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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사람 탓” 논문 내자, 지열발전 측이 날 제소해 황당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21일 고려대 연구실에서 포항지열발전소 인근 지역에 설치해둔 지진계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21일 고려대 연구실에서 포항지열발전소 인근 지역에 설치해둔 지진계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최정동 기자]

“국민소득 3만 달러 선진국에서 3000달러 후진국 사태가 발생한 것.”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20일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으로 인한 인공 지진’이라고 결론을 내리자, 이진한(62)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밝힌 소회(所懷)다. 이 교수는 지난해 4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2017년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여부 조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논문 발표 후 지난 1년간 심한 속앓이를 해야 했다. 지열 발전 연구과제를 맡긴 정부는 물론, 관련 학계·기업들이 그에게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21일 고려대 자연계 캠퍼스 연구실을 찾아 김 교수를 만났다.
 
20일 발표장엔 왔었나.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가 남달랐겠다.
“발표 시작 30분쯤 전에 행사장에 도착했다. 입추의 여지가 없어 깜짝 놀랐다. 사실 논문 발표 후 지난 1년간 마음고생 좀 했다. 외국 학계에서는 자연지진이 소수의견이었는데, 국내에서는 대다수가 자연지진을 지지해 당황스러웠다. 여러 가지 일이 많았지만, 지열발전 주관기관인 넥스지오가 우리 연구팀을 연구윤리위반 혐의로 대학에 제소한 게 제일 황당했다. 우리가 자료를 무단 도용했다는 주장이었다. 넥스지오는 사이언스에도 논문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결론은 당연히 ‘무혐의’였지만, 해명서와 답변서를 쓰느라 고생이 많았다. ‘지진을 잘 모르는 교수가 황당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와 연구자들의 비난 목소리도 들려왔다.”
 
지진 연구자가 아닌, 단층 연구자라 들었다. 포항지진을 앞서서 깊이 연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7년 초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과제로 경주지진을 일으킨 단층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때 지열발전 실험을 하고 있는 포항지역에 소규모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을 알게 됐다. 경주지진의 영향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 지열발전소 주변에 이동식 지진계 8대를 설치했는데, 5일 뒤 실제로 그 일대에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시민들께 죄송한 얘기지만, 연구자 입장에서 보자면 굉장히 운이 좋았다.”
 
지금도 포항지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나.
“8대이던 지진계를 지진 발생 후 24대로 늘려서 지금까지 계속 연구하고 있다. 지진 후 여진을 정확하게 관찰하기 위해서다. 기상청 과제로 영남권 지진에 대해 조사 중인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도 같이 참여하고 있다. ‘땅 밑을 원상태로 돌려놔라’는 요구가 있는데, 지진 후 모든 것이 변한 상태라 불가능한 얘기다. 지금은 물을 넣어도 빼도 안된다.”
 
2017년 11월 15일 지진으로 무너진 포항시 북구의 건물들 모습. [연합뉴스]

2017년 11월 15일 지진으로 무너진 포항시 북구의 건물들 모습. [연합뉴스]

포항지진을 막을 기회가 최소 4번은 있었다고 말했는데.
“그렇다.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에서 2000~3000달러 후진국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무지(無知)와 자료 해석 부실, 안전관리 부재 등으로 참사를 막을 기회를 놓쳐버렸다. 기회는 경주지진 전부터 왔다. 2015년 10월 시추 작업 중 이수(泥水:수분을 머금은 진흙)가 대거 유실돼 지진이 발생했다. 이수 누수와 지진은 시추공이 단층대를 건드렸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때 시추작업을 멈추고 정밀조사를 해야 했다. 2016년 1월에도 물 주입 양보다 큰 규모(2.1)의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지열발전에 참여한 스위스 기업 지오에너지의 대표인 마이어 박사가 의문을 제기하고 2차 물주입을 하기 전에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이 의견은 묵살되고 2차 물주입이 강행됐다. 세 번째 기회는 2017년 4월15일 규모 3.1의 지진 발생했을 때였다. 이때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물 주입 중단과 정밀조사를 해야 했다. 또 미소지진 분석이 부실해 단층대에 물을 넣는 것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것도 참사를 일으킨 원인이다.”
 
그래도 민간기업이 한순간 망할 수도 있는 상황을 무시했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중간에 경주지진도 있지 않았나.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의 일정이나 관료들의 재촉에 쫓긴 건 아닐까.
“나도 궁금하다. 인근에서 지진이 났다면 당연히 점검을 해야 했다. 원자력발전소를 봐라. 인근에서 지진이 나면 규제기관이 나서서 가동을 중지시키고 점검을 한다. 지열발전소에도 지진과 같은 상황에 대비한 신호체계와 대응 시나리오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전의 경우처럼 외부 규제 기능은 없었다. 그들은 계속된 지진에도 멈추지 않았다. 당시가 넥스지오가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쫓기고 있던 시점이라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번에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포항지진의 원인이 밝혀졌는데, 앞으로 어느 나라든 심부 지열발전은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스위스와 프랑스·독일 등 8곳에서 이미 심부 지열발전소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관리도 잘하고 있고 큰 문제가 없다. 미국도 최근 유타에서 심부 지열발전을 위한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했다.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분명히 파악하고 계속 연구해가야 한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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