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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인력' 중국동포 모집뒤···먼저 와 이희진 부모 기다렸다

#연변에서 택시를 모는 중국동포 김구남(하정우 분)은 살인 청부업자 면정학(김윤석 분)에게 "한국 가서 사람 한 명 죽이고 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한국으로 온 그는 빚을 갚고 아내를 만나기 위해 황해를 건넌다. 눈앞에서 목표물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 구남. 그는 살인 누명을 쓰고 경찰과 자신을 제거하려는 사람들을 피해 도주하는데…
 
영화 '황해'의 줄거리다.
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리는 이희진(33·구속 기소)씨 부모 피살사건도 이 영화를 방불케 했다.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그는 불법 주식거래 등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추징금 130억원이 선고돼 복역 중이다. [연합뉴스]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그는 불법 주식거래 등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추징금 130억원이 선고돼 복역 중이다. [연합뉴스]

 
구인 사이트에서 공범 모아 
19일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희진씨의 부모를 살해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모(34)씨는 지난달 초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 '경호인력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씨는 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모집한 중국동포 3명과 지난달 18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만났다. 이들 중국동포들은 서울과 인천, 경상도 등에서 거주하며 중국을 오갔다고 한다. 국내에서 가정을 꾸린 이들도 있었다. 김씨는 이들과 모두 3차례 만나 범행을 모의했다고 한다.
 
디데이(D-day)는 지난달 25일이었다. 이들은 오후 3시51분쯤 이희진씨 부모가 사는 아파트로 들어갔다. 15분 뒤 이씨의 아버지(62)와 어머니 황모(58)씨가 아파트로 들어왔다. 이씨 부부의 손에는 작은아들(31)이 차를 팔아 맡긴 현금 5억원이 든 가방이 들려있었다. 
범행 이후 공범인 중국동포 3명은 오후 6시10분쯤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김씨는 아파트에 하루 더 머물며 범죄 현장을 치웠다. 그는 뒷수습을 위해 2명을 추가로 이 아파트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20분 만에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추가로 부른 2명이 범행 현장을 보고 놀라서 나갔는지, 아니면 범행 현장을 치우는 데 가담했는지 등은 좀 더 수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범행 다음 날인 26일. 김씨는 평택의 한 창고와 임대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1500만원, 월세 150만원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 오전 10시 이삿짐센터를 불러 아버지 이씨의 시신이 담긴 냉장고를 평택에 있는 창고로 옮겼다. 사라진 김씨의 손에는 이씨 부부가 아들에게 받아온 현금 5억원이 든 돈 가방이 들려있었다.
 
CCTV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의 부모 살해 용의자 김모(34)씨가 18일 오전 안양 동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러 이동하고 있다.경찰은 나머지 용의자 3명을 쫓고 있다.[사진 인천일보 이성철 기자]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의 부모 살해 용의자 김모(34)씨가 18일 오전 안양 동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러 이동하고 있다.경찰은 나머지 용의자 3명을 쫓고 있다.[사진 인천일보 이성철 기자]

이들의 범행은 20일 뒤 이씨의작은아들이 "부모님과 연락이 닿질 않는다"고 실종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닫힌 문을 강제로 열고 이씨 부부의 집으로 들어간 경찰은 깨끗하게 치워진 집을 보고 처음엔 범죄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어머니 황씨의 시신이 집 안 장롱 속에서 발견되면서 상황이 바꿨다.
 
완벽할 것 같았던 김씨 등의 범행은 아파트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 (CC)TV에서 실마리가 잡혔다. 낯선 김씨 등이 아파트 안을 드나드는 것을 의심한 경찰은 이들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김씨는 17일 오후 수원시의 한 편의점 앞에서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김씨의 진술로 평택의 한 창고 속 냉장고에 보관된 아버지 이씨의 시신도 발견됐다.
하지만 공범인 중국동포 3명은 이미 중국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중국동포들은 범행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후 11시51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칭다오(靑島)로 도주했다. 국내에 머물던 가족들도 범행 전후 모두 중국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 후 국내 송환 요청 등 국제 사법공조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범행 동기는 "빌려 간 돈 2000만원?"
 범행 장소인 경기도 안양시의 한 아파트의 모습.[뉴스1]

범행 장소인 경기도 안양시의 한 아파트의 모습.[뉴스1]

김씨의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많다. 김씨는 경찰에서 "이씨의 아버지가 지난해 초 빌려 간 2000만원을 갚지 않아서"라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김씨와 이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2월쯤 개인적인 일로 알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 이씨가 '투자' 등을 운운하며 김씨에게 2000만원을 빌려 갔고 이후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씨 부부가 가지고 있던 현금 5억원의 존재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범행 이후 5억원을 발견해 가져왔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씨가 돈을 가져간 사실을 인정하는 만큼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이희진씨의 연관성이나 이씨 아버지의 시신을 왜 평택으로 옮겼는지, 출입문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등을 캐묻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6시간 동안 김씨를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였지만 김씨가 구체적인 진술은 하지 않고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추가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최모란·김민욱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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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