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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목성까지 그렸다…이성계가 만든 세계 첫 천문도

기자
송의호 사진 송의호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44)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많은 사람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일 것이다. 하늘의 모습을 순서대로 나누어 그린 지도라는 뜻이다. 별자리 그림이다. ‘한국의 정신과 문화 알리기회’(대표 김재웅)는 이 유물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천(全天, 하늘 전체) 천문도”로 규정한다. 5000년 전 고인돌에 별자리를 새긴 우리 조상의 높은 천문학 수준이 천상열차분야지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보 228호인 '천상열차분야지도' 석각(왼쪽)과 탁본(오른쪽). 석각은 1960년대 말 창경원에서 발견됐으며, 탁본은 석각이 마모되기 훨씬 전에 이루어졌다. [사진 문화재청]

국보 228호인 '천상열차분야지도' 석각(왼쪽)과 탁본(오른쪽). 석각은 1960년대 말 창경원에서 발견됐으며, 탁본은 석각이 마모되기 훨씬 전에 이루어졌다. [사진 문화재청]

 
천상열차분야지도, 고구려 별자리 그림이 바탕
이 천문도는 직육면체의 검은 돌에 새겨져 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왕조의 정통성을 보여주기 위해 권근‧유방택 등 11명의 천문학자에게 명을 내려 1395년 만들어졌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당시 전해진 고구려(BC 37∼AD 668)의 별자리 그림이 바탕이 돼 제작됐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석각’(폭 1m, 높이 2m)은 국보 228호로 지정돼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여기에는 중심에 북극을 두고 태양이 지나는 길인 황도(黃道)와 남북극 가운데로 적도(赤道)가 그려져 있다. 또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별이 망라돼 황도 부근 하늘을 12등분 한 뒤 1467개의 별을 점으로 표시했다. 이 그림을 통해 해와 달, 5행성(수성‧금성‧토성‧화성‧목성)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정신과 문화 알리기회’는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제작 연대로는 세계 두 번째이지만 관측 연대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규정한다. 즉 돌에 새긴 연대는 1395년으로 중국의 순우천문도(1247년) 보다 늦다. 하지만 천문도에 담은 하늘 모습은 1세기로, 순우천문도보다 무려 1000년이 앞선다는 것이다.
 
2018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형상화한 VR(가상현실) 쇼를 선보였다. [사진 KBS 방송 캡처]

2018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형상화한 VR(가상현실) 쇼를 선보였다. [사진 KBS 방송 캡처]

 
또 별의 밝기에 따라 밝은 별은 크게, 덜 밝은 별은 작게 그려 크기를 구분했다. 이 구분은 현대 천문학이 사용하는 별의 등급과 일치한다. 유럽에서는 200년 전에야 정밀한 수준의 전천 천문도를 만들었다. 그래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VR(가상현실) 쇼로 자랑스럽게 재현됐다.
 
신라 첨성대의 영향 받은 일본의 점성대
국보 31호인 경주 신라 첨성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다. [사진 문화재청]

국보 31호인 경주 신라 첨성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다. [사진 문화재청]

 
세계 최고의 천문도와 함께 국보 31호 첨성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다. 신라 선덕여왕(재위 632∼647) 시기 세워졌다. 첨성대의 각 부분을 이루는 숫자는 천문의 상징이 잘 표현돼 있다. 
 
몸통부의 석재 27단은 별을 기준으로 한 달의 공전 주기(27.3일)와 같고, 상부 정자석 2단을 합한 29는 초승달에서 다음 초승달까지, 즉 한 달의 날 수(29.5일)와 같다. 가운데 창문을 기준으로 위아래 각각 12단은 1년 12달과 24절기를 상징하고 몸통 석재의 총 숫자는 365, 1년의 날 수가 된다.
 
신라 첨성대의 영향을 받아 일본은 점성대(675), 중국 당나라에서는 주공측경대(723)가 축조된다. 이 밖에도 우리 조상은 방대하고 정밀한 천문 기록을 남겼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시대를 대표하는 사서에 기록된 천문 현상은 삼국시대 240개, 고려 시대 5000개, 조선 시대는 약 2만 개에 이른다.
 
이 중 태양 활동 기록은 독보적이다. 태양 흑점은 특히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1611년 처음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보다 1000년가량 앞선 640년 고구려에서 흑점을 관측한 기록이 등장한다. 『고려사』에는 1024년부터 1383년까지 흑점을 34회 관측한 기록이 나올 정도다. 우리는 이렇게 일찍부터 천문에 관심이 지대했던 민족이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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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