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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설치, 버스 노선 신설…외출 나온 ‘군심(軍心)’ 잡아라

“영화관은 없고 PC방 컴퓨터 사양이 낮다 보니 외출 나온 군 장병들이 속초로 다 빠져나갑니다.”
평일 외출을 나온 군장병들이 강원도 속초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박진호 기자

평일 외출을 나온 군장병들이 강원도 속초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 14일 오후 6시 10분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시외종합터미널. 평일 외출이 허용된 지 40여일이 지났지만, 외출 나온 군 장병을 보긴 어려웠다. 인근 음식점과 상점을 둘러봤지만 군 장병은 거의 없었다.
 
햄버거·피자 판매점을 하는 김미정(39·여)씨는 “평일 외출 허용 후 15일 정도는 군인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양양읍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보니 속초로 나가는 것 같다. 군 장병을 잡기 위해선 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군 장병 일과 후 평일 외출제도가 시행되면서 군부대 인접 지역 자치단체와 상인들이 군심(軍心)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군 장병은 한 달에 두 차례 일과가 끝난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부대 밖 외출이 가능하다.
 
양양군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곳이다. 대대급 이상 군부대가 10개나 있어서다. 양양군은 하루 외출 예상 인원이 평균 341명에 달해 경제 파급 효과가 연간 62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군 장병들이 인근 속초시로 빠져나가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최근 양양의 한 부대에서 군 장병을 대상으로 서비스 이용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불만족이 46.7%나 됐다. 만족은 15.5%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은 비싼 가격과 카드결제 불가, 불친절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응답자 중 70%는 속초로 외출을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속초시에서 3월부터 시행 중인 이벤트. [페이스북 캡쳐]

속초시에서 3월부터 시행 중인 이벤트. [페이스북 캡쳐]

 
실제 같은 날 오후 7시쯤 양양군에서 20분가량 떨어진 속초시 조양동 한 패스트푸드점에는 10여명의 군 장병이 햄버거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이들은 양양에 있는 부대에서 외출을 나온 장병이었다. 정모(26)병장은 “전역을 앞두고 있어 새로 출시된 휴대전화를 보려고 택시 타고 왔다”며 “거리가 가깝다 보니 군인들 상당수가 영화관과 PC방 시설이 잘돼 있는 속초로 나온다”고 말했다.
 
메가박스 속초점의 경우 2월 한 달간 1600명의 군인이 극장을 이용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평일엔 군인을 보기 어려웠는데 외출 제도가 생긴 뒤 많은 날엔 40명에 가까이 영화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속초시는 외출 군 장병을 위해 3월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군심저격 SNS 이벤트’를 진행, 매달 10명에게 경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음식점 등 160개 업소는 10~75%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양군은 3월 중 양양읍에 57석, 37석 규모의 2개 관을 갖춘 작은 영화관을 개관하는 등 시설 개선과 할인 혜택 확대에 힘쓰고 있다. 양승남 양양군 행정총괄담당은 “군 장병들과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3월 말에 군 관계자와 양양군, 지역 상인들이 모두 모여 평일 외출 관련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찾는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일 외출을 나오는 군심(軍心)을 잡기 위해 군청홈페이지에 군장병을 위한 할인혜택과 정보모임 콘텐트를 올려놓은 고성군. [고성군 홈페이지]

평일 외출을 나오는 군심(軍心)을 잡기 위해 군청홈페이지에 군장병을 위한 할인혜택과 정보모임 콘텐트를 올려놓은 고성군. [고성군 홈페이지]

 

군심을 잡기 위해 버스 노선을 신설하거나 버스 운행 시간과 영화관 상영시간을 조정하는 곳도 있다. 경기도 파주시는 외출 군 장병의 이동을 돕기 위해 버스 노선 개편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장병 5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외출 시 교통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버스가 지나가지 않는 8개 부대에 노선을 신설하거나 정류장을 추가하는 방법이다.
 
김지숙 파주시 지역경제팀장은 “버스 노선이 개설되면 그동안 부대 앞까지 택시를 불러 시내로 나가던 장병들의 불편함이 해소될 것”이라며 “장병들이 일과 후에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국방부와 시중은행에 건의도 했다”고 말했다.
 
화천군은 시내버스 출발 시각이 너무 빨라 지역 장병들이 화천읍 내 병·의원 등을 방문하기 어렵다는 민원에 따라 시내버스 운행시간을 조정했다. 또 화천읍 산천어시네마, 상서면 DMZ시네마 등 영화관 상영 시간도 오후 6시 20분으로 변경했다.
 
외출 시간에 자격증 취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구군 방산면에서 복무하는 장병 3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평일 외출 장병을 대상으로 운영했으면 하는 프로그램은 컴퓨터 자격증이 1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어강좌 78명, 목공예 56명, 기타 외국어·PC방·영화 등이 52명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 13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을 찾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역상인, 군장병 등과 만나 평일 일과 후 외출 시행과 외박지역 제한 폐지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을 찾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역상인, 군장병 등과 만나 평일 일과 후 외출 시행과 외박지역 제한 폐지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현재 장병들은 PC방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출 시 PC방을 이용한 장병은 185명으로 가장 많았고, 편의점·카페 65명, 목욕탕 35명, 휴식·개인용무 16명, 당구장 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장병 1명이 1회 외출 시 지출한 금액은 3만원 미만이 160명, 3∼5만원이 144명, 5∼10만원 63명, 10만원 이상 4명 순이었다.
 
지난 13일 인제군을 찾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역상인, 장병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병들 여가 활동과 자기 계발 여건을 보장하면 전역 후 복학이나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효과를 확대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양양·속초=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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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