을 공개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 한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루니스가 북한의 정제유 및  석탄 불법 환적에 관여하고 있다고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양국 정부가 정보를 공유한 상황에서 루니스를 주의보에 적시한 셈이다. 
이와 관련 루니스호의 소유주인 A해운사 관계자는 “우리도 보도를 보고 배 이름이 나온 걸 처음 알았다”며 “우리쪽엔 알리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니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루니스호는 지난해 9월 출항보류 조치를 받고 외교부 등을 통해 조사를 받았다. 중국 선적 배에 유류를 옮겨실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차원이었는데 무혐의로 결론이 나서 지난해 10월 다시 정상 운항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는데 지금 왜 갑자기 이런 얘기가 나온 건지 당혹스럽다”라고도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는 "한국 선적 선박을 주의보 대상에 올린 것은 앞으로 대북 제재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한국 기업이나 선박도 미국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릴 수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며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남북관계 진전 의지를 밝히는 한국 정부에 미국이 공조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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