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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전 차관보 “한국 중재자론은 미국과 입장 다르다는 얘기"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 현 덴버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덴버대 제공]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 현 덴버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덴버대 제공]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하노이 회담 노딜을 주도한 건 내부 정치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폼페이오로선 볼턴이 강경한 상황에서 북한에 양보하는 나약한 사람(soft guy)이라고 비난받기 싫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 기자회견을 통해 협상 중단을 위협한 데 대해선 "북한이 협상을 철수하기로 진지하게 마음 먹었다면 더 고위급이 나섰을 것"이라며 "북한보다 미국의 일괄타결 입장이 더 걱정된다"고 했다. "트럼프의 '전부가 아니면 전무'식의 접근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라고 하면서다.
 
그는 한국의 중재자론과 관련해선 "미국의 동맹이자 밀접한 관계인 한국이 중재자가 되겠다는 건 미국과 다른 입장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미국과 다른 접근을 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긴밀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힐 전 차관보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나왔을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였다. 최 부상은 당시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통역이었다. 힐 전 차관보는 현재 콜로라도 덴버대 국제대학원 교수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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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 합의 가능성에 대해 맥주 한 잔 값도 걸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1년간 전혀 상황 변화가 없는 게 아닌가. 
“그러면 내 맥주는 어디로 갔나(웃음).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대한 압박 캠페인이 일부 진전은 만들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최대한 압박은 더는 ‘최대’가 아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지렛대, 협상력은 현저히 작아졌다.”
 
지렛대가 작아졌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최대한 압박 정책과 관련 중국의 석유를 포함한 대북 무역제재에 눈에 띄게 누수가 벌어지고 있다. 수많은 제재 위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두 번째로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 대가로 한ㆍ미 연합훈련을 중단했다. 연합훈련은 속성상 방어적이고 양국 군대의 협동성을 위한 전술 훈련이자, 한·미동맹에 실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결코 북한 미사일 발사와 등가로 교환할 성질이 아니다. 북한도 이를 선의의 제스처로 받아들이기보다 미국의 나약함으로 인식하고 있다. 세 번째로 협상의 유연성도 사라졌다. 내 관점에서 진전을 위한 더 나은 방법은 단계적 접근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어떤 종류의 단계적 접근도 거부한 채 일괄타결을 하는 데 아주 진지한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를 종합해 볼 때 1년간의 사태 발전은 긍정적이지 않으며 상황은 과거보다 더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가 2007년 9일 베이징 6자 회담에서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통역이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문서를 검토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가 2007년 9일 베이징 6자 회담에서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통역이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문서를 검토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북한과 빅딜, 일괄타결(grand bargain)은 왜 안 되나.
“북한이 어떤 조건이든, 일괄타결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핵무기 포기는 정권 생존이 걸린 중대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단계적 접근을 포함한 좀 더 현실적이 접근이 필요하다. 하노이에서 몇 시간 만에 거부된 북한의 제안은 실제로 흥미로운 것이다. 영변을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대신 의미상 ‘매우 가역적인’ 일부 제재 완화를 교환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보다 폼페이오 장관이 하노이 회담 결렬을 적극 주장한 걸 어떻게 보나.
“여기에 어떤 정치가 작용했다고 해서 놀랄 일이 아니다. 볼턴이 강경한 상황에서 폼페이오도 자신이 북한에 양보하는 나약한 사람으로 비치지 않도록 분명히 한 것이다. 대통령에게 부분적 합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냐에 관한 한 나는 볼턴이 반대했다고 확신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다른 누구도 못한 일괄타결을 하겠다’는 자기 원칙을 훼손하기 싫어 서명을 원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폼페이오는 대통령의 의도와 볼턴의 분명한 의도를 읽고 상황을 주도했다고 본다. ”
 
지난주 최선희 부상이 협상 중단과 미사일 시험 재개를 위협했는데 단순히 엄포인가, 심각한 상황인가.
“좋은 소식은 최선희가 아주 고위급이 아니란 점이다. 그녀는 지금은 다른 직위에 있지만 6자 회담 내내 통역이었다. 만약 북한이 정말 심각하게 비핵화 협상에서 철수하기로 했다면 그녀보다 훨씬 고위급이 발표했어야 한다. 북한의 최종적이고 확고한 입장이라고 보긴 어렵다.”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 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중앙포토]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 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중앙포토]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가 1월 말 스탠퍼드대에서 강연할 때만 해도 합의 가능성이 있어 보였는데
“나도 단계적 방식을 수용한 것으로 느꼈다. 북한이 원하는 보상 조치를 살펴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괄타결로 다시 회귀했다. 내가 협상을 할 때도 아무리 좋은 접근법이라도 상관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다. 내 경우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었다. 비건이 (실무협상에서) 너무 앞서갔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상관들이 단계적 접근을 추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킬 방안은.
“후속 조치에 관해 우선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 특히 중국과도 협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해와 달리) 하노이에서 서울을 들르지 않고 필리핀을 간 데 조금 놀랐다. 북한과 진지한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선 빅딜 외에 다른 방안들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일부 제재를 유예한 뒤 비핵화에 계속 진지하지 않을 때는 다시 되돌리겠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전부 아니면 전무’ 방식은 결국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한국의 남북 경협을 포함한 중재자 역할이 협상 재개에 도움이 될까.
“지금은 정말 한·미가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특히 남북 관계를 비핵화 프로세스에 결부하고 연계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비핵화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 사안만 진전시킨다는 건 위험하다. 한국이 이 문제에 더 나은 연출 방법(choreography)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중재자론도 개인적으로는 거북하다. 한·미는 동맹인데 북·미 사이 중재자가 되겠다는 것은 결국 미국과 다른 입장이라고 내비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미국이 남북 사이에 끼어 긴장완화를 방해한다고 하는 상황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동시에 한국이 미국과 다른 접근을 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진지하게 조율해야 한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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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