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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의 ‘비핵화 장고’에 기대하는 것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북한의 팽팽한 기 싸움 속에 문재인 대통령이 일정을 취소하며 장고에 들어갔다. 북·미가 기본적으로 판을 완전히 깨지 않으려는 태도는 다행이지만, 협박에 가까운 북한 발언과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 입장 사이에 우리 정부가 끼어들 틈은 매우 좁아 보인다. 한 마디로 어려운 처지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어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러시아로 보냈다. 하지만 정부와 여권 내에선 북한 비핵화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얘기서부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필요성 등의 섣부른 주장과 대북특사설까지 혼돈만 지속되고 있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북·미 간의 기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지난 14일 평양 회견에서부터 냉각되기 시작했다. 최 부상은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그제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재개한다면 신뢰를 저버린 위반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북의 핵·미사일 실험 재개 고려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며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향이 없었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이런 상태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성사 가능성도 없는 방안임이 분명하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생산에 들어가는 돈줄 차단을 위해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대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면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도록 적극 도와주겠다는 약속도 동시에 했다. 그런 마당에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대북제재 완화는 지금까지의 비핵화 협상 전체를 무용지물로 만들 조치가 될 뿐이다. 더구나 북한은 비핵화 협상 중에도 핵물질을 생산하고 미사일 발사장·기지를 복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금 대북제재를 완화하면 참여 기관·업체·은행 모두 국제사회로부터 2차 제재를 받게 된다. 우리 정부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무엇보다 미국의 불신이 회복 불가능해져 중재자 역할을 할 공간 자체가 없어진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할 역할은 중재자보다 일단 포스트 하노이 국면의 다중(多重) 메신저 역할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북한과 미국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의 정보에만 의존해서 낭패를 보았듯이 대통령 스스로가 안보실, 국정원, 외교부, 주미대사관의 정보를 체크 앤 밸런스해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지금은 중·러와도 대화해 북한이 다시 비핵화 협상에 나서도록 다중 설득 구도를 만드는 것도 긴요하다. 그제 러시아와의 대화를 시작한 것은 적절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직간접으로 이번이 비핵화를 통해 경제를 소생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니 완전한 비핵화에 한 번 더 용기를 가지라고 설득해야 한다. 북한에 핵무기는 ‘보검’이 아니라 ‘무거운 짐’일 뿐이라는 점을 말이다.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중·러의 지렛대도 활용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완전한 비핵화의 용단을 논리적으로 반복 설득해내는 게 ‘메신저 한국’의 3대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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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