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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교 갈등에 불매운동까지…‘반일 감정 선동’ 자제하라

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외교가 냉각되더니 이제는 서로 불매운동까지 벌일 조짐이 나타났다. 아베 신조 총리의 우경화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반일(反日) 정서 부채질이 충돌하면서 양국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나라가 되고 있다. 두 나라 사이가 틀어진 것은 문 정부 출범 이후 위안부 합의문이 사실상 파기되고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본격화했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외교 갈등은 언제든 외교적 노력으로 풀면 되지만 불매운동은 민간 교류에 영향을 미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 불매운동은 양국에서 동시에 고개를 들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관제(官制) 민족주의’ 성격을 띠고, 일본은 언론의 과도한 ‘혐한 감정’ 부채질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정도다. 어느 쪽이 더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양쪽 다 이성을 잃은 채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착오적 행태임에 틀림없다.
 
한국에선 경기도의회가 먼저 나섰다. 경기도의회는 초·중·고등학교가 보유한 일본산 비품 중 20만원이 넘는 품목에 대해 ‘일본 전범(戰犯) 기업이 생산한 제품입니다’라고 적힌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하는 조례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받은 미쓰비시중공업을 비롯한 일본 주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것인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개방 경제 체제에서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감정적 대응일 뿐이다.
 
이런 반일 감정 선동이 확산하는 데는 문 정부의 책임이 크다. 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빨갱이와 색깔론은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 친일 잔재”라며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마치 ‘정부 정책과 코드에 이견을 보이면 친일파’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진보 성향의 정치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조차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두고 “친일 잔재와 보수 세력을 은연중에 결부시키며, 이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고 지적했을 만큼 ‘관제 반일 감정’ 부추기를 우려했다.
 
우리 못지않게 일본에서 고개를 드는 자발적 한국 제품 불매운동 조짐도 걱정스럽다. 올해 50주년 한·일 경제인회의가 돌연 연기되면서 양국 기업 간 관계도 급격히 경색돼 왔다. 그런데 이제는 일본인들 사이에 사회적연결망(SNS)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일본 정치권의 입장을 중계하며 연일 혐한 정서를 부추기는 일본 방송의 책임도 크다. 자제하길 바란다.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한·일 갈등은 방치하면 안 된다. 그간 양국은 갈등을 벌여도 ‘정경분리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김영삼 대통령의 지나간 발언이 있었지만 일본은 결국 구제금융의 손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 같아선 어림없는 분위기다. 일본 역시 혐한 감정을 부추겨서 좋을 게 없다. 일본은 과거를 직시하고, 한국은 친일(親日) 몰이를 멈춰야 한다. 양국은 지금 북한 비핵화를 위해 힘을 모아도 부족한 상황 아닌가. 미래지향적 실사구시만이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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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