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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랑하던 문학에 그의 피땀을 돌려드렸어요”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 김윤식 문학평론가. 그는 살아생전 기부의 뜻을 밝혀왔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 김윤식 문학평론가. 그는 살아생전 기부의 뜻을 밝혀왔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별세한 문학평론가 김윤식(1936~2018) 전 서울대 명예교수의 부인인 가정혜(84)씨가 재산 30억원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국립한국문학관에 기부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가씨는 지난 15일 기부 약정식을 맺고 이같이 합의했다. 약정서에 따르면 30억원은 ‘김윤식 기금’으로 문학계 발전에 활용될 예정이다.
 
가씨는 21일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30억원은 남편이 평생 피땀 흘려 원고를 쓰며 번 돈을 쓰지도 않고 모은 돈이다. 나는 이 돈을 한 푼도 쓸 수 없다고 생각해서 남편에게 상속받은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씨는 김 교수의 유일한 유족이다. 그는 “기부는 남편의 살아생전 뜻을 따른 것이다. 남편이 죽기 전에 기부 액수나 기부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었지만, 평소에 기부에 대한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회고했다.
 
기부처를 국립한국문학관으로 지정한 까닭에 대해서는 “마침 국립한국문학관이 새롭게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남편이 살아있다면 나의 이러한 선택을 가장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심한 끝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평생 사랑하던 문학에 남편의 재산을 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병원에 들어가는 날까지도 원고를 쓸 정도로 문학을 사랑했다. 죽어도 여한 없이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며 울음을 삼켰다.
 
김 교수는 평생 한국 문학을 연구하고 현장 비평을 하면서 200여 권의 저서를 내놓은 학자다. 1973년 첫 저서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를 펴낸 뒤 한국적 근대성이 지닌 의미를 문학 사상의 차원에서 평생 연구해 국문학계 거목으로 우뚝 솟았다. 이론서 『한국근대문학사상』 『한국근대작가논고』 『한국근대문학과문학교육』 등을 펴냈고 김동인·이상·염상섭·김동리 등 주요 작가들의 삶을 추적한 평전도 써냈다.
 
가씨는 김 교수의 저작권과 유품 전부도 2022년 말 개관 예정인 국립한국문학관에 넘기기로 했다. 유품에는 김 교수가 소장했던 희귀 서적과 문학사적 가치가 높은 자료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가씨는 “자료의 상당수는 남편이 글을 쓰기 위해 참고삼아 적어놓았던 메모와 공책들이다. 남편은 도서관에 있는 신문을 뒤져가며 자료를 찾고 그것들을 공책에 베껴가며 글을 쓰곤 했다. 이런 흔적들을 모두 모아 문학관에 넘길 것”이라고 했다.
 
기부 과정에선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발 벗고 나섰다. 가씨는 “김영란씨는 남편이 매우 아끼던 제자다. 내가 기부하겠다고 말하니 돕겠다고 나서서 법적인 세부 절차를 처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기부에 대한 모든 진행 과정을 사모님 혼자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계자들을 만날 때 내가 동행한 것뿐이다. 모든 것은 사모님이 하신 일”이라고 말했다.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 간사를 맡은 정우영 시인은 “장서와 자료 목록은 교수님의 작업 방식을 잘 알고 있는 사모님이 직접 정리해서 넘겨주기로 했다. 자료는 세종시의 국립세종도서관에 마련한 문학관 수장고에 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음 주 가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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