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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쉽게 사고 입는 한복’을 꿈 꾼 젊은 디자이너

“첫 해외여행을 일본으로 갔는데, 축제를 맞아 일본인들이 전통 의상을 멋지게 차려입고 외출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라이프스타일숍 ‘호호당’을 운영하는 양정은(35) 대표는 ‘쉽게 입는 한복’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보자기 등 한국의 색이 담긴 물건들을 판매하는 호호당에서 지난 1월 한복 브랜드 ‘히스토리 바이 호호당’을 시작한 이유다.
글=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호호당·아모레퍼시픽·중앙포토
한 벌짜리 한복이 아닌 상의와 하의의 색을 내 맘대로 조합할 수 있는 호호당의 한복. 기성복처럼 매장에 들러 바로 구매할 수 있다.

한 벌짜리 한복이 아닌 상의와 하의의 색을 내 맘대로 조합할 수 있는 호호당의 한복. 기성복처럼 매장에 들러 바로 구매할 수 있다.

한 벌짜리 한복이 아닌 상의와 하의의 색을 내 맘대로 조합할 수 있는 호호당의 한복. 기성복처럼 매장에 들러 바로 구매할 수 있다.

한 벌짜리 한복이 아닌 상의와 하의의 색을 내 맘대로 조합할 수 있는 호호당의 한복. 기성복처럼 매장에 들러 바로 구매할 수 있다.

 
특수 의상 제작을 했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아름다운 한복을 접해왔던 양 대표는 일상에서 입는 전통 한복에 대한 꿈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 생각의 씨앗은 대학 시절 일본 여행에서 생겨났다. 마침 불꽃 축제를 맞아 나들이 나온 일본인들이 유카타로 멋지게 성장을 한 모습을 보고 나서였다. 그 후 들른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에서 유카타를 S, M, L 사이즈로 기성복처럼 파는 것을 보고 한복도 이렇게 쉽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의 씨앗은 2013년 시작한 라이프스타일숍 호호당에서 영글었다. 한국 전통 음식을 전공한 후 이바지 음식 등 선물 요리 관련 일을 하다가 음식을 싸는 예쁜 보자기를 구할 길이 없어 직접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숍이 호호당이다. 세련된 배색과 고급스러운 소재로 유명한 호호당의 보자기는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루이비통·발렉스트라 등 해외 명품 브랜드에서도 제작 요청이 이어지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복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결심도 호호당의 보자기를 좋아해 주는 팬들이 생기면서부터다. 보자기를 사서 쓴다는 생각을 못했던 사람들도 호호당의 보자기를 접하고 일상에서 쉽게 활용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바로 사고, 따로 사는 한복
양 대표는 결혼할 때 맞췄던 ‘녹의홍상(녹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을 친척 결혼식에서도 입고 싶어 저고리만 따로 사려 했지만 녹록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저고리만 파는 곳도 없었고, 비용도 거의 한 벌을 다시 맞추는게 낫겠다 싶을 만큼 비쌌다.
호호당의 한복은 기성복처럼 바로 사고, 따로 산다. 저고리와 치마를 단품으로 따로 구매할 수 있다. 성인 기준으로 사이즈도 XS부터 L까지 매장에 구비돼 있어 바로 살 수도 있다.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물론 맞춤이 아니기에 컬러와 소재에는 한계가 있다. 성인 기준, 저고리와 치마는 소재별로 3~5가지 색을 제공한다. 원하는 저고리 색을 고른 뒤 이에 맞는 치마 색을 고르고, 옷고름의 색을 정한다. 구비된 색은 3~5가지지만 저고리와 치마, 옷고름 세 가지 컬러를 매치하다보면 아쉽지 않을 만큼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양단 저고리에 노방 치마 를 매치하는 등 두 가지 소재를 섞을 수도 있다.
한복에 코트를 더한 스타일링.

한복에 코트를 더한 스타일링.

‘모듈 시스템 한복’이라는 생각도 든다. 부분을 조합해 전체를 만든다는 의미도 되고, 변형이나 연장에 한계가 없다는 의미도 된다. 올해 산 한복에 다음 해에는 저고리를 하나 더해 새롭게 입는 방식도 가능하단 얘기다.
 

디자인은 단순하게, 컬러는 다양하게
컬러와 소재를 자유롭게 매치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한 디자인에 있다. 전통 한복 특유의 고급스러운 선은 살리되 자수나 금박 등 장식을 최소화했다. 요즘에는 어깨 부분을 서양 의상처럼 입체감 있게 만드는 한복도 많지만 호호당의 한복은 바닥에 두었을 때 납작해지는 전통 한복 특유의 평면적 디자인을 취했다. 디자인이 단순해지니 오히려 모던해 보인다.
호호당의 양정은 대표.

호호당의 양정은 대표.

상의와 하의를 따로 입는 한복의 특성을 활용해 두 컬러의 조합만으로 아름다운 옷이 되도록 했다. 컬러는 두록색, 아황색, 번루색, 벽색 등 우리 고유의 색을 사용했다. 원단도 직접 짰다. 경남 진주에서 두 가지 색실로 짠 노방 원단을 만들었다. 생지를 짠 뒤 염색하는 방식이 아닌, 두 색의 실을 섞어 한 가지 색을 만드는 전통적인 ‘선염’ 방식이다. 실과 실을 엮어 만든 노방 소재는 움직일때마다 색이 오묘하게 변해 아름답다.
 
 
한복은 재미있고 좋은 것
호호당의 한복은 디자인과 색감은 전통을 고집하는 대신 액세서리와 스타일링으로 재미를 준다. 아이 한복에 플레이 모빌과 협업한 장난감 노리개를 달고 공룡 브로치를 달 수 있도록 고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빅토리아 슈즈와 협업해 아이 한복에 전통 신발대신 스니커즈를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 매거진 향장과 함께 전통 한복에 코트를 매치하는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사람들에게 ‘한복은 재미있고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어서다.
빅토리아 슈즈와 협업해 아이들 한복에 스니커즈를 매치했다.

빅토리아 슈즈와 협업해 아이들 한복에 스니커즈를 매치했다.

최근 호호당 주변의 청운동 일대에도 국적 불명의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많다. 요란한 금박·레이스·리본 장식, 과하게 부풀린 치마 등이 과연 ‘한복’이라고 할 수 있을지 논란이 되고 있을 정도다.
양 대표는 그런 한복이라도 많은 사람이 쉽게 입고 좋아해 주면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화이트 셔츠를 꽉 끼게 입든 오버사이즈로 입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한복만 유독 격식을 고집한다는 얘기다. 다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한다. 변형된 한복과 전통 한복이 공존해야 하는데, 지금은 변형된 한복만이 길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양 대표는 “호호당을 통해 아름다운 전통 한복의 선택지를 늘려가고 싶다”며 “한복을 입을 생각이 없었던 사람도 나도 한 번쯤 저렇게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면서도 일상적인 전통 한복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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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