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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터널 장관인데…느티나무 107그루는 왜 찬밥신세가 됐나

삼년산성 느티나무 가로수 길. 최종권 기자

삼년산성 느티나무 가로수 길. 최종권 기자

 
18일 오전 충북 보은군 보은읍 성주리 삼년산성(三年山城·사적 제235호) 입구. 가로수 길옆에서 대추 농사를 짓는 주민 조억래(70)씨가 밭에 쌓인 낙엽 더미를 삽으로 걷어내고 있었다. 조씨는 “밭으로 날아오는 낙엽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봄이면 깍지벌레와 선녀벌레가 기승을 부려 대추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성주리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삼년산성으로 이어지는 느티나무 가로수를 뽑아달라고 군청에 민원을 넣고 있다. 느티나무가 자라면서 그늘이 지고, 병충해 피해가 커진다는 이유다. 조씨는 “가로수 터널이 삼년산성을 놀러 오는 관광객들에게 운치 있는 경관을 선사하는 건 맞지만, 농사짓는 주민에게는 달갑지 않은 존재”라고 말했다.
 
보은 삼년산성 입구를 지키는 느티나무 가로수 길이 20년 만에 사라진다. 19일 보은군에 따르면 성주리 보은정보고~기상관측소~삼년산성 주차장을 잇는 600여 m 구간 도로에 식재된 가로수를 공공자산 처분 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매각할 예정이다. 느티나무 107그루가 대상이다. 군은 입찰이 확정되면 개인업자가 나무를 뽑아 조경수 등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 보은 삼년산성 앞 가로수 길에 심은 느티나무 뿌리가 인근 과수원으로 뻗어나왔다. [사진 김영순씨]

충북 보은 삼년산성 앞 가로수 길에 심은 느티나무 뿌리가 인근 과수원으로 뻗어나왔다. [사진 김영순씨]

 
느티나무 가로수는 삼년산성의 명소다. 여름이면 울창한 숲 터널을 이뤄 산책하는 주민이나 운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길은 1999년 가로수 정비 사업을 통해 조성됐다. 느티나무 수령이 20년을 넘기면서 지름 40~50㎝, 높이 10여 m로 훌쩍 자랐다.
 
군이 느티나무를 처분하는 이유는 가로수 길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성주리 주민들의 원성 때문이다. 이 가로수 길 근처에는 대추·헛개 등 15곳의 과수 농가가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느티나무 뿌리가 밭으로 내려와 영양분을 빨아먹는 바람에 과수가 잘 자라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무 밑동이 커지면서 인도 보도블록이 들뜨고, 차도에 균열이 생겨 보행에 지장이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박대현(71) 성주리 이장은 “느티나무는 20~30m 높이로 자라는 거목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농작물과 도로 시설물 피해가 늘 것”이라며 “느티나무를 뽑아 다른 곳에 옮기고 대신 벚나무나 크기가 작은 꽃나무를 심어줄 것을 군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충북 보은 삼년산성 입구에 조성된 느티나무 가로수가 자라면서 인도 블럭이 튀어나왔다. 최종권 기자

충북 보은 삼년산성 입구에 조성된 느티나무 가로수가 자라면서 인도 블럭이 튀어나왔다. 최종권 기자

 
이 마을 주민 101명은 지난해 11월 느티나무를 모두 베어달라는 민원을 군에 전달했다. 이를 받아들인 군청은 예산 5000만원을 들여 벌목을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광자원이 된 가로수를 존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느티나무를 이전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귀복 보은군 도로시설팀장은 “농작물 피해를 막으려면 느티나무 잎이 피기 전인 이달까지 나무를 뽑아 옮겨야 한다”며 “공개 매각에서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벌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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