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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예산으로 쓴다는 '탱고'···전술핵도 못뚫는 한미 두뇌

미국 국방부가 멕시코와의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예산절감 대상에 포함한 ‘CP 탱고(Tango)’는 유사시 한미연합사령부의 두뇌로 일컬어진다. 이곳 시설의 체계성과 견고함이 아직은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탱고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미국의 움직임을 놓고 군 안팎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CP 탱고는 이름 그대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한미연합사 지휘부가 전쟁을 총지휘하는 곳이다. CP(Command Post) TANGO(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s)의 뜻을 풀면 지휘소(CP), 전쟁구역(Theater), 해·공군(Air Naval), 지상작전(Ground Operations)이라는 단어로 연결된다. 직역하면 미군의 ‘전쟁구역 해·공군·지상작전 지휘소’라는 의미다.
 
유사시 한미연합사의 지휘소 역할을 하는 CP 탱고 [출처 Military.com]

유사시 한미연합사의 지휘소 역할을 하는 CP 탱고 [출처 Military.com]

CP 탱고가 경기 성남에 위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사시 한미연합사는 서울 내 모처에 위치한 ‘CC 서울’로 우선 대피했다가 수도권의 CP 탱고로 이동해 전쟁을 지휘한다고 한다. 수도방위사령부 지하에 있는 한국 정부 벙커 B-1 문서고와 유사한 개념이다.  
 
한·미 연합 지휘소 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도 탱고는 B-1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했다. 군 관계자는 “전쟁이 났을 때를 상정해 한·미 수뇌부는 UFG 연습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인 워게임(War game) 방식으로 전쟁을 지휘했다”며 “이를 주도하는 두 장소가 한국 정부의 벙커인 B-1과 미군의 CP 탱고였다”고 말했다. UFG는 올해 공식 종료됐다. 이 때문에 탱고 예산 삭감이 한·미 지휘 체계의 역할 축소와 맞물려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CP 탱고 부대 마크에 설립시기로 1974년이 표기돼 있다. [출처 CP 탱고 페이스북]

CP 탱고 부대 마크에 설립시기로 1974년이 표기돼 있다. [출처 CP 탱고 페이스북]

전쟁을 대비해 핵심시설의 기능을 하는 만큼 CP 탱고는 현재 한반도 내 주한미군 벙커 중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4년 OO산의 단단한 화강암 암반 밑에 건설돼 전술핵 직격탄에도 견딜 수 있다. 이른바 ‘폴아웃(Fall-out) 벙커’다.  

 
건설 이후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거쳐 전체 면적이 최대 약 3만3000㎡(1만 평)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내부 이동시 소형 전기배터리 차량이 이용된다. 복수의 층이 미로처럼 이어진 내부에는 상주 인원이 상당 기간 생활할 수 있는 물자는 물론 발전 및 상하수도 시설까지 갖춰져있다.
 
유사시 한미연합사 지휘소인 벙커 CP 탱고는 2017년 8월 리처드 앵겔 미 NBC 기자의 보도로 내부 일부가 공개됐다. 그러나 현재 관련 영상은 모두 삭제됐고 일부 캡쳐 사진만 남아 있다. [NBC 화면 캡처]

유사시 한미연합사 지휘소인 벙커 CP 탱고는 2017년 8월 리처드 앵겔 미 NBC 기자의 보도로 내부 일부가 공개됐다. 그러나 현재 관련 영상은 모두 삭제됐고 일부 캡쳐 사진만 남아 있다. [NBC 화면 캡처]

스키프(SCIP·Security Cooperation Information Portal)라는 최첨단 정보시설도 있다. 이를 통해 한반도 상공의 첩보위성과 주한미군 U-2 정찰기 정보는 물론 미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이 파악한 최신 첩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지휘부는 탱고 내 전쟁 룸(war room)에 모여 영화관 스크린 크기의 화면에서 이 정보를 공유한다. 화면에는 아군과 적군 현황과 미사일 궤적이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탱고는 존재 자체가 30년 넘게 극비로 부쳐지다가 2005년 3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방문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라이스 장관은 당시 방한 첫 번째 공식일정을 탱고에서 시작했다. 북한의 6자회담 불응으로 북·미 냉각기가 고조되던 시기 한반도에서 미국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라이스 장관이 의도적으로 탱고에서 공개행보를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사시 한미연합사 지휘소인 벙커 CP 탱고는 2017년 8월 리처드 앵겔 미 NBC 기자의 보도로 내부 일부가 공개됐다. 그러나 현재 관련 영상은 모두 삭제됐고 일부 캡쳐 사진만 남아 있다. [[NBC 화면 캡처]

유사시 한미연합사 지휘소인 벙커 CP 탱고는 2017년 8월 리처드 앵겔 미 NBC 기자의 보도로 내부 일부가 공개됐다. 그러나 현재 관련 영상은 모두 삭제됐고 일부 캡쳐 사진만 남아 있다. [[NBC 화면 캡처]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과 맞서는 전략적 요충지인 탱고를 미국이 가볍게 여기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견고함은 물론 통신시설을 고려했을 때 탱고를 대체할 벙커는 아직 한반도에 없다”며 “인접국과의 국경을 쌓기 위해 유사시 전쟁 지휘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한반도 기지의 예산을 갖다쓴다는 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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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