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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뛰어나면 대출 OK…문재인표 벤처 붐 시동

정부가 은행 대출심사 시스템을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 위주로 개편한다. 유망 중소·벤처기업의 코스닥 상장도 돕는다. 기술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관련 부처와 금융권의 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 담보와 과거 실적 위주의 여신 관행이 혁신 창업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며 “미래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혁신금융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애플과 아마존은 혁신금융의 도움으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우리도 아이디어와 기술력 같은 기업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금융투자회사 등 금융업계 대표들이 참석했다.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2017년 5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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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법무부 등은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공동 발표했다. 정부는 기업이 부동산 외에도 특허권이나 생산설비·재고자산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 금융위원장은 “향후 3년간 혁신 중소·중견기업에 100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고 바이오와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업 80개의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지금까지는 기술력이 뛰어나도 매출액 등 과거 재무실적이 부진하면 여신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웠다”며 “앞으로는 기술금융 평가에 따라 대출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자 기업이라도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신용등급’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코스닥 시장의 상장 문턱도 낮아진다. 우선 바이오 등 업종별로 맞춤형 상장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바이오·벤처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원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기술특례 기업의 상장 절차도 간소화된다. 외부 평가기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경우 거래소의 기술평가 심사를 거치지 않고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코스닥위원회의 독립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현장 실무자들 사이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혁신금융의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현장에서 대출 관행이 실제로 바뀔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금융회사가 혁신산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선 해당 임직원의 고의·중과실이 아니면 적극 면책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 방식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재무 지표인 기술력은 전문 심사역의 판단에 따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렵다”며 “현재 금융환경을 보면 기업금융 전담 인력의 전문성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벤처기업은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끊임없이 돈을 쏟다 보니 수차례 죽음의 계곡을 넘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대책으로 아이디어나 기술력이 뛰어난 벤처기업은 과거보다 자금조달이 수월해져 지속해서 성장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염지현·강태화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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