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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면 성적오른다고?…보드게임의 마법

요즘 보드게임은 단순한 놀이도구가 아니다. 주요 학습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재미있게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복잡한 한자 100여 개를 자연스럽게 외울 수 있다. 낯선 영어단어로 영작을 척척 해내게도 된다.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폭넓게 역사를 배우고, 딱딱하고 어려운 과학이론까지 보드게임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효과 때문에 초·중·고 수업에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 ‘전국 보드게임 교사 네트워크’ 주최로 전라남도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용 보드게임 연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올해 경기도 고양시는 관내 학교도서관 사서 교사를 대상으로 보드게임 워크숍을 열었다.
 
교과목 학습능률 높이고 문해력(Literacy) 키워
서울 송곡여고 교내 도서관의 한쪽은 얼핏 보드게임 카페의 카운터처럼 보인다. 백여 개가 넘는 보드게임이 쌓여 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방과 후에 자유롭게 학생증만 맡기고 보드게임을 할 수 있다. 
 
교사도 수업시간에 보드게임을 교구로 즐겨 활용한다. 이덕주 사서 교사는 “보드게임은 전 과목에 교구로 사용할 수 있다”며 “국사·지리·과학 시간뿐 아니라 미술 교과 등 다양한 협력수업에 보드게임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타임라인 한국사’나 ‘딕싯’, ‘왓츠 잇 투야’와 ‘카드라인 지리’ 같은 보드게임이 수업 시간에 유용하게 쓰인다.  
 
보드게임은 복잡한 이론을 쉽게 익히는 훈련을 하기에도 좋다. 최근 중요하게 부각되는 ‘리터러시 능력(Literacy·읽는 힘)을 자연스럽게 키워준다. ‘도서관에서 보드게임을’ 공저자 김승희 사서 교사(서울 경기기계공고)는 “리터러시는 규칙에 따라 맥락 내에서 일련의 상징을 읽고 해석하고 그것을 조작하는 능력을 키우면서 발달한다”며 “보드게임은 참여자가 규칙과 상징을 배우고, 그 상징에 대한 조작을 요구하기 때문에 ‘읽는 능력’을 높이는데 탁월한 도구”라고 분석했다. 실제 송곡여고 학생들은 도서관의 책 배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복잡한 KDC(한국 십진분류법)체계도 ‘다빈치 코드’ 게임을 응용해 쉽게 활용한다.  
 
이 교사가 최근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유형은 ‘정답이 없는’ 보드게임이다. 그는 영어단어를 익히면서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이 같은 게임으로 ‘apples to apples’를 추천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정답 있는 보드게임을 좋아하지만, 외국은 반대로 정답 없는 게임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정답이 있는 게임은 연대순으로 카드를 배열하는 식으로 주로 공부가 되는 게임이 이러한 종류다. 상식이 풍부해지고 자연스럽게 암기가 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선호하지만,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정답이 외워지기 때문에 흥미가 자연히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그는 “교과서적인 단일한 답과 객관식 시험에 입각한 단 하나의 정답을 요구해온 교육 속에서 정답이 없는 보드게임은 학생들의 학습효과에 더해 창의력과 추론 능력 등 미래 교육의 역량까지 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어·수학·과학 등 주요 교과목에 활용 가능
전남 동명초 허용진 교사(전국 보드게임 교사 네트워크 대표)는 4년 전부터 매주 수업시간마다 2, 3회 이상 보드게임을 활용한다. 국어와 수학뿐 아니라 전 교과목에 걸쳐 고루 활용하며 학습효과를 높인다.
 
“국어 시간엔 ‘딕싯’과 ‘이야기톡’을 활용해 이야기를 직접 창작하고 슬로 리딩을 합니다. 역사 시간에는 ‘승경도’로 놀이하다 보니 아이들이 조선 시대 벼슬 이름을 종 9품부터 저절로 다 외우더군요.”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언플러그드 보드게임으로 컴퓨팅 사고력을 익힌다.  
 
그가 보드게임을 학교 수업현장에 도입하게 된 계기는 영재교육을 연구하면서부터였다. 2013년부터 순천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다 보니, 딱딱한 문제 위주의 수학 대신 창의적이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시킬 도구가 필요했다. 이때부터 연구한 자료가 쌓여 지난해엔 동료 교사 9인과 함께 ‘교육용 보드게임 사용 설명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유튜브에 영상도 올렸다. 그는 보드게임의 학습효과로 ‘재미있는 반복성’과 ‘높은 학습력’을 꼽았다.
 
허교사는 “‘로보77’은 암산으로 덧셈 뺄셈을 하는 보드게임이에요. 3학년 정도 되면 사칙연산이 부족한 아이들이 문제집이나 보충교재로 반복 학습을 하면서 지루함으로 역효과를 보기도 해요. 그러나 이러한 게임으로 접근하게 되면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놀면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됩니다.”  보드게임의 학습 난이도는 종류에 따라 초등 저학년부터 고교생,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빛의 성질이나 중력의 개념처럼 딱딱한 중·고교 과학 교과의 물리적 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는 보드게임도 있다.  
 
그는 “보드게임은 계산부터 사소한 부분의 생각마저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컴퓨터가 자동으로 계산하고 정리해주는 인터넷 게임과 다르다”며 “초등학교뿐 아니라 최근 중학교에서는 자유 학년제에, 고교생은 학종에 유용하게 활용될 교내 수학동아리, 과학동아리 등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지은 객원 기자
허용진 교사 추천 보드 게임
◇ 초등 저학년
▶ 고피쉬 한자8급, 7급 1,2
-관련교과 : 창의적체험활동
-게임방식 : 한자를 보고, 말하며 같은 짝의 한자카드 찾기
-효과 : 기초 한자 습득  -난이도 : ☆
 
▶아이씨텐
-관련교과 : 수학
-게임방식 : 2개 이상의 숫자를 조합해서 10만들기
-효과 : 10의 보수개념 습득  -난이도 : ☆
 
▶롤러코스터챌린지
-관련교과 : 통합교과
-게임방식 : 롤러코스터 건축물을 직접 조립하며 미션 해결하기(1인용 보드게임)
-효과 : 문제해결력, 탐구심, 조작적 능력 향상  -난이도 : ☆
 
◇ 초등 고학년
▶ 딕싯, 이야기톡
-관련교과 : 국어
-게임방식 : 그림카드를 바탕으로 심리게임하며 최고의 이야기꾼 되기
-효과 : 의사소통, 상상력, 문예창작능력 향상  -난이도 : ☆☆
 
▶ 로보77
-관련교과 : 수학(수)
-게임방식 : 덧셈, 뺄셈 암산을 통해 77을 넘지 않기
-효과 : 수 암산능력 향상  -난이도 : ☆☆
 
▶ 라보카
-관련교과 : 수학(도형)
-게임방식 : 서로 협력하며, 건축물을 완성하여 미션 해결하기
-효과 : 문제해결력, 공간지각능력향상  -난이도 : ☆☆☆
 
▶ 승경도
-관련교과 : 사회(역사)
-게임방식 : 윤목을 굴려 신분이 결정되고, 그 신분에 따라 조선시대 벼슬살이를 하기
-효과 : 조선시대 유교사회 문화 습득  -난이도 : ☆☆
 
▶ 엔트리봇폭탄대소동, 초밥코딩
-관련교과 : 실과(SW)
-게임방식 : 언플러그드 보드게임으로 명령어, 수집형 형태의 반복훈련
-효과 : 컴퓨팅사고력 향상  -난이도 : ☆☆☆
 
◇ 중·고교생
▶ 포비든아일랜드
-관련교과 : 자유학년제(민주시민교육)
-게임방식 : 모든 플레이어가 서로 의사소통 및 협력 하며 서서히 가라앉는 섬에서 4개의 성물을 찾아 함께 탈출하기
-효과 : 문제해결력, 의사소통, 팀워크, 협력향상  -난이도 : ☆☆☆☆
 
▶ 도전 골든벨
-관련교과 : 자유학년제
-게임방식 : KBS도전 골든벨 아나운서의 설명에 따라 문제를 풀며 최종우승자 되기
-효과 : 일반상식, 시사상식 습득  -난이도 : ☆☆☆☆
 
▶ 레이져메이즈, 그래비티메이즈
-관련교과 : 과학(물리)
-게임방식 : 빛의 직진 성질, 중력을 이용한 미션 해결하기(1인용 보드게임)
-효과 : 문제해결력, 탐구력 향상  -난이도 : ☆☆☆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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