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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00원 깔창이 필수품? 신병교육대 앞 노점상 상술

지난 18일 낮 12시 경기 화성의 51사단 신병교육대 앞. 300여명 훈련병이 입소하는 이날 신교대 앞 도로에는 노점의 ‘장’이 열렸다. 깔창, 우표와 편지지, 선크림, 손목시계 등을 사느라 예비 훈련병과 가족들이 노점 좌판 앞에 줄을 섰다.
 
신교대 앞은 왕복 2차선 도로다. 도로를 따라 약 200m 간격으로 3곳의 노점상이 영업 중이었다. 사단 정문 앞 노점상이 가운데 위치를 차지했고, 앞뒤로 다른 2개 노점상이 좌판을 깔았다. 역시 사단 정문 앞이 가장 목이 좋았다. 첫 노점상에서 미처 멈추지 못한 차량은 다음 노점상에선 차를 세웠다. 사단 앞 노점상 인근에 차량 5대 정도를 세울 공간이 있는 것도 이점이었다.  

 

18일 오후 경기 화성 신병교육대 앞에서 노점상이 '입대 용품 공식 판매점'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장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근평 기자

18일 오후 경기 화성 신병교육대 앞에서 노점상이 '입대 용품 공식 판매점'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장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근평 기자

상인들 “훈련소에서 없으면 후회할 물건”이라지만, 군 관계자 “정작 쓸모없어”
 

해당 노점상이 구사하는 고도의 상술도 가족·친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곳에서 물건을 구입한 한 훈련병 가족은 “100m쯤 앞에서 경광봉을 든 남성 2명이 ‘아래에서 필수품을 사 가라’고 얘기했다”며 “이들이 군 관계자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현장에 가보니 검은 우비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 2명이 있었다. 경광봉으로 차를 세우고 뭔가를 안내하는 모습이 얼핏 신교대 관계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부대 측은 “우리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노점상에는 ‘입대 용품 공식 판매점’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지만 이 역시 군과 관련이 없었다.
18일 경기 화성 신병교육대 앞 도로에서 훈련병 가족을 상대로 안내하는 장면. 차량을 멈춘 이들 가족은 "100m 앞에서 입대 물품을 사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경광봉까지 들고 있어 군 관계자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사진=이근평 기자

18일 경기 화성 신병교육대 앞 도로에서 훈련병 가족을 상대로 안내하는 장면. 차량을 멈춘 이들 가족은 "100m 앞에서 입대 물품을 사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경광봉까지 들고 있어 군 관계자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사진=이근평 기자

노점상 상인은 좌판에 손목시계, 깔창, 군용수첩, 로션, 선크림, 물집방지패드 세트, 무릎·팔꿈치 보호대, 편지 세트(편지지·편지봉투·우표 10개) 등을 깔아놓고 “훈련소에서 없으면 후회할 물건”이라고 광고했다. 깔창은 무좀 때문에, 무릎·팔꿈치 보호대는 51사단 연병장 특유의 잔돌 때문에 필요하단다. 발에 덧대는 물집방지패드 세트는 1주에 하나씩, 5주 훈련 기간 5개 세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내 아들만 못 챙길까 봐”…마음 약한 가족들
 
“훈련소에서 필수품”이라는 상인의 외침에 훈련병 가족들은 지갑을 열었지만 깜짝 놀라곤 했다. 가격 때문이었다. 상인은 인기 품목인 손목시계에 3만5000원, 깔창에 1만5000원, 물집방지패드세트·무릎보호대·선크림에 각 1만원, 편지 세트에 8000원을 매겼다. 소모품인 깔창과 물집방지패드를 상인의 권유대로 각각 2개, 5개 세트로 사게 되면 지불할 금액은 12~15만원에 달했다.  
 
거래는 오로지 현금으로만 이뤄졌다. 현금이 부족했던 훈련병 가족은 급히 차를 돌려 인근 ATM 기기에서 돈을 인출해오기도 했다. 외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이순미(여·52)는 “내 아들만 못 챙겨가는 거 같아 일단 남들 하는 것만큼 물건들을 샀다”며 “가격 따위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입소식 1시간 전 해당 좌판을 지켜봤더니 50분간 약 8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바로 옆 군 마트에서는 반값도 안 되는 가격
 
부대 측은 노점상의 가격 폭리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날 개방된 사단 정문 군 마트에서는 노점상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이들 물품을 팔고 있었다. 군 마트에서 편지봉투는 20개에 240원, 편지지는 110원이었다. 노점상이 330원 우표 10개를 포함해 편지세트를 8000원에 파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2배 이상이었다. 노점상이 1만5000원에 파는 깔창과 7000원에 파는 라이트펜(빛이 들어오는 펜)은 군 마트에서 각각 4300원과 2000원이었다. 대부분 노점상이 2~4배 더 비쌌다.  
 
병무청이 입영대상자들에게 보내는 안내문에는 "부대 주변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사진=이근평 기자

병무청이 입영대상자들에게 보내는 안내문에는 "부대 주변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사진=이근평 기자

그런데 이렇게 비싼 값을 치르고 노점에서 사들여 와도 굳이 필요가 없다. 유명 등산 브랜드에서 보급하는 요즘 전투화는 고어텍스 등산화 개량품으로 발뒤꿈치에 패드가 달려있다. 부대 보급관은 “2000년대 후반까지 보급되던 구형 전투화라면 물집방지패드가 필요했겠지만 이제는 패드를 붙이나 안 붙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깔창 역시 여분으로 1개가 추가로 지급되고, 팔꿈치보호대도 각개전투 등 훈련에서 일괄 제공된다. 이 때문에 외부 물품은 원칙적으로 입소 당시 사복과 함께 각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게 원칙이다. 병무청도 입영통지서를 보내면서 깔창 등 부대 주변에서 불필요한 물품을 구입하지 말라고 공지하고 있다.
 
입영 날부터 부정적인 군 이미지 줄까… 군 당국의 속앓이
 
군 당국은 노점상이 군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까 우려하고 있다. 한 현역 장성은 “부모들이 훈련 시설이 열악하다고 여겨야 불법 노점상의 장사가 잘 된다”며 “부모 입장에선 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자녀를 보내게 된다”고 걱정했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이 부대 장교는 “겨울에 어떤 상인은 ‘요즘 군대는 장갑을 안 나눠준다’는 거짓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단속 권한을 갖는 지자체의 움직임은 없었다. 화성시 측은 “해당 신교대 앞에서 불법 노점상이 영업을 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며 “다음 입영 날에는 단속반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부대 관계자는 “그동안 상인들과 마찰이 우려돼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했다”며 “앞으로는 계도 현수막을 붙이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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