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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의 위기③] 매출 5201억원 AHC, 서비스는 ‘수준 이하’

<편집자주>
한국 화장품 업계가 역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K팝과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4600억 달러(약 498조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한국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는 37억6000만 달러(식약처 기준·4조2000억원)로 전 세계 5위권에 안착했다. 한때 프랑스와 일본이 독식했던 글로벌 화장품 업계에서 한국은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K뷰티가 겉만 화려할 뿐 속은 텅 비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류 붐의 수혜를 입고 깜짝 성공을 거두면서 3조원에 달하는 돈을 거머쥔 기업이 나오는 등 K뷰티의 외형은 커졌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기업들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한 뒤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이물질이 나와서 피해를 당해도 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애프터서비스(AS)는 뒷전이고 돈 벌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또 상당수 업체들이 공장도 없이 제조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면서 글로벌 경쟁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에 K뷰티 위기를 얘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간스포츠는 효자 산업으로 떠오른 한국 화장품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글로벌 톱2로 도약하기 위해 K뷰티의 현주소를 짚어 보고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매주 2회, 한 달간 K뷰티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화장품 브랜드 AHC의 제품을 사용한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AHC가 판매처인 TV홈쇼핑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AHC가 매출 규모에 걸맞은 소비자 보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쇼핑에 책임 떠넘긴 AHC
 
일간스포츠는 지난 18일 AHC의 주력 제품인 '365 레드세럼'과 '얼티밋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 등의 부작용 사례를 보도했다. 홈쇼핑에서 AHC 제품을 구매해 사용한 후 얼굴이 울긋불긋해지고, 이내 가렵고 따가워졌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은 "화장품 특성상 부작용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이 그렇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이라고 해도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지 않으면 피부 트러블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AHC가 아닌 다른 화장품 제품에서도 부작용 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그 이후다. 부작용 등이 발생한 소비자에게는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관련 법도 있다.

소비자분쟁기준에 따르면 화장품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시 치료비는 물론 경비와 일실소득까지 배상해야 한다. 치료비는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 및 처방에 의한 질환 치료 목적이어야 한다. 일실소득은 피해로 인해 소득상실이 발생했을 경우 지급해야 한다. 금액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 시중 노임단가(노동자 평균 노임)가 기준이 된다.

하지만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AHC 화장품 피해 소비자 중에는 이러한 보상을 받는 이들이 유독 드물다. 대부분 제품 환불만 받고 끝나거나, 병원비도 일부분만 받은 경우가 허다했다.
보상 과정 역시 복잡했다. AHC가 직접 보상에 나선 경우는 드물다. AHC 제품 포장에 적힌 '소비자상담실 번호'도 있으나마나다. 상담실 직원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우리는 고객 정보가 없다. 홈쇼핑에서 산 제품은 홈쇼핑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하라"는 답변만 되풀이 하기 일쑤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판매사(TV홈쇼핑사)는 구매 고객의 정보를 동의 없이 다른 곳에 넘기면 안 된다. 이를 이유로 AHC는 제품 책임을 홈쇼핑사에 넘기고 있는 것이다. 



책임 떠안은 홈쇼핑은 보상 '제각각'
 
여기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AHC로부터 책임을 떠안은 홈쇼핑사들이 저마다 다른 보상 정책으로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어서다.

예컨대 A홈쇼핑은 피해자 보상 시 AHC와 연계해 보상을 진행하는가 하면, B홈쇼핑은 자체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선다며 보상을 안 하는 식이다.

이로 인해 같은 AHC 제품으로 부작용을 겪었지만 보상은 제각각인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CJ오쇼핑을 통해 'AHC 365 레드세럼' 구매했다가 부작용을 겪은 직장인 한 모씨(여)는 보상을 못 받은 경우다. 한 씨는 병원에서 '화장품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이라는 소견서를 받았지만 제품 환불만 받았다. CJ오쇼핑이 AHC와 연계해 보상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환불 처리에만 그쳤기 때문이다.

한 씨는 "피부트러블이 생긴 것도 억울한데, 병원 치료비와 소견서 발급비·교통비까지 모두 내가 부담했다"며 "무엇보다 무책임한 AHC의 태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J오쇼핑 역시 치료비 보상도 해주지 않을 거면서 굳이 소견서를 요구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런가 하면 치료비 중 일부만 보상 받은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홈앤쇼핑에서 'AHC선커버 패키지'를 구매한 대학생 김 모씨(여)의 경우다. 김 씨는 제품 사용 후 피부트러블이 발생해 치료를 받았고, 1·2차 치료비 중 2차 치료비만 홈앤쇼핑한테 받았다.

김 씨는 "접촉성피부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2차 치료비만 구매처인 홈앤쇼핑에서 받았다"며 "AHC는 1차 치료비를 주겠다고 하곤 아직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 김 씨는 이어 "홈앤쇼핑은 제품 환불도 전 구성품이 다 있어야 한다며 부분 환불은 해주지도 않았다"며 "보상 절차도 까다롭고 상담실 직원들도 불친절해서 화가 많이 난 기억이 있다"고 했다.
 


AHC "규정대로 하고 있다"
 
AHC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홈쇼핑사의 문제로 자신들은 규정에 따라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HC 관계자는 "우리는 '고객 정보보호 강화'로 홈쇼핑 고객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1차적으로 바로 처리에 못나서는 이유다"며 "특히 피부트러블의 경우 고객 대부분이 환불을 요청하는 데, 결제 취소를 위해서는 고객이 결제했던 홈쇼핑에 접수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피부트러블의 경우 홈쇼핑사는 자체 판단에 따라 사태가 심할 경우 우리와 연계해 보상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보상을 못 받은 고객의 경우 홈쇼핑사가 우리와 연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접촉성피부염' 소견서만 있어도 1차 치료비 보상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CJ오쇼핑의 경우 고객 피부 트러블 등을 우리와 연계하지 않고 자체 처리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처리 방식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자세한 계약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화장품 업계 "무책임하다"
 
AHC의 해명에 업계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AHC 제품을 사용해 부작용을 겪었는데 어디서 샀는지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며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들은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구매 채널과 상관없이 직접 보상에 나선다. 개인정보보호법 뒤에 숨을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대형마트에서 분유를 샀는데, 이물질이 나오면 마트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에서 책임을 지는 것과 같은 논리라는 것이다.

실제 국내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홈쇼핑·온라인 등에서 판매한 제품이라도 자체 고객상담실에서 상담 접수 및 처리가 가능하다.

아모레 관계자는 "우리 제품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당연히 판매처와 상관없이 우리 고객상담실에서 상담 접수가 가능하다"며 "오배송, 지연과 같이 판매처에 귀책사유가 있거나 소비자의 단순 변심 등 구매자 착오와 관련될 경우에만 판매처에서 상담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업계 2위인 LG생활건강도 마찬가지다. 홈쇼핑이든 온라인이든 공식판매처에서 제품을 구매했을 경우, 부작용이나 반품 환불에 있어서 본사 고객상담실에서 상담 접수가 가능하다.
 


홈쇼핑 업계 "중소기업 방식이다"
 
홈쇼핑사들도 AHC 정책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화장품 브랜드는 제품 부작용과 관련해 직접 해결에 나선다. AHC만 유독 소극적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 불만 장기화로 우리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선보상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는 아직 보상 시스템이 미흡한 중소기업 제품들을 판매했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매출 규모가 큰 AHC가 취할 방법은 아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AHC가 대기업만큼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고객 서비스 등에서는 아직도 '중소기업 마인드'를 못 벗어났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HC 브랜드를 보유한 카버코리아는 2017년 매출 5201억원을 기록,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섰다. 2014년만해도 500억원이었던 매출이 3년만에 1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화장품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매출로 보면 AHC는 이미 화장품 빅3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고객 서비스 등을 보면 아직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명 모델을 앞세운 광고에만 집중할게 아니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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