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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찾기] 봄을 관찰하는 방법

권근영 JTBC 스포츠문화부 차장대우

권근영 JTBC 스포츠문화부 차장대우

검은 현관문 밖에는 연둣빛 잔디가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해 진한 녹색이 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보리수 가지도 하얗게 앙상합니다. 두어 달 뒤면 초록 잎이 무성해지고, 이어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겠죠. 새들이 옹기종이 모여 있는 걸 보니 문 바로 앞이 꽤나 양지바른 곳인가 봅니다. 외출했다 온 여성이 빨간 구두를 벗어 놓고 밖을 내다보는 모양입니다. 바깥은 아직 추울 것 같지만 분명한 건 봄이 오고 있다는 겁니다.
 
해럴드 존스, 검은 문, 489x337㎜, 영국 테이트미술관 소장

해럴드 존스, 검은 문, 489x337㎜, 영국 테이트미술관 소장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해럴드 존스(1904∼1992)가 1935년 그린 이 그림은 지금 봐도 예스럽지 않은 장면입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자연의 이치니까요. 매일 뜨고 지는 해가 연말연시에 특별하듯, 계절의 변화 중에서도 봄은 여름이나 가을, 겨울보다 특별합니다.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82)는 "겨울을 지켜보고 난 후에야 비로소 여름의 풍요로움을 이해할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마틴 게이퍼드, 『다시, 그림이다-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시간의 흐름, 계절의 변화는 추상적인 것인데, 화가들의 손을 거치면 눈에 보이는 것이 됩니다. 이 그림 역시 파릇한 풀, 활짝 열어젖힌 현관문과 발등을 드러내는 빨간 구두 등 다방면에서 봄의 정황 증거들을 포착해 냈습니다. 그래서 그림은 사물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중앙일보 정도 크기의 종이에 과슈로 그린 이 그림은 어린이책 삽화입니다. 월터 드 라 메어(1873∼1956)의 동시선집 『올해, 내년』의 뒤표지에 실렸습니다. 독서를 마친 어린 독자들이 득의한 표정으로 책장을 덮을 때 기다렸다는 듯 나오는 그림입니다. 그림과 함께 실린 글은 이렇습니다. “슬프게도 우리 책이 끝났네요. 그림도 이게 마지막이에요. 빛나는 문을 열고 나가요. 안에만 있는 건 이제 그만입니다.” 잠깐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어 밖을 한 번 보십시오. 
 
권근영 JTBC 스포츠문화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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